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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쎄오 Nov 08. 2023

원더윅스를 알면 육아에 도움이 될까?

23.10.11 결국 감정이입과 이해의 문제 아닐런지

육아에 입문하면서 접한 수 많은 용어들 중에서 원더윅스라는 개념이 있다. 아기가 신체적/정신적으로 급격한 도약기를 겪으면서 발생하는 현상인데, 생후 20개월 동안 총 10번이 있으며 한 주기가 약 2주간 지속된다고 한다.  


특히 현재 지구와 같은 4개월 차에는 많은 아이들이 원더윅스를 겪는다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짜증과 보챔, 수면 패턴 변화, 식욕 변화 등의 현상을 동반한다고 한다. 그리고 커뮤니티를 보면 보통 수면 관련한 어려움을 가장 크게 겪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흔히 말하는 '100일의 기적'과 연관될 수 있는데, 100일(3개월 초)쯤 되면 8시간 이상 통잠을 자는 경우가 많기에 100일의 기적이라 하지만 이 기간이 그리 길게 유지되지 않고 4개월이 되면 다시금 새벽수유 횟수가 늘어난다던가 잠에 잘 못 든다거나 하는 현상이 발생된다. 한 번 달콤한 시기를 겪은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살짝 원망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네이버에 검색해 보아도 유독 '4개월 잠퇴행', '4개월 원더윅스'가 많다. (나도 검색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나다를까, 4개월차인 지구도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다. 100일 전후에는 한 번의 새벽수유만 하면 아침 7~8시까지 잘 자줬는데, 요즘은 새벽수유를 두 번 해야되는 날도 있을 뿐더러 새벽 4~5시에 깨고 나면 통 잠을 자지 못한다. 덕분에 하루 일과가 5시부터 시작하게 되는 갓생을 경험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원더윅스를 그리 깊게 신뢰하지는 않는다. 아기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이니만큼 모수를 크게 확보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원더윅스 개념에 대한 주된 공격 중의 하나가 '개인차가 크다'인데, 사실 20개월 중 10번이면 2개월에 1번이고, 그것이 2주간 지속된다고 하니 산술적으로도 25%는 원더윅스 기간이라는 말이 된다. 개인차를 감안할 경우 그 범위는 더 늘어날 것이고. 


그러므로 지구가 짜증이 많아지고 잠을 잘 못 자는 지금 상황이 원더윅스일 것이라 단정짓지는 않고 있다. 다만 트림을 충분히 안 한 것이 아닌지, 배가 고픈 것이 아닌지, 열이 나거나 어디 아프지는 않은지 등 기본적인 요소들을 하나씩 짚어 가면서 원인을 파악하되 그 모든 것들이 해당되지 않는다면 원더윅스로 추정할 수는 있다고 봐야겠다.


원더윅스 개념이 부모와 아이 관계에 있어서 주는 가장 큰 장점은 '공감'인 것 같다. 어른의 입장에서 볼 때 아기의 행동은 가뜩이나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 차 있는데, 특히 심하게 울거나 잠을 못 자면 으레 짜증스레 이유를 찾아내려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어떤 방면으로도 아기에게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을 때, 비로소 아기가 바로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걸 깨닫고는 그 작은 몸에서 일어나는 신비한 일에 경외감을 느끼고 또 성장통을 마주하고 힘겹게 이겨내 있는 아기에게 고마움을 갖게 된다.


결국 원더윅스라는 개념은, 존재하긴 하지만 뾰족하게 '이게 원더윅스다!'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보니 받아들이는 부모들이 아이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요소로 봐야할 것 같다. 


그러니 내가 지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적당히 원더윅스를 고려하는 것이 더 넓은 이해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나 본질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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