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개발을 이끄는 포스코 인터내셔널 책임자와의 만남
미얀마 내 한국의 경제 활동에 대해 직접 탐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을 품자마자 몇 달 전 페이스북을 통해 인사를 나누게 된 대학원 선배님을 떠올렸다. 당시 선배님께서 롯데호텔 건설 총괄자로 양곤에 주재하고 계신다는 정보를 기억하고 조심스럽게 연락을 드렸다. 선배님께서는 흔쾌히 만남에 응해 주셨고, 사무소로 오면 직접 건설 현장을 보여 주신다고까지 하셨다. 우와!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갔다.
선배님을 통해 나는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사기업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서로 비교해 볼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만났다. 선배님 사무실에서 책상에 마주 앉아 마치 기자가 된 것처럼 나는 사업에 관한 모든 질문들을 했다. 특히 사업이 진행되는 운영체계 및 참가자들의 관계를 궁금해하던 나에게 선배님은 직접 사업 소개 PPT를 TV 화면에 띄워 놓고 내게 상세히 설명해 주셨다. 나는 그 모든 내용을 내가 참여하고 있는 미얀마 개발연구원 설립 사업과 연관 지어 흡수했다.
이번 사업은 2012년 외국 민간기업으로서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최초로 미얀마 정부 부지 사용 허가권을 얻어, 해당 부지를 최대 70년간 임차해 운영한 뒤 반납하는 ‘건설 운영 양도(Build-Operate-Trasfer)’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당시 미얀마 정부는 네피도로 수도 이전 후 비어 버린 공관 토지 약 30여 개를 입찰에 내놓았다고 한다. 그 당시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현재 호텔이 건설되고 있는 양곤 인야 호수(Inya Lake) 인근의 국방부 소유 토지를 취득했고, 2014년 준공 승인을 받아 착공을 시작했다.
총 사업 규모는 약 3억 4400만 달러 (약 3800억 원)으로 미얀마 호텔 개발사업을 위해 포스코 인터내셔널과 포스코건설, 호텔롯데 등이 '대우 글로벌 디벨로먼트(DAEWOO GLOBAL DEVELOPMENT PTE. LTD)'라는 컨소시엄 법인을 설립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미얀마 ‘롯데호텔 양곤’의 현지 운영 법인은 ‘포스코 인터내셔널 아마라(POSCO INTERNATIONAL AMARA CO., LTD)’다. 미래에셋 대우가 사업 자금을 조달 역할을 했으며, 시공은 포스코 건설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향후 호텔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운영을 맡을 예정이다. 포스코 인터내셔널은 프로젝트 입찰 단계부터 호텔 개발 및 운영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주관사로 참가하고 있다. 마치 코이카가 하고 있는 사업 관리자 역할과 비슷하다. 다만 사업 자금은 다양한 이해 주체가 아닌, 한국 정부에서 나온다는 점이 달랐다.
현재 대우 아마라 호텔은 공정 약 90% 이상을 달성한 상태로 올해(2017년) 9월 준공식을 목표로 바삐 달리고 있었다. 다른 현지 입찰자들은 지금까지도 토지를 활용하지 못하고 방치하고 있는 상황과는 확연히 다른 진보를 겪고 있다. 강 하구에 위치한 양곤 다운타운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개발 구역이 점점 위로 올라오고 있는 요즘 추세에, 양곤의 중앙에 자리 잡은 롯데 호텔은 앞으로 높은 수요를 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인 야호수 인근에서 명망 높은 호텔은 세도나(Sedona), 멜리아(Melia)이지만, 롯데 호텔은 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지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해외투자 사업을 통해 미얀마에 돌아오는 이득이 뭘까? 양곤 시에서 본 사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냐는 질문에 선배께서는 명쾌하게 답해 주셨다. 미얀마는 외국자본과 기술을 도입해, 자국에 방문객들을 위한 최상의 랜드마크(Land Mark)를 유치하고, 무엇보다 현지인들에게 고용 창출의 기회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에서 큰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본 호텔 건설에는 하루 약 2,500여 명의 인부들이 동원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앞으로 호텔 운영을 위해 약 700명의 현지 직원을 고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 세계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유능한 미얀마인 호텔리어들이 오고 싶어 하는 곳이 될 거다. 얼마나 중요한 사업이면 양곤 시장이 직접 공사 현장 시찰을 나오기도 한다고 한다. 이처럼 '고용창출'이라는 미얀마 정부의 개발 의제와도 들어 맞고 투자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사업이어야 추진력을 갖고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 코이카 사업이 현지 당사자들에게 관심과 참여를 얻을 수 있도록 전략을 강구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포스코에 합병되기 전부터 대우와 미얀마가 쌓아온 인연의 시절은 약 25년이라고 한다. 포스코 대우는 현재 미얀마에서 가스전 운영, 호텔 건립에 이어 미얀마에서 생산하는 쌓을 가공한 뒤 수출하기 위한 목적의 미곡종합처리장 사업(2018년 완공 예정)을 추진 중에 있다. 기업의 영리만을 위한 활동 같아 보여도 모두 미얀마 경제 발전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들이었다. 선배님께서 포스코 대우와 미얀마 관련 사업을 소개해 주는 PR 영상을 보여 주셨을 때 나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어와 미얀마 음성 지원이 모두 가능해, 한국인과 미얀마 현지인 모두에게 기업과 사업을 소개할 수 있었다. 이렇게 체계적으로 홍보물까지 준비된 자세를 코이카 사업이 본받을 필요성이 있어 보였다. 미얀마 현지 공무원들 및 사업 수혜자들을 인터뷰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아직까지 이렇게 현지 사업 관계자의 이야기도 취합하지 못한 우리와는 비교가 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포스코 대우가 미얀마 내 다양한 지방에서 진행해 온, 의료 서비스 지원 및 병원 증축, 학교 보수 및 교육, 환경 보호 사업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을 때다. 이를 보며 기업에 대해 평소에 가졌던, 기업은 이기적인 활동이라는 나의 편견을 지울 수 있었다. 결국 양측이 상호 공존할 수 있을 때 투자자도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가치관이 세상에 자리 잡아가고 있다. 동시에 나는 포스코 대우의 활동이 코이카의 기능과 중첩이 되는 것인 아닌가 하고 혼란스러웠다.
