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널 만나기 전(1)외교관이 되고 싶었던 소녀

외교관이 되고 싶었던 강원도 소녀의 십 대 시절

by 은희망


내 꿈은 외교관
내가 미얀마로 가게 된 건 십 대 시절 품은 어떤 꿈 하나에서 비롯되었다. ‘외교관이 되고 싶다’

강원도 홍천군이라는 농촌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집에 있는 것이 참 답답했다. 젊었던 엄마 아빠는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그 덕분에 나와 동생들은 집에서 종종 불안에 떨어야 했다. 벗어나고 싶지만 함께 살아야 하는 곳, 떠나고도 얼마 후엔 결국 돌아오게 되는 곳, 바로 부모님이 있는 우리 집이다. 부모님 간의 갈등과 맞벌이로 인한 부재의 상황은 당시 어렸던 나에게 있어 정신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중학교 졸업 직전까지는 나의 진로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못했다. 온통 내 또래 친구들에게 어떻게 사랑과 인정을 받을까 걱정하는 게 내 주된 관심사였다.



중3의 삶을 뒤흔든 책과 다큐멘터리
그러던 어느 날, 나의 교실과 같은 층에 자리했던 도서관으로 발길이 끌렸다.

그때까지는 책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내가 집어 든 건 한비야 님이 쓴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이었다. 글씨도 빼곡하고 책도 낡아 손에 잘 안 잡혔을 텐데, 한비야 님의 여행기에 푹 빠져 버렸다. 내가 가보지 않은 나라들을 상상으로 여행해 다녔다. 한비야님은 주로 흔히 우리가 개발도상국이라고 하는 국가들을 방문했는데, 그녀가 전하는 현지 아동들과 여성들의 삶의 열악함에 같이 마음 아파했던 것 같다. 그렇게 그녀가 쓴 바람의 딸 여행기 4권을 모두 읽고 나니, 전쟁을 겪는 나라들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그다음부터 아프가니스탄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할레드 호세이니의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연을 날리는 아이>를, 리비아의 독재정권 속 고통받는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인 <남자들의 나라에서>,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소년병으로 살아간 이스마엘 베아 자전적 이야기 <집으로 가는 길>을 열중해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난 책 주인공 아이들에게 어떤 동질감과 함께 책임감 같은 걸 느꼈던 것 같다. 나아가 이 아이들의 삶이 보다 자유로워지게 하는데 기여하고 싶었다. 당시 유명했던 반기문 사무총장님의 영향도 받아 ‘외교관’, 나아가 ‘국제기구 활동가’라는 꿈을 설정했다. 이 꿈은 내 고등학교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평소 하는 둥 마는 둥 했던 학업에 열중하게 되었고 영어 공부도 열심히 했다. 단지 나만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한다는 사명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다.


그 밖에도 MBC에서 하던 <W>라는 월드 시사 다큐멘터리를 즐겨 봤다.

우리나라 밖 전 세계 주민과 공동체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현실을 취재해 TV를 통해 모두 보여 준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팔레스타인을 포함해 아랍의 분쟁 속 피해받는 난민들, 그리고 쓰레기 문제를 다룬 장면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W>는 내가 중1이던 2005년 4월 29일 처음 시작해, 고 3이 끝날 무렵인 2010년 10월 29일 257부로 막을 내렸다. 밤 11시 이후 상영을 했는데 그 걸 놓치지 않으려고 고등학교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기가 무섭게 집으로 달려와 TV 앞에 앉았다. 마지막 방영 날 정말 속이 상했다. MBC에게 정말 후회할 결정을 했다고 외치고 싶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이 국제개발협력의 배경이었으며,

내가 전 세계 아이들과 환경을 위해 하려고 했던 것 또한 국제개발협력이었음을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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