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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씨 Sep 11. 2016

허머너스 - 고래를 찾아서

홍씨의 세그림. 24화

 여행을 하는 내내 드는 의문 한가지, 뭔가를 보고 싶고 꼭 봐야겠다는 마음도 일종의 욕심이라고 봐야할까? 살면서 욕심은 줄일수록 마음이 편하다는데, 나 역시 이 여행을 하며 욕심을 버려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이 여행이 그냥 되는대로 흘러가도록 두어야 행복한 여행이 될 수 있을까?


 고래를 보고 싶다는 일종의 욕심에 이끌려 케이프타운 동쪽에 위치한 허머너스로 향했다.


 고래의 고향, 허머너스. 어디서 들은 표현인지 모르지만 멋진 수식이다.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서는 물론이고, 심지어 해안에서도 고래를 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9월부터 10월이 가기 전까지 고래를 보기에 좋단다. 혹자는 그냥 해안가를 따라 자전거를 타다가도 보았다고 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고래가 물 위로 솟구치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그런 정보를 접한 우리는 한껏 기대를 안고 아침부터 해안가에 자리를 잡았다. 


 높은 파도가 해안가의 돌에 부딪혀 하얗게 솟아오른다. 그 뒤로는 한없이 파란 바다가 펼쳐졌는데, 왠지모르게 그 모두가 한눈에 잡힐 것만 같은 기분이다. 


 '저기 어디쯤 고래가 있겠지? 어서 나타나주라.'

고래를 기다리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다. 차 안에서 기다리고, 밥을 먹으며 기다리고, 차를 마시며 기다렸다. 바다 어딘가에 조그마한 변화만 있어도 호들갑을 떨며 고래일거라고 떠들어댔으나, 항상 아니었다. 몸을 녹일 겸 산책도 했다. 여담이지만, 이곳의 해안가엔 조금 특이한 식물들이 많이 자라고 있다. 키가 작은 나무같은 느낌인데, 뭐라고 설명할 순 없다. 그냥 즐거운 산책을 위해 자라난 것 같은 모양새로 길을따라 자리잡았다. 간혹 꽃도 있고, 선인장 같은 녀석들도 있어 걸음걸음이 즐겁다. 그러나 고래는 보지 못했다.


 다음날도 어김없이 해안에 자리를 잡았다. 혹시나 밥을 먹는 동안 녀석들이 나타날까, 햄버거를 사들고와 벤치에서 먹으며 바다를 지켰다. 그러나 역시 고래는 나타나지 않았다. 더이상 뭔가를 봐도 고래일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게 되었고, 우리는 식어버린 발걸음을 돌려 다른 도시로 떠나야했다.


 사실 꼭 허머너스가 아니라도 고래를 볼 수 있는 곳은 몇군데 더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난 고래 목격 확률이 가장 높다는 이 도시를 떠나기가 두려웠다. 여기서 어떻게든 보고 가야하는건 아닐까, 다른 곳에선 더 보기 어려울텐데 어떻게 해야하는걸까.


 며칠이 지난 지금도 난 고래를 보기 위해 노력 중이고, 못 보면 어쩌나 걱정 중이며, 욕심을 버려야할까 고민 중이다.


※ 그동안의 경로

1. 한국 : 출발

2. 태국 : 푸켓 -> 방콕

3. 캄보디아 : 씨엠립

4. 태국 : 방콕 -> 치앙마이 -> Elephant jungle sanctuary -> 빠이 -> 치앙마이

5. 미얀마 : 만달레이 -> 바간 -> 인레호수 -> 양곤

6. 중국 : 쿤밍 -> 리장 -> 호도협 트레킹 -> 샹그릴라 -> 메리설산(페이라이스) -> 리장 -> 시안 -> 베이징

7. 몽골 : 울란바토르 -> 몽골 투어(고비, 중앙) -> 울란바토르

8. 탄자니아 : 잔지바르 -> 아루샤 -> 세렝게티 국립공원 -> 아루샤

9. 짐바브웨 : 하라레 -> 불라와요 -> 빅토리아 폴즈

10. 잠비아 : 리빙스톤

11. 나미비아 : 빈트후크 -> 나미브사막(세스리엠) -> 월비스베이 -> 스와콥문드 -> 스켈레톤 코스트 -> 에토샤 -> 빈트후크

12. 남아공 : 케이프 타운 -> 허머너스 -> 가든루트 진입


고래~!~!~!
고래~!~!~!
고래일거라 믿고 싶었던 하얀 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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