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의 세그림. 마무리
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검은 바다, 가져간 손전등의 빛마저 없앤 후 허공에 손을 휘젓는다. 그 순간 검은 공간에 별빛이 흩날린다. 발광 플랑크톤이 잠시간 빛을 내는 것이다. 그 모습이 자못 신비로워 계속해서 손을 휘젓는다. 친구와 함께 휘젓는다. 내 주변에 별들이 휘날린다.
뭘 그리도 먹고 있는지 '후읍후읍' 볼타구니를 계속 부풀려대는 분홍색 피그미 해마가 앙증맞다. 낮엔 보기 어려운 다양한 게들이 돌아다니고, 하얗고 노랗고 보오란 산호초는 자신이 마치 꽃인양 그 화려함 이면을 피워낸다.
'와... 정말 별이 가득한 정원에 온 것 같네.'
야간 다이빙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물 밖의 세상 역시 고요히 검다. 사실 발리(아메드 마을)에 올 때만해도 밤 풍경, 육지 풍경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이게 웬일, 발리는 바다뿐만 아니라 땅 위도 너무나 아름답다. 하늘로 날아오를 듯 네 모서리에 날개를 달아올린 기와지붕 건물들, 집과 마을을 둘러싼 녹빛 가득한 논밭과 너머의 울창한 숲, 그리고 맑은 공기까지. 화려함과 세련됨은 없지만 수수하고 소박하고 사랑스럽다.
해는 지고 어둠이 깔려, 여기저기 집들과 골목에서 작고 수수한 빛들이 퍼진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걸로 충분하다. 덩달아 밤하늘에 떠오른 별들과 어울려 온 마을이 별밭이 된 것만 같다. 별빛을 바라보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 그 길이 어찌나 아름다운지.
일년을 조금 넘은 여행이 끝이 난다. 즐거웠고, 행복했다. 세계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나지만 앞으로의 생활도 분명 그럴 것 같은 느낌. 이렇게 온천지에 별이 가득한 밤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