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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쎄오 Oct 17. 2023

지구아빠, 육아휴직을 하게 되다.

23.09.23 6개월 간의 전담 육아 이야기


결혼 6년차, 바야흐로 네 가족이 되었다. 


첫째 아들(?)인 또복이는 반려견이다. 코로나가 막 발발한 20년 초에 임시보호를 시작한 인연으로 함께 하게 되었으니, 어느새 3년이 넘게 동고동락하고 있다. 추정 나이지만 어느새 6살에 접어든 특별한 믹스견이다. 


그리고 23년 6월, 둘째이자 첫째 아들이 우리에게 왔다. 나와 아내를 반반씩 닮은 한 없이 이쁜 아기가 건강한 울음을 터뜨리며 세상에 나온 것이다. 이름을 뭘로 지을지 고민했다. 돌림자는 없었고, 양가 부모님들께서도 우리의 의견을 존중한다 하시어 아내와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이런저런 이름을 떠올렸다. 둘의 취향과 기준은 썩 잘 맞았는데, 무엇보다 너무 '요즘 이름'같은 느낌을 주지 않았으면 했고, 이왕이면 너무 남성적인 것보다는 중성적인 이름을 원했다. 그렇게 탄생한 이름이 지구이다. 


산부인과와 조리원을 거쳐 지구가 집에 온 후로, 우리의 생활은 아이가 갓 태어난 여느 부부네와 유사했다. 아내는 육아휴직과 출산휴가를 섞어 사용하고 있었고, 나는 직장에서 가급적 칼퇴를 한 후 집에 와서 육아를 도왔다.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산후도우미를 신청하였는데 마침 그래도 이모님이 지구를 이뻐해주셔서 아내는 기초 육아상식을 배우고 끼니도 거르지 않을 수 있었다. 육아는 생각보다 상당한 투입을 요하는 일이었다. 이건 정말 웬만한 일보다 힘들다. 그 작고 외부 자극에 취약한 아기를 자라게 만드는 것은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쏟는 관심과 노력이었다. 특히 신생아를 혼자 기르는 것(내가 출근한 시간의 아내 상황)은 거의 불가능하게 느껴질 정도였고, 산후도우미 기간이 종료된 후 지방에 계신 장모님께서 일주일에 며칠씩 올라와 주지 않으셨다면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것 자체가 힘들었을 것 같다.


이 외에도 수면, 수유, 목욕, 온도조절 등 모든 과정이 얼떨떨하고 챌린징했는데 그 이야기는 차차 일기에 녹여볼까 한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지구가 백일을 맞이하고, 조금은 더 사람같아진(?) 때가 왔지만 앞으로 당면해야 할 이벤트들이 훠얼씬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마음은 단단히 먹되, 그래도 백일간 잘 자라준 지구와 함께해준 우리 가족 모두 한 고비를 넘었다는 것을 자축했다.


하지만 지구가 만 4개월을 향해 가는 시점에, 여느 가정과 다른 상황이 연출된다. 아내가 마침 다른 곳에서 제안을 받아 이직을 하게 되고, 10월부터 일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어린 아이를 누가 돌볼 것인가? 아직 핏덩이(?)인 아기를 남의 손에 맡길 수는 없으니 나는 아빠의 권리인 육아휴직을 쓰고, 6개월간 지구를 직접 양육하는 주양육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여성들에 비해 아주 낮은데, 여전히 쓰기 눈치보이는 회사 상황, 혹여나 쓴다 해도 돌아올 곳이 애매해지는 직업안정성 문제, 가계소득 보전 문제 등 복합적인 이슈들이 얽혀있다. 나도 그러한 상황들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으나, 아내와 일을 바톤터치하는 점, 그리고 회사에서 다행히 육아휴직을 내가 원하는 기간만큼 사용할 수 있게 해준 점을 고려하여 휴직을 신청하게 되었다.


휴직에 들어가는 정확한 시점은 10월 초부터이지만, 기나긴 황금연휴(!) 사이에 휴가를 이리저리 끼워 넣으니 9월 26일부터는 회사에 나가지 않는 일정이 만들어졌다. 사회생활을 해 온 약 8년 동안, 이직 텀 2주를 제외하고는 항상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6개월간은 그동안 '일'이라고 생각해 온 회사일이 말끔히 없어졌다.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가 "좋겠다 쉬어서~~~~" 이다. 물론 대부분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는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하곤 하는데, 떠올려 보면 아이가 없던 과거의 나도 육아휴직 들어가는 회사 동료들에게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다. 역시, 사람은 무릇 직접 겪어보아야 제대로 공감할 수 있는가 보다.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을 겪을 것이 자명하니, 그 이야기들을 조금씩 기록해 가며 나의 30대 중반과 지구의 한 살을 추후에도 상세히 기억하고 세세히 추억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앞으로 잘 부탁해 지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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