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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씨 Apr 17. 2016

방콕 - 살아있는 룸피니 공원

홍씨의 세그림. 5화

 세상 그 어느 곳도 처음부터 누군가, 혹시 그 무언가의 소유는 아니었겠다. 많은 것이 바뀌었겠지만 가끔은, 우리에게도 그런 공존의 상태가 좋은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막 이런 저런 존재들이 같이 나뒹구는 곳.


 우연히 방콕 최대의 공원이라는 룸피니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입구엔 불상이 모셔져있고, 누군가가 향을 피워놓았다.


 공원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뭔가 시끌벅적하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과 앉아서 쉬는 사람들, 족구 비스무레한 것을 하는 남자들. 코코넛 같은 동그란 뭔가도 바닥에 뒹군다. 마라톤 행사도 하는 것 같다. 일렉트로닉 음악(?)이 울려퍼지고 스테이션이라고 적힌 통과지점으로 보여지는 것이 세워져있다.


 햇볕을 피해 공원 중앙의 호수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호수를 바라보는데 물에 뭔가가 떠다닌다.


 "엇! 악어다!?"


 나와 미씽 둘 중 누군가가 외쳤다. 진짜로 커다란 뭔가가 헤엄을 쳐서 오고 있었다. 우리 앞을 스르르 지나치는데 자세히 보니 아주 큰 도마뱀이다. 족히 1미터는 되어보인다. 내가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으려는 참에 그놈은 막 뭍으로 올라오려는 기세였다. 그때였다, 이놈이 갑자기 앙!!! 그리곤 무언가의 깃털이 확 날렸다. 놈이 비둘기를 노린 것이다.


 "으아! 저놈이 비둘기 공격했어!"


 다행인지 불행인지 비둘기는 엉덩이쪽 깃털만을 뜯긴 채 날아서 도망쳤다. 사냥에 실패한 도마뱀은 그 자리에 남아 입맛만 다신다. 이런 일이... 내가 이런걸 보다니... 그것도 도심 한복판 공원에서!


룸!피~니! 숨!을!쉰다~


 둘러보니 뭐가 많다. 뛰고 있는 현지인과 외국인들,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을 하는 시민들, 쉬거나 헤엄치는 도마뱀들(심지어 한놈은 나무를 타고 올라가 그 위에서 쉰다), 나무위에 모여 앉은 백로같은 녀석들, 먹이에 우글우글 달려드는 팔뚝만한 잉어들과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헤엄치는 거북이들.


 룸피니는 말그대로 살아있었다. 사람과 자연이 공존한다. 이런 공원 근처에서 살며, 가끔 들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한참을 공원에서 서성였고, 배를 타고 호수를 탐험했다. 룸피니 공원, 뜻밖의 수확이었다!



※ 그동안의 경로
1. 한국 : 출발
2. 태국 : 푸켓 -> 방콕
3. 캄보디아 : 씨엠립
4. 태국 : 방콕 -> 치앙마이(현재)


도마뱀의 습격! 멀뚱한 비둘기
룸피니 공원에서 보는 노을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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