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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씨 Dec 08. 2016

런던 애프터눈 티 - 타협의 지평선

홍씨의 세그림. 35화

 초콜렛은 달다. 생크림도 달다. 빵은 폭신하고 고소하며, 잼과 버터를 듬뿍 발라버린 스콘은 아름답다 할만하다. 그러나 이들에겐 큰 단점이 있으니 먹으면 살이 찐다. 이런 사실에 한탄하며 종종 의문을 품는다. 


 '달콤한 것들이 어쩌다보니 고열량인걸까, 아니면 고열량이라서 우리 입에 달게 느껴지는 걸까?'


 덕분에 난 이런 음식들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그림의 떡처럼 바라만 볼 뿐이다. 가끔 먹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의 불안함(살이 더 찔까봐)에 많이 먹지 못하고 아쉬운 마음에 입맛만 다실 뿐이다.


 그러던 중 런던에서 기회가 찾아왔다. 영국의 문화 중 하나라는 애프터눈 티. 이름만 들었을땐 차만 몇 잔 마실 것 같은 느낌인데, 간단한 간식거리를 함께 먹는 거란다. 아니, '간단한'이 아닌 '푸짐한' 간식과 함께.


 티비나 영화, 어디선가 봤을법한 멋진 3층짜리 접시에 샌드위치 몇가지, 케이크 몇가지, 푸딩 처럼 생긴 카라멜, 초코로 덮힌 슈크림빵, 스콘 몇알에 버터와 딸기잼이 함께 나왔다. 평소라면 망설였겠지만, 이건 문화 체험이니까, 남자답게 깔끔히 비워야 한다!


 난 또한 이렇게 믿는다, 모든 차에는 지방분해 효과가 있다고. 어디선가 그렇게 들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더욱더 맘편히 먹을 수 있다.


나의 입으로 들어오라!


 결국 난 이날도 이렇게 현실과 이상 사이 어느 점에서 타협을 했다. 그리고 잠시나마 즐거웠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파란불과 빨간불 사이에서 고민했던 때, 다음날 시험을 앞두고 잠과 공부 사이에서 고민했던 때, 기타 등등 - 이렇게 작은 것들부터 때론 큰 것들까지, 타협은 늘 있어왔고, 난 그들에게서 때때로 편안함, 행복함 등의 긍정적인 감정을 얻어왔다.


 사실 난 최대한 타협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내가 로봇은 아니니까... 가끔은 조금 쉬어가도 되지 않을까? 그러면 한 결 수월하지 않을까? 


 4주간 영어공부도 하고, 이곳 사람들의 삶도 겪어볼 겸, 런던에서 머물기로 했다. 몽골에서 함께 투어에 참여해 친해졌던 친구들이 있어, 그들의 집에 함께 머물며 이것저것 겪어보고, 요모조모 알아간다.


 아담한 이삼층 집들이 왕복 2차선 도로를 따라 주르륵 늘어섰고, 그 중 한 곳엔 어린 해리포터가 살고 있을 법한 모습의 동네다. 이곳 집들은 대부분 정원과 담장을 가졌는데, 그들에게서 왠지 평온한 느낌을 받는다. 인도계 영국인인 친구들의 집 주방에선 언제나 은은하게 카레향이 풍겨 내 식욕을 자극하고, 겨울이 되어 짧아진 해가 지면 집 곳곳에 주황색 전등을 켜고 창문마다 커튼을 친다. 


 애프터눈 차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누군가 물었다.

 "우리 이제 돌아가서 뭐할래?"

 애초 계획은 같이 둘러앉아 영화를 한편 보는 것이었는데, 눈이 반쯤감긴 미씽이 역시나 피곤해진 그들에게 타협안을 제시했다. 

 "우리 오늘은 후닥 쉬고, 내일도 쉬는.날이니까 내일 저녁에 같이 영화 보자!"


 나를 제외한 모두는 동의했고, 나는 이 타협안과 타협했다.



이것 저것 다 파는 캠던 마켓
해로드 백화점
입장료가 비싼 웨스트 민스터 수도원
빅밴!
우리의 따수한 보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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