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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카나 Feb 11. 2020

책 잘 기억하는 방법


책을 읽고 나면 그 내용을 금방 까먹어버릴 때가 있어요. 보통은 책을 읽은 게 아니라 책의 글자만을 본 경우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죠. 분명 책의 글자는 읽고 있는데 머릿속엔 아까 보낸 카톡과 방금 돌렸던 게임 한판으로 가득 차있을 때, 망각의 강을 자주 건너곤 합니다.


반면에 어떤 책은 집중이 절로 됩니다. 책의 내용에 감탄이 나오고, 전율도 느껴버린 나머지 밑줄을 검은 줄이 아닌 빨간 줄로 그어버릴 때가 있습니다. 나중에 그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진 않더라도 짜릿했던 그 느낌만은 까먹지 않게 되죠. 저는 문유석 판사님의 <쾌락독서>를 읽었을 때 이런 적이 있었습니다.


그 책들은 그저 그 시기에 있었기에 우연히 내게 의미가 있었을 뿐이다.
<쾌락독서> (p.15)




크. 뭔가 항상 좋은 책만을 찾고 계시는 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예요. 좋은 책이란 우리가 어떤 생각과 고민을 품었던 '그 시기'에, 우연히 그 책을 알게 되고 관심을 가진 '그 순간'이었기에 좋은 책으로 다가왔을 뿐입니다. 어떤 책이 의미 있고, 좋다고 평가하는 것에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고 생각해요.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모두 좋은 책은 아닌 것처럼요.


안타깝게도 운좋게 좋은 책을 만났더라도 책의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기억은 안 나는데 '아 그거 뭐였지'하면서 기억해내려고 할 때, 마치 예전 폰에 있던 사진을 백업하지 못한 그 찝찝함만 남아있는 느낌이에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을

더럽게 읽다



책 <읽고 쓰기의 달인>에서는 기록이라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기억하는 것에 에너지를 더 많이 쓴 만큼 더 많은 기억을 남길 수 있는데, 많은 에너지를 쓰는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쓰기'라는 거죠.


'말한 것'보다 더욱 잊혀지지 않는 것은 '쓴 것'이다.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만큼 정착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말로 기억에 각인시키고 싶은 중요한 내용이라면 한번 써보는 것이 좋다.
<읽고 쓰기의 달인> (p.45)


기록하는 것 말고도 책의 내용을 잘 기억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다양한 방법들의 공통점은 책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거예요. 중고로는 도저히 팔 수가 없게끔, 팔더라도 A급으로는 팔 수 없을 만큼 더럽게 읽는 겁니다. 더럽게 읽는다는 것은 책을 쉽게 읽지 않는다는 거예요. 제 경험상으로 책을 접거나 밑줄 정도만 그면서 쉽게 읽었던 책은 쉽게 잊혀졌어요. 반면에 생각을 쓰고 그림도 그려가면서 어렵게 읽은 책은 어렵게 잊혀졌습니다. 


그렇다면 어렵게 읽음으로써 책의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어버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읽고 쓰기의 달인>에서 제시한 내용과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잘 기억하는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책의 내용을

잘 기억하려면



1. 전율을 느낀 부분의 페이지를 접으세요.

책을 읽으면서 숨 막히도록 공감이 갔던 내용이나 빛이 나는 문장을 발견했을 때 쓸 수 있는 방법이에요. 그 페이지 상단의 모서리를 접는 겁니다. 이러면 그 책을 다음에 한 번 더 읽을 기회가 있을 때 그 부분을 다시 읽고 쉽게 기억을 되살릴 수가 있어요.


2. 밑줄 쫙쫙.

책의 모서리를 접은 다음에는 우리를 멈칫하게 했던 문장에 밑줄을 긋는 거예요. 독서 내공이 넘치시는 분들은 밑줄 색깔까지 구분하더라고요. 저자의 핵심 생각이 담긴 부분은 빨강, 정보로서 중요한 부분은 파랑, '와 이거 미쳤다'라고 생각한 부분은 녹색, 이렇게 말이죠. 그런데 저는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아요. 그냥 검정 볼펜으로 밑줄을 긋는 정도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 색으로 밑줄을 그으면 어렵게 읽는 수준이 아니라 그 이상의 '노동'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따로 독서노트를 쓰고 있어서 독서노트에서 표기를 하면 그만인 부분도 있고요. 밑줄을 치는 것은 추후에 독서노트에 옮겨 쓸 때나, 책의 내용을 정리할 때 도움이 돼요.


3. 독서노트 쓰기

독서노트라고 해서 그토록 쓰기 싫었던 수학 오답노트처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독서노트는 딱 3가지를 기록하는 걸로 시작하면 됩니다. 인용하고 싶은 내용, 내용에 대한 생각, 내가 이 책을 왜 읽었는지. 이 3가지입니다. (그 외 독서노트에 책의 제목을 크게 적는다거나, 노트에 그림을 그리는 것, 이런 것들은 다 개인적인 취향 차이라고 생각해요. )


첫 번째는 인용하고 싶은 내용을 쓰는 거예요. 밑줄을 그은 부분이 명문장이고, 정말로 맘 속 깊숙이 들어와서 이 내용을 남들한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 기록을 하면 됩니다. 두 번째는 그 내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는 거예요.


이런 내용은 이러이러해서 마음에 들었다.

이 문장은 좀 어처구니가 없었다. 아무래도 저자가 소주 2병은 마시고 이 문장을 쓴 게 아닐까?

나도 이 내용과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썰을 풀어보자면...


이렇게 생각을 기록하면 그 내용이 뇌 속에 오래오래 남아서 더 어렵게 기억되는 느낌이 듭니다. 


