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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씨 Dec 11. 2016

런던 - 모여서 산다

홍씨의 세그림. 36화

 누군가 내게 런던의 가장 멋진 점을 물어본다면, (아마 약간의 고민은 있겠지만) 나는 이렇게 답할 것 같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산다는 게 가장 멋진 것 같네요."


 바로 그거다,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 약 10년 전 쯤에도 런던에 한번 왔었다. 당시 가난한 대학생 여행자였던 나와 친구들은 돈을 아끼고자 매일매일 바게뜨 빵을 샀다. 그리곤 점심시간이 되면 가방에 넣어다니던 딸기쨈과 초코크림을 꺼내어 함께 먹곤 했었다. 그 기억이 너무 강렬했던 것일까? 여기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뭘 하며 살아가는지, 그런 것들에 대한 기억은 거의 남아있질 않다. 내 기억 속의 런던은 그냥 그저그런 도시였다. 


 그러나 이번 런던 방문은, 내 그런 생각을 통째로 바꿔 놓았다. 어딜가든지 뻥뚫린 하늘을 볼 수 있는, 아담하고 정겨운 건물들로 가득한 초 거대 도시. 도시 어디든, 오랜 시간을 품은 듯한 건물들과 상점들이 곳곳에 뿌리내린 도시. 비록 역사적으로 몇몇가지 미운점도 있지만(그리고 그게 배아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지다는 것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도시, 런던은 내게 그런 도시가 되었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가장 오랜 시간을 이곳에서 살아왔을 토착 영국인들부터, 유럽/아시아/아프리카 등 곳곳에서 이주/이민왔을 사람들. 모두가 같은 길 위를 걷고 서로의 다름은 잊은 채로 하나처럼 살아간다. 분명 그것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 다름을 틀림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어딘가 있을거다. 그러나, 아마 괜찮겠다. 그런 이들도 점점 마음을 열어갈 수 있을테니까.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준비가 시작되었다


 몽골 여행 당시 친해져, 우리가 현재 잠잘 곳을 신세지고 있는 영국 연인도 인도계이다. 지봉이와 라순이(물론 가명이다). 부모님들께서 젊은 시절 영국으로 넘어오셨기에 이들은 영국에서 나고 자랐다. 아직 미혼인 관계로 둘은 각자의 부모님과 살아가고, 우린 둘의 집에 번갈아가며 묵고 있다. 집 주방에선 인도 커리의 향기가 종종 풍기고, 가족 구성원 모두 인도어를 말하거나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영어로 대화하며, 영국의 문화 역시 사랑한다.


 아마 런던의 많은 가정들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런던은 내 생각과는 달리 백인들만의 도시가 아니었던 것이다. 세계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들의 문화와 기존 영국의 문화를 조화롭게 이어가는 그런 도시인 것이다. 

 어느날 아침 버스를 타고 학원 가는 길, 학교에 가는 어린아이들이 우루루 2층으로 몰려올라왔다. 알아듣지도 못할 빠르고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저들끼리 재잘댄다. 역시나 다양한 피부색의 아이들이 모였지만, 잘 어울리는 그들의 모습이 하나같이 귀엽다. 


 "난 우리나라에도 조금 더 다양한 사람들이 살면 좋겠어."


 조금 더 다양하다면, 조금 더 다름에 대해 이해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쉽게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너무 긍정적이기만 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럴 것 같다.



런던 안내서 - 출처 : 학원
우리 학원이 있는 일링 브로드웨이
스카이 가든에서 내려다본 런던 야경
내가 좋아하는 해로드 백화점
우리의 둥지에서 내려다본 동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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