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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씨 Jun 19. 2016

북경가는 야간 열차 - 미지의 것들에 대해

홍씨의 세그림. 15화

 어려서부터 이야깃거리를 참 좋아했다. 웃긴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 신기한 이야기 등, 흐름이 있는 것들이 다 좋더라. 그래서 영화나 만화도 좋아한다. 특히 미지의 세계나 전설 같은 것들을 다룬 내용에는 쉽게 빠져들어, 여러번 되새기고 혼자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밤의 풍경과 간간히 보이는 불빛 따위의 것들은 내겐 정말 매력적이다. 어두운 저편에 툭하니 내버려진 주황빛 가로등과 그 아래의 벤치, 모두가 잠든 가운데 홀로 불 밝힌 어느 누군가의 창문, 뭐 그런 것들을 보면, 그들 모두가 하나 혹은 여러개씩의 이야기를 숨기고 있을 것만 같다.


 시안을 떠나 베이징으로 가기 위해 야간 열차에 올랐다. 비행기를 탈 수도 있겠지만, 가격이나 낭만과 같은 여러 이유로 기차를 골랐다. 기차라고 해도 앉아가는 좌석만 있는 건 아니다. 미씽과 나는 적당한 가격과 적당한 편안함의 타협점인 '딱딱한 침대' 칸을 예매했고, 3층으로 이루어진 침대 중 가장 윗칸을 배정받았다.


 저녁 무렵 열차를 타고, 꾸물꾸물 3층 침대로 기어올라 곧장 누웠다. 할일이 없어 여행 사진이나 영상도 보고 이래저래 빈둥대다보니, 밤이 깊었나보다. 열차의 불이 꺼지고 승무원들이 창문에 커튼을 친다.


 왜 그제서야 여태까진 관심도 없던 창밖 풍경이 궁금해지는 걸까? 어두워서 보이는 것도 얼마 없을텐데... 그러나 호기심은 사그라 들지 않는다. 자는 이들을 깨우지 않기 위해 살금살금 내려가 커튼 뒤로 고개를 들이민다. 곧 눈이 익고 바깥의 풍경이 어슴푸레 펼쳐진다.


 검어진  언덕과 나무들, 인공인지 자연인지 모를 절벽, 간간히 보이는 절벽면의 자그마한 정체모를 동굴들(혹은 동굴 같은 것들), 달빛을 받을때만 알아볼 수 있는 강과 하천들, 버려졌거나 혹은 모두가 잠에 든 집들, 그 가운데 혼자 밝은 동그란 창문의 집. 어둡기 때문일까? 그 하나하나가 궁금하고 더 알고 싶다. 조심조심 다가가  저곳들을 알아보고 싶다.


창문 넘어 저 곳엔 대체 어떤 이야기들이 숨쉬고 있을까?


 어느 누가 저곳에 살아가고 있을까? 어떤 환경과 어떤 전통에 기대어 살아갈까? 어쩌면 저 숲에는 상상에나 존재하는 동물이 살아갈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저 가로등 아래 밴치에서 사랑을 속삭이거나 이별을 고할지도 모른다.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누군가의 길도 있고, 함께 하루를 마감하는 가족도 있을 게다.


 즐겁다. 턱 괴고 앉아 창밖을 보는 이 순간이 그렇게도 즐겁다. 다시 돌려볼 수도 자세히 들여다 볼 수도 없는 풍경이기에 매순간이 간절하고, 그만큼 더 알고 싶다.


 그렇다. 저 모든 것들엔 내가 모르는, 그래서 조금은 아련한, 그런 어떤 이야기들이 숨쉬고 있는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은 모두 내게는 미지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나는 언제가 되어야 그들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올 수나 있을까? 가슴뛰는 질문이다.


 창문에 코를 박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졸음이 찾아온다. 오늘 밤엔 뭔가 흥미진진한 꿈을 꿀 것 같다.


※ 그동안의 경로

1. 한국 : 출발

2. 태국 : 푸켓 -> 방콕

3. 캄보디아 : 씨엠립

4. 태국 : 방콕 -> 치앙마이 -> Elephant jungle sanctuary -> 빠이 -> 치앙마이

5. 미얀마 : 만달레이 -> 바간 -> 인레호수 -> 양곤

6. 중국 : 쿤밍 -> 리장 -> 호도협 트레킹 -> 샹그릴라 -> 메리설산(페이라이스) -> 리장 -> 시안 -> 북경


미지의 세계를 통과하는 야간 열차!
칙칙폭폭
휘리리
슈아앙~!
옛것과 새것의 조화가 멋진 도시 시안(서안, 진시황릉이 있는 도시)!
성벽 위에서 결혼 사진을 촬영하는 예비 부부(예상)
시안의 야경, 최고다
시안의 야경, 최고다
시안의 야경,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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