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가 지나가고 2020년대에 들어섰다. 원치 않은 나이 한 살도 먹게 되었다. 이만큼 슬픈 소식도 없다.
시간이 흐르는 만큼 미래도 점점 더 불확실해지는 것 같다. 워낙 예측하기 힘든 2010년대를 살아왔던 것이 주된 이유였다. 스마트폰이 초연결 시대를 열어 세상을 바꿀 줄 어떻게 예측할 수 있었을까. 하물며 2020년대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는 정말 모르는 일이다.
예측하기 힘들어진 미래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나는 이 커다란 미래를 보는데 세계 석학들의 안경을 써보기로 했다. 다른 사람의 관점이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을 했다. 물론 유명인사들의 예측이 정확하지는 않을 테지만.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미래에 관한 밑그림을 그려나가는 데에는 충분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바라보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책이 바로 <초예측>이었다. 이 책은 세계의 석학 8명이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인터뷰를 엮은 책이다. 이 글에서는 개인적으로 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을 크게 3 부분으로 나눠 공유하려고 한다. <초예측>을 읽어 볼지 말지 이 글을 통해서 여러분들이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안감을 느꼈으면
지금 당장 대처하라
유발 히라리는 명저 <사피엔스>의 저자이자 현재 역사학 교수로 활동 중인 인물이다. 이 유명한 인사가 <초예측>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한 번 알아보자.
그는 인류가 '허구'를 신봉하는 능력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허구란 돈, 국가, 사회, 회사와 같이 실체가 없는 것을 일컫는다. 허구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지갑에 있는 신사임당 한 장을 꺼내서 가위로 오려내 보자. 고통을 받는 건 지폐가 아니라 5만 원 권을 자른 우리다.
허구를 목적이나 의미로 보는 순간 고통은 실제 하는 우리의 몫이다. 유발 히라리는 우리가 허구를 도구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옛날에는 국가, 회사, 사회 등을 위해 본인을 희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국가를 위해 전쟁에 참여해서 고통받고 희생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허구를 목적으로 본 결과다. 도구로 본다면 이런 고통을 초래하지 않을 수 있다.
유발 히라리는 '무용 계급'(인공지능에게 대체당하여 경제적 가치를 잃은 사람들을 일컫는 말)의 등장에 대해서도 예견을 했다. 인공지능이 수 억 명의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고 한다. 경제적인 면에서 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새로운 직업이 생기더라도 자기 일을 잃어버린 사람이 바뀐 업무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유발 히라리의 인터뷰를 보고 아래와 같은 2가지 생각이 들었다.
1. 금융업, 전문직에 종사하는 것이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다.
불확실한 미래에서 흥행하는 직종은 각종 전문직(법률계)과 금융업이다. <제로 투 원>의 저자이자,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은 '금융업이 불확실한 미래에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직종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2. 신기술이라는 허구를 이용한다.
나는 허구를 도구로 여기라는 말을 신기술들을 도구로 여겨 변화에 적응하라는 말로 이해했다. 유발 히라리는 우리에게 새로운 과학기술을 부지런히 익히면서 급변하는 상황에 대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듯하다.
인구감소는
환영할 일이다
<총, 균, 쇠>의 저자인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초예측>에서 인구감소와 저출산 문제는 물개 박수치며 환영할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무래도 현재 우리 사회가 내고 있는 목소리와는 다르게 들린다. 왜 인구감소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인가?
그는 인구가 많아질수록 국가는 보다 많은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가 평상시에 먹고 쓰고 하는 여러 자원들 말이다. 반대로 인구가 줄어들수록 자원 수요는 감소한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자원이 부족해서 수요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데, 이런 구조에는 인구감소가 오히려 이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가 초래하는 노동인구 감소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초고령화 사회에서는 고령자를 인력 자원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령자가 육체노동 일자리에는 부적합할지 모르나 관리자, 고문, 감독 등 고령자의 능력을 살릴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이런 일자리를 제공하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고령자를 노동 인구로 활용하기 위해 정년을 늘리거나 아예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관점도 시사했다.
물론 단순히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관점만을 믿고 인구감소를 환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노년 인구 비중의 증가를 우려하는 시선들도 있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에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100세 인생>의 저자 린다 그랜튼은 100세 시대에서는 오래 일하기 위한 자산을 축적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이야기한다. 100세 시대에서는 인생이 더 이상 교육-일-은퇴의 3단계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단계로 심화되는 시대에서는 재충전-재교육의 시기가 필요하다.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에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유형자산이 아닌 무형자산을 모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유형자산은 돈, 아파트, 예금과 같은 것들이다. 무형자산은 건강, 동료애, 변화 대응력과 같은 형태가 없는 자산을 말한다. 무형자산을 모은다면 항상 변화할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여가시간을 오락이 아니라 재창조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여가는 은퇴 후가 아니라 삶의 모든 단계에 촘촘하게 박혀 있습니다. 그 시간을 학습하는 시간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p.118)
그녀는 배울 것을 시간 단위마다 정리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5분의 자투리 시간, 주말, 2~3개월의 장기휴가. 이런 식으로 말이다. 만약 시간 단위를 3개로 나눈다면 각 단위마다 어떤 것을 배울 수 있을지 정리해봤다.
5분 자투리 시간
영단어를 복습하거나, 책을 몇 페이지 읽고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 브런치나 퍼블리같은 사이트에서 콘텐츠 하나를 읽는 것도 5분 동안 할 수 있는 배움이다. 사실 아무리 자투리 시간이라지만 5분은 좀 짧다. 10분은 잡아야 하지 않을까?
주말
주말은 책 한 권을 골라서 완독 하기에 좋은 시간이다. 혹은 기술을 배우거나,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행동에 나설 수도 있는 시간이다. 부업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시간으로 쓰기도 좋다.
2~3개월의 장기휴가
대학생이라면 여름, 겨울 방학이 아마 이 시간대에 해당한다. 코딩과 같은 기술을 배우거나, 자기 사업을 키워나가는 데에 충분한 시간이다.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당장 시작하기에 모자라지 않은 시간이다.
마무리
여러모로 큰 그림을 보게 해 줬던 책이다. 6개월, 1년, 3년의 단기적인 미래가 아니라 10년 그 이상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게 만들어준 책이다. 특히나 신기술 중 하나인 인공지능과 관련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다. 인공지능 기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참고
책
<초예측> - 오노 가즈모토 편/ 유발 히라리, 제레드 다이아몬드, 닉 보스트롬, 린다 그래튼 공저 외 5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