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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쎄오 Nov 01. 2023

공원 나들이, 선택이 아닌 필수

23.10.02  어떻게든 패턴은 지켜져야 하니까요

아내가 육아를 전담하던 백일여 까지는 나름 열심히 공부한 똑게육아를 통해 '먹놀잠' 패턴을 만들어가고 있었는데, 긴 연휴동안 나의 육아 개입이 늘어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요즘 부쩍 자란 듯한 지구의 변화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그 텀이 바뀌어가고 있다. 


이른바 '놀먹잠' 패턴이 되어가고 있는데, 자야 할 시간인데 못 자고 칭얼대서 놀아주다 보면 배고파서 울고 부랴부랴 분유를 타서 먹이면 다 먹지도 못한 채 잠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 패턴의 문제점은 분유를 다 먹지도 못하고, 트림도 안한 채로(잠든 상태에서는 트림을 아무리 하려 해도 거의 하지 않았다) 잠에 빠지기 때문에 수면의 질도 나빠지고 빨리 깬다는 점이다. 


오늘도 지구가 깨어난 후 아침 첫 패턴은 안정적으로 놀먹잠이 되었다. 아침수유 후 바운서, 타이니모빌, 아기병풍 등을 통해 충분히 놀아주다가 잠이 오는지 칭얼거리기 시작하자 10분 정도 아기띠로 재우고 침대에 눕힌 것이다. (물론 등 대고 재우는 게 좋다고 하정훈 원장님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누누히 이야기하시지만 현실은 정말 어려우니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가고 있다.)


그렇게 약 30분을 자고 깼는데, 그 후 두어 시간을 깨어 있으면서 놀아주고 했음에도 잠에 들지 못했다. 아기띠로 안아도 보고 침대에 눕혀서 쉬닥법도 해 보고 안아서 쪽쪽이도 물려 봤지만 울음만 거세질 뿐 잠에 못들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결국 원래 수유텀보다 조금 앞당겨 수유를 했는데, 아니나다를까 2/3정도 먹고는 기절하듯이 잠들었다. (아내와 나는 쾌재를 외치며 바로 침대로 뛰어들어 낮잠을 청했다! 유일한 휴식시간이다) 




이렇게 한 텀 한 텀을 집에서만 보내기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참 쉽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밖에 나가는 옵션을 고려하게 된다. 그래서 마침 날씨도 좋은 참에 북서울꿈의숲으로 향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 한 때 또복이 산책시키러 자주 가던 곳인데 3층짜리 주차장 건물이 있어 주차가 편한 게 장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주차장 입구에 들어서면서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주차장은 만차였고 계속해서 주차하려는 차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것이었다. 


결국 인고의 시간을 들여 주차를 했고 공원에 들어서자 왜 차가 많았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거의 모든 잔디밭 위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돗자리를 깔고 연휴의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고, 특히 아이들이 엄청 많았는데 아이들을 위해 공원에 나와야 하는 부모님들의 고충 아닌 고충이 먼저 떠올랐다(부모가 되니 관점이 이렇게 바뀌는구나)


나는 유모차를 밀고 아내는 또복이를 케어하며 산책을 했는데 따뜻한 햇빛과 가족들, 동물들이 한데 어우러져 동화같은 느낌을 주었다. 미술 작품 중에 내가 특히 좋아하는 작품이 있는데, 19세기 프랑스 미술가 조르주 쇠라의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이다. 점묘법을 사용한 독특한 화법도 좋지만 일요일이 주는 사람들의 북적임, 오후의 햇살이 주는 나른함 속의 반짝거림이 함께 담겨 있어 왠지 모를 아련함을 주는 작품인데, 어느 순간 나와 아내, 지구와 또복이가 이 작품 속의 등장인물이 되어 있다고 느껴서 기분이 묘했다.


공원 산책은 약 두어 시간정도였는데 지구는 정말 한 순간도 깨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유모차에서 잠을 잤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그랬을까 싶다가도 앞으로 지구를 재우기 위해서는 매일 이렇게 나와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덜컥 들었다. 앞으로 날이 추워지고 일교차도 커지면 점점 더 나오기 힘들어질텐데..


하지만 걱정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걱정보다는 고민이 더 건설적이고, 이러한 고민들은 이미 이 시기를 거쳐간 선배(?)들이 많이 하셨기 때문에 열심히 인터넷 서칭만 하면 다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냥 지금 이 순간 지구가 잘 잤고, 또복이는 산책을 잘 즐겼고, 나와 아내는 또 하나의 좋은 추억과 사진을 남겼다는 사실에 만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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