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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씨 Apr 08. 2017

페루 쿠스코 - 아름다운 야경과 그 이면

홍씨의 세그림. 50화

 쿠스코는 분지에 형성된 도시다. 덕분에 쿠스코 관광의 중심인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수수하지만 아기자기한 흙색 건물들이, 도시를 둘러싼 언덕위로 촘촘히 자리잡은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풍경은 밤이 되면 그 아름다움을 한층 더 뽐낸다. 건물들이 들어선 산의 형상은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집과 건물에 켜진 불이 소박한 빛의 언덕을 만들기 때문이다.


 광장의 가로등에도 불이 들어오고 구시가 전체가 오래된 주황빛에 물들면, 잠시 길거리를 떠돌다 아무런 바나 펍에 들어가 칵테일 한잔 하기에 그만인 그런 분위기가 된다. 밤이 되었지만 많은 이들이 여전히 길거리를 활보하고, 몇몇 거리의 음악가들이 골목 어딘가에서 그들의 작은 공연을 시작한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런 분위기에 젖어드는 내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이런 아름다움의 이면에, 약간은 안타깝고 씁쓸한 현실이 있음을 알아가기 때문이다.


 쿠스코로 오기 전 들렀던 과야킬에도 야경이 너무나 예쁜 언덕이 있었다. 그러나 내가 묵었던 숙소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 구역은 가면 안돼, 위험하거든."


 종종 가난한 이들이 많은 곳이 있어 소매치기나 강도 등을 만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란다.


 쿠스코의 언덕도 위험한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저 언덕위의 집들은 분명 부자들보단 가난한 이들의 몫일 것이다. 도시 중심가에서 생계를 위한 일을 마친 후, 힘겨운 발걸음을 한참이나 옮겨야 도착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니 말이다.


 나는 정말 쿠스코의 여유와 아름다움에 빠져있는데, 그런 아름다운 도시답게 역시나 엄청난 수의 호객꾼과 장사꾼을 거리에서 만나게 된다. 단순히 성가시게 느껴지는 그들의 삶이, 사실 얼마나 힘겨울지 나는 모른다. 다만,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적지 않은 수다) 뭔가를 팔기 위해 여기저기를 누비고 있으니, 분명 순탄치 않은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어떤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이곳에 놀러와 맛있는 식당에 들러 뭘 먹을지 고민한다. 반면 다른 어떤 아이들은 그들 가족의 식탁에 찾아가 사탕을 사달라고 한다. 누군가는 부족하지 않은 환경에서 태어나 부족하지 않게 자라고, 적당한 직업을 구해 돈을 모아 여행을 떠나는데, 그 사탕을 파는 아이들에겐 그런 기회가 주어지기나 할까? 그들의 눈에 여행객/관광객들은 어떻게 비춰질까? 감히 상상하기도 힘들다.


 난 정말로 노력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만큼, 혹은 그 이상, 주어진 환경과 운도 중요하다 믿는다. 좋은 환경과 운 없이 순수한 노력만으로 내가 이룰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될까?


 동행들과 햄버거 가게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한 아이가 우리에게 다가와 알아들을 수 없지만 너무나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한다.


 "쏼라 쏼라 쏼쏼라?(이거 기념품 살래요?)"

 "아니, 미안해."


 난 평소처럼 웃으며 단박에 거절했다. 그러자 아이는 내가 먹던 아이스크림을 가리키며 몇마디 더 한다.


 "꽐라 꽐라 수리수리 마수리 뚜둥따(그럼 아이스크림 하나 사주면 안돼요?"

 "아이스크림? 좋아, 하나 사줄게!"



 아이를 카운터에 데려가 그가 고른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주었다. 녀석은 아이스크림을 들고 우리에게 "아미고, 챠오(안녕)" 비스무리한 말을 미소와 함께 남기곤 떠나갔다.


 그 아이의 삶이 나의 삶보다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 함부로 말할 수 없고, 그럴거라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더 높은 확률로 더 적은 기회가 주어질 것임엔 분명하다.


 아이스크림을 사준 나 자신의 별것 아닌 행동에, 잘난척하고 싶고 좋은 사람인 척 하고 싶은 마음이 이는 것도 잠시 접어두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들든말든, 앞으로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크게, 그런 일들을 하고 싶다.


 오늘의 아이스크림이 나와 그 아이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겨져 우리의 미래에 더 큰 희망을 가져올 수 있길 바라며 이렇게 속으로 말한다.


 "모두 함께 즐거운 하루 됩시다~!"



※ 글과 관련없는 쿠스코 비니쿤카의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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