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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씨 May 22. 2016

인레호 - 호수 위의 삶

홍씨의 세그림. 11화

 나는 항상 땅에서 살아왔다. 그래서일까, 사람은 모두 땅위에 사는 것이 당연한 거라 여겼다. 그러나 이곳 인레 호수에서 나는 내 기존의 생각을 달리해야했다. 동물과 식물, 그리고 사람까지 모두가 호수에서의 생활에 적응했다. 또한 그 적응의 현장은 참 생소하면서 신선해, 나는 이곳에 풍덩 빠져버렸다.


 작은 배를 타고 강줄기를 따라 인레 호수로 향한다. 우리와는 반대로 호수에서 마을로 향하는 배들에는 아마 호수의 수상밭에서 재배한 것으로 보여지는 빨간 토마토들이 하얀푸대에 가득 담겨있다. 그것들은 항구에서 다른 사람, 그리고 다른 장소로 옮겨진다.


 조금만 가면 호수가 펼쳐지고, 저 멀리에는 옹기종기 집들과 그 뒤를 돌봐주는 산줄기가 늘어섰다. 호수 곳곳에서는 수생식물들이 자라나고, 몇몇은 꽃을 피웠다. 물 위에 흩어진 보라색 꽃밭이라니... 그저 놀랍고 아름다울 뿐이다. 하얀 외가리 같은 녀석들이 그 위에서 쉬고 있다.


 물살이 안정된 곳에는 하늘과 구름, 멀리의 마을이 반영된다. 그 풍경을 사진에 담아보려 하지만, 보트가 생각보다 빨라 어느새 지나친다. 수차례의 시도 끝에 몇몇장 건져보지만, 역시 내 눈에 담긴 그 모습을 따르지는 못해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다. 카메라는 넣어두고 그냥 한껏 바라만 볼걸 그랬나 싶다.


 호수 위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지류를 거슬러 올라간 한 마을 앞, 물이 너무 맑다. 마을 아이들은 물에서 수영을 하는데, 투어에 묶여있어 물에 뛰어들지 못하는 상황이 참 얄궂다. 고산족 아낙들은 그 옆에서 빨래를 하고, 한 여자아이는 옆에서 엄마를 돕고 있다. 마을 옆, 탑들이 빼곡히 들어선 인데인 사원을 둘러보고 발길을 돌린다. 호수로 돌아오는 물길 한가운데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더위를 피하는 물소들이 귀엽다.


 호수 위의 수상 가옥들과 수상밭. 주민들은 배를 타고 이동하고, 배를 타고 농사를 짓는다. 앞서 말했지만, 대부분이 토마토 밭이라고 한다. 다른 계절에는 다른 채소를 기른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뭔지는 모르겠다.


 저멀리엔 한발로 배에 서서 다른발로 노를 젓는 어부도 보이고, 뭔가를 물에서 끊임없이 건지는 뱃사람들도 보인다.


 뭐가 있었고 뭐가 멋졌는지 적자면 끝이 없겠다. 그리고 사실 그 하나하나가 아닌 그 모두가 함께여서 멋졌던 것 같다. 투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배의 모터가 고장나, 우리는 이삽십여분을 물에서 표류했는데, 책 '라이프 오브 파이'가 생각나더라. 다행히 우리 배엔 호랑이가 없었고, 한동안 수다나 떨다가 곧 복귀할 수 있었으며, 이 또한 인레호수에서의 즐거웠던 기억 중에 하나로 자리잡았다.


 인레호 주변의 삶에 대해 이렇게 끄적이고 있으니, 이런 의문이 든다.


 '언젠가 인간이 우주에 나가게 되면, 그곳에서도 이토록 멋지게 적응하고 살아가게 될까?'


인레 호수를 소개합니다~!



※ 그동안의 경로
1. 한국 : 출발
2. 태국 : 푸켓 -> 방콕
3. 캄보디아 : 씨엠립
4. 태국 : 방콕 -> 치앙마이 -> Elephant jungle sanctuary -> 빠이 -> 치앙마이
5. 미얀마 : 만달레이 -> 바간 -> 인레호수


가자, 출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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