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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씨 Nov 27. 2016

후네도아라 - 드라큘라를 찾아서

홍씨의 세그림. 34화

 달빛도 없는 어두운 밤, 깊디 깊은 검은빛의 박쥐가 숲 속으로 날아들었다. 음침한 바람 소리가 주변으로 흩어지자, 모든 동물들은 보금자리로 숨어들었다. 아마 두려웠으리라, 그 음침함의 근원이.


 마침 한무리의 행인이 그 숲을 지나고 있었다. 왜 이런 야심한 밤에 그 어두운  숲을 지나는 것일까? 웬만하면 집에서 쉬고 다음날 이동할 일이지... 여하튼, 그나마 멀지 않은 언덕에 한채의 성이 있어 그곳에서 흘러나온 빛에 의지해 길을 걷고 있었다. 


 성 곳곳의 뾰족한 지붕이 마음에 걸린다. 회색의 성벽이 굳건하고 차갑다. 그곳엔 분명 불이 밝혀졌지만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저 성에 대해 들어보았나?"

 "당연하지... 그 소문을 모르는 이가 있겠는가? 어우! 생각만 해도..."


 그때였다, 분명 아무 것도 없던 그들의 앞에 나타난 검은 그림자. 급하게 뛰는 행인들의 심장소리, 커진 동공으로 그 그림자가 덮쳐들었다.


 "으악~! 살려줘~!"


코르빈 성으로 오세요!


 그림자는 검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꼬리의 털이 복실복실하다. 작지만 토실토실한 몸짓에 혀를 내밀고 반갑다며 방방뛰는 검은 강아지. 그렇다, 드라큘라는 이곳에 없었다!


 듣자하니 소설 드라큘라의 작가는 루마니아의 어떤 특정 성이 소설의 무대가 된다고 한적이 없는 것 같다(읽어보지 않았다). 그러나 루마니아에선 브라쇼브의 브란 성이 드라큘라의 배경과 유사하다고 판단하여 그 성을 드라큘라 성으로 홍보하고 있다. 브란 성 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들도 드라큘라와의 관련성을 홍보하고 있지만 정확한 근거는 없다. 


 게다가 드라큘라의 실존 인물 격인 드라쿨라 공작은 꽤나 공정하고 강직한 인물이었다고 한다. 다만, 악덕한 이들이나 자신의 통치 기준에 부합치 않은 이들에게 워낙에 가혹한 형벌을 내려 외부인들이 그에 대한 무서운 이미지를 갖게 된 듯하다. 


 후네도아라의 코르빈성 역시, '그 모습이 드라큘라의 배경과 비슷하다' 혹은 '드라큘라(블라드 체페쉬) 공작이 실제로 이곳에 머물렀었다' 는 등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방문했을 당시, 하늘엔 먹구름이 끼고 날이 서늘하여 뭔가 으스스한 분위기다. 성 내부 공간이 제법 많은 방으로 구분되고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미로 같은 느낌도 있다.


 한두시간 돌아봤다. 역시나 드라큘라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지만, 나름의 재미난 이야기들이 성 곳곳에 숨어있다. 성주의 명령으로 15년간 우물을 팠으나 약속된 보상을 받지 못한 죄수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벽에 새겨 놓은 씁슬한 문구, 예배당을 짓다가 결과가 두려워 도망친 장인의 이야기. 오래된 성은 그 나름의 시간을 품어 방문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그동안의 경로

1. 한국 : 출발

2. 태국 : 푸켓 -> 방콕

3. 캄보디아 : 씨엠립

4. 태국 : 방콕 -> 치앙마이 -> Elephant jungle sanctuary -> 빠이 -> 치앙마이

5. 미얀마 : 만달레이 -> 바간 -> 인레호수 -> 양곤

6. 중국 : 쿤밍 -> 리장 -> 호도협 트레킹 -> 샹그릴라 -> 메리설산(페이라이스) -> 리장 -> 시안 -> 베이징

7. 몽골 : 울란바토르 -> 몽골 투어(고비, 중앙) -> 울란바토르

8. 탄자니아 : 잔지바르 -> 아루샤 -> 세렝게티 국립공원 -> 아루샤

9. 짐바브웨 : 하라레 -> 불라와요 -> 빅토리아 폴즈

10. 잠비아 : 리빙스톤

11. 나미비아 : 빈트후크 -> 나미브사막(세스리엠) -> 월비스베이 -> 스와콥문드 -> 스켈레톤 코스트 -> 에토샤 -> 빈트후크

12. 남아공 : 케이프 타운 -> 허머너스 -> 모슬 베이 -> 가든루트 -> 포트엘리자베스 -> 블롬폰테인

13. 레소토 : 세몬콩(+모리자)

14. 남아공 : Karoo national Park -> 플래튼버그 베이 -> 나이스나 -> 케이프타운

15. 이탈리아 : 밀라노 -> 베로나 -> 베네치아

16. 슬로베니아 : 류블랴나 -> 블레드 당일치기

17. 크로아티아 : 자그레브 -> 오토챜 -> 코레니차(플리트비체) -> 자다르 -> 스플리트 -> 두브로브니크

18.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 : 모스타르 -> 사라예보

19. 세르비아 : 베오그라드

20. 루마니아 : 티미쇼아라 -> 데바(후네도아라) -> 브라쇼브 -> 시나이아 -> 부쿠레슈티

21. 영국 :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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