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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씨 Nov 23. 2016

티미쇼아라 - 울며 꿀물 먹기

홍씨의 세그림. 33화

 꿀물은 달다. 하지만 좋은 꿀은 비싸다. 항상 그게 문제인 것이다! 티미쇼아라는 우리에게 달지만 쓴 꿀물을 안겨주었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루마니아 티미쇼아라로 넘어가게 되었다. 애초에 우리에게 티미쇼아라는 목적지가 아닌 경유지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티미쇼아라에서 다음 목적지인 데바까지 이동 수단/시간이 애매하다는 것. 도착 후에 상황을 보고, 바로 이동을 할지, 그곳에서 숙박을 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아무 생각없이 잘 되겠지란 마음으로 오후 네시 기차에 올라 탔다. 거리를 보니 저녁 7시면 도착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게 왠 일, 기차가 거의 지하철 수준이다. 오만데 다 선다. 결국 우린 10시가 되어서야 도착을 하게 된다.


 무거운 짐을 끌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간 미리 봐둔 호스텔은 침대가 다 찼단다. 맥도날드에 앉아 와이파이를 잡고 급하게 새로 예약한 아파트는 주인과 연락이 되질 않아 들어갈 수가 없다(그 와중에 감동했던 것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지나가는 분들께 전화 한통 걸어줄 수 있냐고 부탁을 했을 때도, 인근 바에 들어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도, 모두들 친절하게 도와주셨다는 것. 여행자라는 것은 일종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에게 환영 받고 친절한 미소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그런 특권).


 한편, 어느 관광지에나 몫 좋은 곳에 자리잡은 호화롭고 여유로워 보이는 그런 호텔은 있게 마련이다. 왠지 멋지게 차려입은 누군가가 늦은 밤 일층의 바에서 칵테일을 한잔 하고 있을 법한(그런 사람들은 꼭 그런 자리에서 옆 테이블의 멋진 이성에게 아름다운 빛깔의 와인을 한잔 보내주곤 한다), 혹은 우수에 젖은 성공한 예술가가 가장 윗층을 한달 정도 빌려서 눈앞에 펼쳐진 도시의 야경을 감상하며 청승을 떨고 있을 법한, 그런 호텔. 바로 '호텔 티미쇼아라(이하 '호티'라 칭함)' 같은 그런 호텔. 빅토리에이 광장에 들어서면 정면의 오페라 하우스와 그 바로 옆의 호티가 랜드마크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두둥!


 물론 호티는 그렇게 비싸고 고급진 곳까진 아닌 것 같다. 다만 항상 저렴한 숙소만을 찾아 헤매는 우리에게는 그런 인상을 주었다. 이제 곧 밤 열두시,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당황한 우리의 마음에 아까 길을 지나가면서 보았던 호티가 찾아왔다. 우리를 유혹했다, 자신에게 오라고, 좋은 곳에서 자라고.


 "어쩔 수 없다, 거기 밖에 없어. 가자!"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갔다. 내 주머니엔 거액의 숙박 영수증이 남겨졌고, 내 마음엔 이래도 되나 하는 의문과 이유모를 분노, 그리고 엄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자기 위안이 남겨졌다. 우리는 눙물의 꿀물을 먹게 된 것이다.


 도시의 야경이 보이는 방이다. 나는 조금씩 현실에 적응해 나갔다. 미씽은 옆에서 내게 조금 더 희망을 주었는데, 그 내용은 이랬다.


 "그래도 포스팅 할 거리라도 생겼네."

저기가 바로 호텔 티미쇼아라야! 눈이 부시다!

 그러나 우리의 고민/고생은 다음날에도 이어졌다. 문제는 이동 수단, 기차를 타자니 새벽 한시에 도착하고, 렌터카를 빌리자니 후기에 악평이 자자하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렌터카 업체를 몇군데 찾아 나섰으나, 전부 인터넷에 적힌 위치에 없다. 이래저래 걷기만 엄청 걷고 소득은 없는 시간이 이어졌다.


 마침 아침부터 미씽은 요상한 홈페이지를 발견해 거기에 빠져 있었는데, '블라블라카'라는 것이다. 아마 카 쉐어링 플랫폼인 듯 하다.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이라 나는 미심쩍었다. 그러나 미씽은 출발 시간도 좋고, 가격도 싸다고 덜컥 예약을 해버렸다(알고보니 유럽에선 제법 유명한 서비스라고 한다. 이미 많은 한국 여행자들도 이용을 해보고 인터넷에 후기를 올려놓았다).


 출발 시간이 다가올 수록 나는 불안해졌다. 차주가 강도로 돌변하면 어떻게 대처할지 마음속으로 모의 훈련을 실시했다. 루마니아 경찰 전화번호도 알아놓고, 뇌물로 줄 음료수도 샀다. 그걸로도 부족해, 무기로 쓸만한 것도 가방에 챙겼다. 


 그러나 시간이 되어 차주를 만났을때, 나의 걱정은 순간 다 날아갔다. 우리 말고도 승객이 한명 더 있었고, 처음 만난 사이임에도 자기들끼리 신나게 이야기를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우린 무사히 데바에 도착했다.


 짧지 않은 기간동안 여행을 했지만, 여전히 앞일은 계획대로만 흘러가질 않고, 그래서 또 즐겁기도 하다. 후훗.



※ 그동안의 경로

1. 한국 : 출발

2. 태국 : 푸켓 -> 방콕

3. 캄보디아 : 씨엠립

4. 태국 : 방콕 -> 치앙마이 -> Elephant jungle sanctuary -> 빠이 -> 치앙마이

5. 미얀마 : 만달레이 -> 바간 -> 인레호수 -> 양곤

6. 중국 : 쿤밍 -> 리장 -> 호도협 트레킹 -> 샹그릴라 -> 메리설산(페이라이스) -> 리장 -> 시안 -> 베이징

7. 몽골 : 울란바토르 -> 몽골 투어(고비, 중앙) -> 울란바토르

8. 탄자니아 : 잔지바르 -> 아루샤 -> 세렝게티 국립공원 -> 아루샤

9. 짐바브웨 : 하라레 -> 불라와요 -> 빅토리아 폴즈

10. 잠비아 : 리빙스톤

11. 나미비아 : 빈트후크 -> 나미브사막(세스리엠) -> 월비스베이 -> 스와콥문드 -> 스켈레톤 코스트 -> 에토샤 -> 빈트후크

12. 남아공 : 케이프 타운 -> 허머너스 -> 모슬 베이 -> 가든루트 -> 포트엘리자베스 -> 블롬폰테인

13. 레소토 : 세몬콩(+모리자)

14. 남아공 : Karoo national Park -> 플래튼버그 베이 -> 나이스나 -> 케이프타운

15. 이탈리아 : 밀라노 -> 베로나 -> 베네치아

16. 슬로베니아 : 류블랴나 -> 블레드 당일치기

17. 크로아티아 : 자그레브 -> 오토챜 -> 코레니차(플리트비체) -> 자다르 -> 스플리트 -> 두브로브니크

18.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 : 모스타르 -> 사라예보

19. 세르비아 : 베오그라드

20. 루마니아 : 티미쇼아라 -> 데바(후네도아라) -> 브라쇼브 -> 시나이아 -> 부쿠레슈티

21. 영국 : 런던


호텔 방에서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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