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의 세그림. 16화
제목이 애매하다, '귀여움은 누구의 것인가'라니... 쨋든 제목이 그렇게 되었다. 두가지 의미를 함께 담겠다는 의지로 이런 제목을 지었다. 하나는, '어떤 대상이 귀여운 것인가?'이고, 나머지는 '귀여움을 느끼는 행위는 사람만의 것인가?'라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나 나는 답을 찾지 못했다. 내게 있어 질문하는 것은 정말 쉽지만, 답을 찾기는 쉽지 않고 많은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1. 베이징 동물원에 갔다. 애초에 동물원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특히 베이징엔 '자이언트 팬더'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보았다, 그 귀여운 자태를. 먼지가 묻어 흙색으로 변한 그들의 엉덩이도, 실제로 마주치면 무서울지도 모를 그들의 덩치도 그 귀여움을 가리진 못한다. 그러나 단 한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그들은 거의 잠만 잔다는 것이다. 베이징 동물원의 팬더와 비교되는 대상이 다음날 우리 앞에 새로이 나타났는데, 바로 반달무늬 곰이었다.
사실 외견상으로만 본다면 그들은 팬더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잠만 자진 않았다. 그들의 우리 안으로 먹을거리를 던져줄 수 있게 되어있었는데(먹이를 주는 행위가 그들의 건강에 좋은지는 모르겠다), 녀석들은 먹이를 던져주기 시작하면 아주 귀여운 행동들을 곧잘 했다. 엉덩이를 바닥에 깔고 앉아 애절한 눈빛으로 쳐다본다거나, 다음 먹이를 요구하며 물개처럼 박수를 친다. 가끔 던져주는 먹이가 정확히 입안으로 향하지 못해 얼굴에 툭하니 맞고 땅에 떨어지기도 하는데,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모습은 정말 귀엽다.
귀여움은 어디서 뿜어져 나오는 것인가? 보송보송한 털과 적절한 색의 배치일까, 혹은 귀여운 행동들일까? "당연히 두가지 다겠지!"라거나 "사람마다 다르겠지!"라는 성의없고 뻔한 답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싶지는 않다. 이것은 연구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2. 위와 같은 생각을 하다보니 또 다른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하나의 상황을 상정해본다. 팬더와 악어가 각 한마리씩 있고, 한마리 뱀이 그들을 바라본다. 팬더와 악어는 뱀의 먹이가 될 수 없으며, 뱀은 배가 고프지도 않다. 즉, 뱀에게 그 두 대상은 그냥 볼거리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 뱀은 "오? 팬더는 악어에 비해 정말 귀엽다~. 가까이 가서 저 보송보송한 털을 만져보고 싶네."와 같은 생각을 할까?
이 질문에 대해 혹자는 동물에겐 그런게 없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동물은 그저 먹을 것과 먹지 않을 것만을 구분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달리 생각한다. 그들도 분명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내 생각이 너무 사람스러운 것일까? 아님 그 혹자의 의견이 너무 사람스러운 것일까?
※ 그동안의 경로
1. 한국 : 출발
2. 태국 : 푸켓 -> 방콕
3. 캄보디아 : 씨엠립
4. 태국 : 방콕 -> 치앙마이 -> Elephant jungle sanctuary -> 빠이 -> 치앙마이
5. 미얀마 : 만달레이 -> 바간 -> 인레호수 -> 양곤
6. 중국 : 쿤밍 -> 리장 -> 호도협 트레킹 -> 샹그릴라 -> 메리설산(페이라이스) -> 리장 -> 시안 -> 베이징
7. 몽골 : 울란바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