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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씨 Sep 19. 2016

세몬콩 - Donkey Pub Crawl

홍씨의 세그림. 25화

 Donkey Pub Crawl. '당나귀를 타고 술집을 전전하다', 대강 이런 의미이지 않을까?



 옛날 옛날 멋 옛날의 일이다. 당나귀 한마리가 살고 있었다. 당나귀는 일과가 끝나고 해가 지면 종종 술 한잔 하며 여유를 즐겼다. 어느날, 기분좋게 술에 취한 당나귀를 지켜보던 말 한마리가 그에게 다가와 말했다. 


 "넌 맨날 그렇게 놀기만 하니까 나보다 달리기가 느린거야."


 당나귀는 여유있는 웃음을 흘리며 답했다.


 "후훗, 괜찮아. 난 이렇게 헝크러진 멋진 털을 가졌거든."


 말은 무슨 헛소리냐며 투덜대며 가버렸다. 

 말은 떠나갔지만, 이번엔 수풀에 숨어 그것을 지켜보던 사자가 갑자기 튀어나와 당나귀를 겁박했다.


 "바보같은 놈! 느려터진 널 내가 잡아먹겠다!"


 그러나 당나귀는 여유있는 웃음을 잃지 않고, 옆에 떨어진 꽃가지를 주워들었다. 그리곤 그 꽃가지를 사자에게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이거 너 해."


 사자는 왠지 모르게 기가 죽어 그 자리를 벗어났다.

 지나가던 바람이 이를 보고 당나귀에게 말했다.


 "너 아주 황당한 녀석이구나?"


 당나귀는 손에 든 꽃가지를 바닥에 꽂았다. 그는 갑작스레 비장한 표정을 짓더니, 몇초간 생각에 잠겼다. 그리곤 외쳤다.


 "난 나만의 길을 가겠어! 덤벼라, 세상아!"



 믿거나 말거나, 이러한 과거로 당나귀는 술취한 이들의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산악왕국 레소토 어딘가의 한 마을, 세몬콩에서 당나귀를 타고 술집 투어를 떠나게 된 것이다. 


 이집 저집 들러가며 한잔씩 한다. 맥주도 마시고, 전통주도 마신다. 옆에 앉으신 할머니께도 한잔 따라드리고, 가이드와 포켓볼도 한판 때린다. 벌게진 얼굴로 당나귀에 올라탄 우리를 신기하게 구경하는 세몬콩 주민들과, 반대로 그들을 구경하는 우리. 그렇게 반나절이 지나갔다.  


 한마디로 줄이자면, 당나귀와 주정꾼, 왠지모르게 여유롭고 즐거운 조합인 것이다.

에헤야~, 기분 좋~다!

※ 그동안의 경로

1. 한국 : 출발

2. 태국 : 푸켓 -> 방콕

3. 캄보디아 : 씨엠립

4. 태국 : 방콕 -> 치앙마이 -> Elephant jungle sanctuary -> 빠이 -> 치앙마이

5. 미얀마 : 만달레이 -> 바간 -> 인레호수 -> 양곤

6. 중국 : 쿤밍 -> 리장 -> 호도협 트레킹 -> 샹그릴라 -> 메리설산(페이라이스) -> 리장 -> 시안 -> 베이징

7. 몽골 : 울란바토르 -> 몽골 투어(고비, 중앙) -> 울란바토르

8. 탄자니아 : 잔지바르 -> 아루샤 -> 세렝게티 국립공원 -> 아루샤

9. 짐바브웨 : 하라레 -> 불라와요 -> 빅토리아 폴즈

10. 잠비아 : 리빙스톤

11. 나미비아 : 빈트후크 -> 나미브사막(세스리엠) -> 월비스베이 -> 스와콥문드 -> 스켈레톤 코스트 -> 에토샤 -> 빈트후크

12. 남아공 : 케이프 타운 -> 허머너스 -> 모슬 베이 -> 가든루트 -> 포트엘리자베스 -> 블롬폰테인

13. 레소토 : 세몬콩(+모리자)

14. 남아공 : Karoo national Park


당나귀, 왠지 정감 가는 녀석이다.
차가 다니지 못하는 산골 마을, 주민들은 말이나 당나귀를 타고 다니기도 한다.
양과 말, 소
마을 풍경
이름이 어려운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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