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24 겨울왕국 외출은 가혹할 나이니까
육아를 하면서 유독 민감해진 것이 온도와 습도다. 물론 우리 부부는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대체적으로 난방을 많이 하는데 그래도 감내할 수 있는 온도 범위가 넓으니 크게 신경쓸 것은 없었다. 습도는 따로 측정하지는 않고 좀 건조하다 싶으면 가습기를 트는 정도였다.
하지만 아기는 온습도에 워낙 잘 반응해서 적절한 수준을 맞추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걸 몸소 부딪치며 배우고 있다.
6월에 태어난 지구는 완전히 여름아기이다. 조리원에서 돌아온 후 알맞는 집 온도를 잘 몰라 평소대로 26도 정도를 유지했더니 피부가 붉어지고 땀띠가 올라와서 아차 싶었다. 그 후로는 하루종일 에어컨을 쌩쌩 틀어 실내온도를 21~22도로 맞추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후리스에 두터운 이불까지 푹 덮어야 맞는 온도였지만 불꽃남자 지구한테는 적당했는지 온도로 인한 피부 트러블은 잦아들었다.
그렇게 여름 같지 않은 여름을 보냈지만, 겨울을 맞이하고 보니 여름이 그리워지는 때가 많다. 대표적으로 외출할 때다. 여름 외출시에는 가급적 한낮만 피하고 그늘 위주로 움직이면 이동이 자유로웠고, 무엇보다 준비물이 많이 필요 없었다. 한창 더위를 탈 때에는 배내수트 하나만 입힌 채로 아기띠를 해서 덜렁 나갔는데, 지나다니는 어른들로부터 춥겠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지만 그만큼 가볍게 외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겨울이 되니 외출 한 번 한 번이 정말이지 보통 일이 아니다. 바깥온도가 영상일 땐 그나마 나갈 시도라도 하지 지금처럼 영하 10도를 훌쩍 넘기는 겨울왕국 시기에는 외출 자체가 거의 어렵다.
모자와 두툼한 우주복, 긴 양말로 바람 들어갈 틈을 막으면 1차 보온이 된다. 만약 날씨가 영상이면 아기띠를 시도해볼 수 있다. 아기띠 워머를 모자부터 폭 덮으면 꽤나 보온이 된다. 문제점은 지구가 답답해해서 울 수 있다는 점. 그래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날씨가 영하로 내려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물이 얼어붙는 온도이기 때문에, 숨을 들이마시면 에일 듯한 공기가 콧속으로 들어온다. 그런 찬 공기를 감당하기엔 지구는 아직 너무 어리다. 그러다 보니 외출을 위해서는 유모차가 필수이다. 유모차에 방한커버를 비롯한 장비들을 한가득 얹어야 비로소 지구와 나갈 수 있다.
더욱이 감기가 유행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사회생활 하는 어른들이 걸려와 옮는 경우가 많으니 아무리 아기를 데리고 밖에 안 나가고 따뜻하게 몸을 유지해도 감기에 한 번쯤은 걸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12월 한겨울을 맞이한 시점이 생후 6개월이라는 이슈도 있다. 태어날 때 엄마로부터 받은 면역이 사라지는 게 6개월 즈음이라 그 때쯤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구도 결국 콧물을 훌쩍거리며 감기를 앓아 병원에 가야 했다. 독감이 아닌 건 다행이지만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겨울아기가 부럽다는 웃긴(?) 생각이 든다. 물론 겪어보지 않은 애로사항이 당연히 있겠지만, 이맘때쯤 태어나는 겨울아기라면 100일 전까지는 외출을 최소화하고, 봄이 되어 날이 풀리기 시작하면서부터 걱정 없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 다음 겨울은 돌이 가까워지는 시기이니 아무래도 면역이 더 강할 것이고.
워낙 추위를 많이 타는 엄빠 + 감기에 걸려 힘겨워하는 지구 + 여름에 비해 엄청 늘어난 준비물 들의 콜라보로 종종 멘탈이 나가는 요즘이다.
하지만 지금 시기에, 크리스마스 룩을 입고 인어공주 자세를 하는 지구를 보는 것도 다시 없을 재미이니까, 좋은 면을 잘 받아들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