나는 두 기관의 활동에 있어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코이카가 현지국의 개발을 위해 진행하는 사업들이 기업들이 진행하는 개발 사업과 가지는 차별성이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다. 어떻게 보면 기업은 본인들이 가진 전문성과 기술을 적극 활용해 보다 효과적인 사업 성취물을 도출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코이카 같은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사업들은 관련 분야의 비전문가들에 의해 진행될 가능성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최근 MDI, 도로 건설 사업 등 관련 기관 또는 정부 부처에 업무 수행을 맡기고 있다. 코이카는 사업을 발굴하고, 현지 정부와 공식적인 조율을 하고, 예산 집행, 사업 진행 및 결과를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한 편으로 사기업의 개발협력 사업은 공정한 수익 배분의 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공공 기관의 관리감독, 사업 분석, 협상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본다.
선배님은 2000년 초반에 KDI대학원 서울 캠퍼스에서 수학을 하셨다. 당시에는 대학원에 MBA 과정이 존재해 사기업 소속 학생들과 공공영역에 종사하는 다국적 멤버들이 네트워크를 쌓으며 서로에게 시너지가 될 수 있는 환경이었다고 한다. 현재는 공공정책 분야에만 학위 과정이 한정되어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셨다. 무엇보다 오늘날 공공 영역에서 많은 민관 협력 사업을 추진하면서,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사기업의 사업 발굴 및 운영 노하우를 배울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하셨다. 나도 코이카라는 공공 집단에서 운영하는 사업을 관찰하면서 운영 과정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상경 분야를 전공하시고 1992년 대우 인터내셔널에 입사하신 선배님은 처음 사업의 타당성 조사 부서에서 사업이 될 가능성이 있는 제안서들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업무를 맡으셨다고 한다. 그러다 직접 사업을 개발하고 수행하는 업무에 참여하며 아프리카, 유럽, 중남미를 전역을 다니셨고, 그 경험을 기반으로 현재 양곤에 첫 주재원으로 사업 총괄자로 파견되신 것이다. 나에게는 파란만장하게만 들리는 지난 25년 간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들려주시는 선배님을 통해 사업가로서의 겸손함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하고 계신 일에 대한 가치와 재미를 모두 지니고 계신 것에 감동을 받았다. 선배님이 걸어오신 길을 통해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이 훗날 사업 관리자로서의 나의 역량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고, 현재 본업에 충실해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 인야 호수 벤치에 앉으면 호수 너머로 반짝이던 건물의 존재를 안다. 그 불빛을 보며 내 가슴에는 한국인으로서의 자랑스러움이 솟나 나고 있다.
2017년 9월 연면적 10만 4123㎡ 의 15층짜리 고급 호텔 1동과 29층 규모의 장기 숙박호텔 1동을 갖춘 5성급 롯데 호텔이 문을 열었다. 2019년 미얀마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숙박했을 정도로 VVIP 고객이 투숙하는 '외교의 장'으로 자리매김했으며 2020년 개관 3주년을 맞이했다.
2019년 9월 8일 개관한 롯데호텔 양곤
http://www.wowtv.co.kr/NewsCenter/News/Read?articleId=A201709100056&resource=
2019년 미얀마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숙박했을 정도로 VVIP 고객이 투숙하는 '외교의 장'으로 자리매김한 롯데 호텔
https://www.news1.kr/articles/?3718637
올해 5월 31일 미얀마 롯데호텔 운영 체계 변동 관련 뉴스
https://www.etoday.co.kr/news/view/1900727
우리나라 기업의 글로벌 호텔 투자 관련 기사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4&oid=050&aid=0000052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