세 번째는 내가 이 책을 왜 읽었는지, 어떻게 고르게 되었는지. 그 책을 우연히 만나게 된 계기를 쓰는 겁니다. 이 내용은 스스로 골라 읽는 책 읽기를 하는데 바탕이 됩니다. 마냥 베스트셀러라서 골랐다. 이래도 일단 쓰는 겁니다. 베스트셀러는 책을 고르는 이유가 되기에 충분하니까요. 베스트셀러라 해도 왜 하필 많은 베스트셀러 중에 그 책을 골랐는지 솔직하게 작성해봅시다. 나는 경제를 좋아하는데, 경제 관련 베스트셀러였다. 이런 식으로요.


예를 들어서 제가 <쾌락독서>를 읽었던 이유를 한 번 보시죠. 저는 <쾌락독서>를 읽을 당시 독서에 대해 강박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뭔가 재미가 없어도 끝까지 읽고, 독서노트를 쓰고, 서평을 써야 한다는 선입견에 갇혀 있었죠. 그래서 책을 읽는데 상당한 스트레스를 느꼈습니다.


다행히도 선입견이라는 자물쇠에 맞는 열쇠를 우연히 찾아냅니다. 그 열쇠는 바로 <쾌락독서>였어요. 저자인 문유석 판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아무리 재미없는 책일지라도 성장에 도움되고 유명한 책이니까 읽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바로 던져버렸습니다.


대신 재밌고, 수준이 맞는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책이 유명하지 않든, 오래되었든, 내용이 짧든 상관없이요. 결과적으로 재밌게 몰입할 수 있었던 책들이 훨씬 기억에 잘 남았습니다. 덕분에 책 자체를 많이 읽을 수 있었어요. 일단 많이 읽다 보니까 문해력을 키우는데도 도움이 됐고요.


참고로 <쾌락독서>를 읽고 나서 썼던 서평을 공유합니다. 제가 막 브런치를 시작할 때 썼던 글이에요. 6개월 전에 썼던 글인데 뭔가 부족한 느낌이 팍팍 나는 서평이죠. 그래도 글은 내리지 않고 내버려 두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hongcana/27




4. 서평 쓰기


사실 쓰기의 최종 보스는 서평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서평보다 더 높은 경지가 있겠지만 제가 그 사냥터에서 놀 수 있는 글쓰기 레벨이 아니어서 뭐라 말하긴 좀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독서노트를 쓴 이후에는 내친김에 서평도 써서 올려봅시다. 독서노트에 인용하고 싶은 내용과 자신의 생각을 썼다면, 이제 그걸 브런치나 네이버 블로그에 올리는 겁니다.


독서노트를 썼던 건 서평을 위함이었다!


아무래도 서평은 독서 노트보다는 신경 쓸게 많죠. 독서 노트는 혼자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거기에다 누군가의 욕도 시원하게 쓸 수 있었지만 서평은 어림도 없습니다. 온라인에 올리는 글은 보는 사람이 많아요. 그러기에 그만큼 더 신경 써서 글을 올리게 되고, 이 과정에서 독서 노트의 내용과 생각도 정제하게 됩니다. 정제하면서 여러 내용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더 어렵게 기억하게 되죠.


그렇다면 서평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을 담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생각난 나만의 이야기, 인용했던 부분에 대한 설명, 이 책을 누구에게 추천하는지, 이 책을 읽으면서 반성했던 점이나 배울 수 있었던 점. 이 정도만 써도 충분해요. 물론 처음 서평을 쓰는 입장에선 이 모든 걸 쓰기에 어려울 수도 있어요. 이럴 땐 쓸 수 있는 부분만 쓰셔도 좋습니다.


제일 추천드리는 건 경험담을 쓰는 거예요. 사실 서평에서 가장 힘이 되는 부분은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서평 읽으러 왔는데 책 정보도 없고, 글쓴이의 관점도 없고, 재미도 없는 글이란 게 느껴지면 뒤로 가기를 누르거나 주소창에 youtu.be를 쳐서 바로 유튜브를 보러 가게 되잖아요. 그러므로 재미를 잡아보자 이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재밌어하는 게 바로 경험담이기에 책의 내용과 관련된 경험담을 써보는 겁니다. 왜 친한 친구들이 썰 하나씩 풀면 재밌잖아요.


독서노트, 서평... 이게 말이야 쉽지...



5. 위 1,2,3,4번 과정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따라 하지 마세요.


엥 기껏 다 읽었더니 이건 뭔 소리람? 하지만 진정으로 드리고 싶은 메시지예요. 밑줄을 긋고 독서노트를 쓰는데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하지 마세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독서가 일로 느껴지고 책과의 거리가 더 멀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책을 읽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재밌어 보이는 책을 그저 많이 읽는 것. 이게 답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이는 책의 장르가 소설이든, 자기개발서든 다 똑같습니다. 일단은 책을 재미있게, 많이 읽으시다가 뭔가 필요성을 느끼실 때 책의 내용을 더 탄탄히 기억하는 방법들에 관심 가져보세요. 왜 운동도 그렇잖아요. 일단 처음에는 운동을 재밌게 하면서 헬스장에 출석 카드 꾸준히 찍어야 되는 과정이 필요하죠.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결론입니다. 책 잘 기억하는 방법은 많이 쓰고, 많이 읽기입니다. 지름길은 없다고 생각해요.





글을 다 쓰고 나니까 <읽고 쓰기의 달인> 서평을 쓴 건지, <쾌락독서> 서평을 쓴 건지, 그냥 제 이야기를 쓴 건지 잘 모르겠네요. 그래서 두 가지 책 모두를 참고 사항에다 적어 놓고 글을 마칩니다. 뭘 고르실지 몰라 다 준비했습니다.





참고


책 -

<읽고 쓰기의 달인> - 사이토 다카시 저

<쾌락독서> - 문유석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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