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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널 만나기 전(3)미얀마를 처음 방문하다

첫 해외파견 생활의 실패, 그리고 미얀마와의 첫 만남

by 은희망
드디어, 나의 사랑 미얀마가 등장한다. 때는 2013년 대학 3학년 여름이었다.


우연처럼, 길 위에서 한 대안교육기업을 알게 되었고 대표님으로부터 방학기간 동남아 여행 캠프 '부 인솔자' 역할을 제안받았다. ‘무료 해외여행이라니!’ 신이 나서 덥석 승낙을 하고 6월 종강과 함께 태국 치앙마이로 떠났다. 해외 파견에 있어 충분한 사전 조사나 훈련도 없이 급하게 떠난 여행의 후 폭풍은 컸다. 총 2개월 반이라는 짧은 시간은 내게 첫 해외 체류 경험이었다는 점에서 마치 2년처럼 느껴졌다. 나중에 코이카 해외봉사단으로 현지 생활을 하면서 ‘현지 적응 훈련’이 한 사람을 해외에서 얼마나 자유롭고 행복하게 만드는지 그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당시 직원 부부와 한국 십 대들과 사무소 및 숙소 겸용으로 사용되는 집에서 다 같이 생활했는데, 도착한 지 일주일 만에 우울증이 찾아왔다. 현지 적응을 제대로 못 한 거다. 나 혼자 방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태국 현지 언어도 모르고, 당시에는 해외에서 영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한 경험이 없어 영어 회화에 자신감도 없어 기가 죽어 있었다. 먼저 와서 살고 있는 중학생 한국 아이들보다 내가 못 한 것만 같았다. 집 밖을 나서기가 두려웠다. 시내를 나가려고 동네 대중교통을 혼자 타는 것도 두려웠다.


다 같이 움직일 때 빼고는 집 주변만을 배회하다가 1달 동안의 배낭여행이 시작됐다. 라오스로 국경을 건너 가 며칠 관광을 하고 다시 태국으로 넘어와 지방의 한 불교 대안 공동체 마을에서 일주일을 생활했다. 거기서도 나는 혼자였고 우울했다. 방콕으로 넘어와서는 비행기를 타고 미얀마 ‘만달레이’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뜨겁고 더웠다는 것과 긴 도로 위를 건넜던 것, 시내의 Fortune Hotel이라는 숙소에 머물렀고, 밤에 집에서 하는 전통 인형극을 보았으며, 아침에 추어탕 같은 맛있는 국수를 한국 돈 400원에 먹었다는 점이 기억에 남았다. 나중에 그 음식을 미얀마에 와서 매일 즐겨 먹을 줄 알았을까. 미얀마에 다시 오고 나서야, 그 국수는 미얀마 거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힝가’라는 전통 쌀국수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 정신은 혼미했다. 잠이 쏟아지기만 했다. 버스를 타고 바간이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미얀마 고대 불교 도시라고 한다. 마차를 타고 수많은 불교 사원과 탑을 보러 다닌 것, 그리고 길가 식당에서 엄청나게 푸짐한 식사를 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흰쌀밥과 함께 작은 접시에 여러 가지 반찬들이 나왔는데 어떤 건 한국의 나물볶음 같았고 어떤 건 향신료가 들어간 인도 카레 같은 맛이 났다. 모두가 내 입맛에 잘 맞았다.

2013년 미얀마의 우기가 한창일 때, 우리는 시장에서 트레킹화를 사 신고 인레 호수를 보기 위해 껄로 트레킹에 나섰다
트레킹을 하며 보이는 샨주의 푸른 자연과 때 묻지 않은 아이들 모습을 가슴에 담았다. 이후 나는 2017년 두 번째 껄로 트레킹을 떠났다. 그 때는 나 혼자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껄로’라는 샨주의 마을에서부터 ‘인레호수’까지 걸어 여행하는 1박 2일 트레킹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나는 마치 끌려가는 당나귀처럼 괴로웠다. 한 마디로 억지로 이 여정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 스스로도 버거운 상태였다. 심지어 당시는 미얀마의 우기로, 걷는 내내 비가 오고 그치기를 반복했고 진흙 길과 물웅덩이가 가득했다. 비옷과 땀으로 인해 습해진 몸을 이고, 축축한 발로 하루 종일 걷는 건 고역이었다. 그러면서 나는 참가자가 아닌 부 인솔자로서 아이들한테 씩씩한 모습을 보여 주고 아이들의 생생한 여정을 전달해 줄 사진들을 찍는 임무도 수행해야 했다. 나도 챙기기도 힘든데 남까지 챙겨야 하는 그 순간이 너무 괴로웠다.


이것이 내 첫 미얀마 여행의 기억이다.

사람의 마음은 세상을 보는 거울이 되어 준다는데, 당시 내 마음은 어둡고 지쳐있었다.

그래서 미얀마에 있는 나도 제대로 된 미얀마를 만날 수 없었다.

미얀마를 제대로 볼 기회가 3년 뒤에 다시 찾아올 줄 나는 예견했을까?





나의 2013년 첫 해외 생활 & 미얀마 여행기가 궁금하다면?
아래 링크에서!

http://cafe.daum.net/hellopeacecamp/pA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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