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도쿄_우리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서른 살에 떠난 30일간의 배낭여행 4/30

by Hongchic
도쿄 도청 전망대 - 신주쿠 스티커 사진 - 오다이바 석양 - 오오에도 온천

어제 바로 자버려서 여행 계획을 못 짰다. 하루 살이 여행객인 나와 동생은 조식 빵을 뜯으며 어딜 가볼지 찾아봤다. 그런데 자꾸 구글 지도가 일본 체육의 날이라고 알려준다. '체육의 날? 그게 뭐야?'라고 생각하면서 검색을 해보았는데, 맙소사 공휴일이다. 도쿄 올림픽이 개최됐던 것을 기념해 만든 국가 지정 공휴일이라고 한다. ㅋㅋㅋㅋㅋ 뭐야 왜 웃긴데. 체육의 날ㅋㅋㅋㅋㅋㅋㅋ 젠장 결국 난 여유로운 평일의 도쿄는 볼 수 없게 됐다.

매일 아침 허기진 배를 채워줬던 일용할 조식


어제 만났던 친구 진아가 도쿄 도청 전망대에 무료로 올라갈 수 있다고 했던 게 생각나 일단 도청으로 향했다. 체육의 날이라 ㅋㅋㅋ 도청이 문을 닫았으면 어떡하지라고 걱정을 좀 했지만, 외국인 할아버지 할머니 무리가 도청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안도했다. 아 진짜 체육의 날 ㅎㅎㅎ 뭐야 ㅎㅎㅎ. 겨울엔 도쿄 도청 전망대에서 후지산까지 선명하게 보인다고 한다. 자세히 보니 저 멀리 후지산 능선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무료로 도시 경관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어떤 외국인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찍어줬더니, 창틀이 보이지 않도록 '몰 클로즐리 하게' 다시 찍어 달라고 했다. 예민한 그의 비위를 나는 친절히 다 맞추어주었다. 기념품 샵에서 엄마와 할머니께 선물할 손수건도 몇 개 구매했다.

도쿄도청 앞에서. 도쿄가 그런데 도가 맞나요? 시가 아니고? 도쿄도? 도쿄시?
도쿄 도청에서 본 전망

점심은 신주쿠에 있는 멘야무사시라는 식당에서 츠케멘을 먹었다. 우동을 육수에 찍어먹는 음식인데 동생이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서 열심히 찾아갔다. 식당 안은 젊은 종업원들의 활기로 넘쳤다. 엄청 큰소리로 서로 어떤 메뉴가 나왔는지, 누가 갔는지, 누가 새로 왔는지, 어떤 메뉴를 주문했는지를 외쳤다. 동생과 나는 우리도 일을 이렇게 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거 같겠다고 얘기하며 낄낄댔다. “여기 기획서 하나 완료요!” “다음 기획 들어갑니다~” “결제 올립니다! 리뷰 갑니다~”

활기찼던 멘야무사시. 나도 저렇게 일하면 신바람이 나려나?

밥을 먹고 스티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을 찾아갔다. 엄청난 포샵이 과연 우리를 어떻게 미화시켜줄지 기대가 컸다. 요즘 일본도 인형 뽑기가 유행이라 스티커 사진기가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겨우 찾아낸 스티커 사진 샵에서 우리는 배를 잡고 뒹굴었다 웃겨서.. 아니 내 얼굴을 왜 이렇게 만들어 놓는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 피콜로가 돼버렸다. 그래, 웃겼으니 됐다.

멀쩡할 얼굴을 왜 이렇게 만들어 놓는 겁니까?

푸글렌이라는 카페를 들려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에너지를 충전해 오다이바로 향했다. 오다이바 해상 공원에서 레인보우 브릿지와 선셋을 보고, 오오에도 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돌아올 계획이다. 여기서는 생뚱맞게 자유의 여신상을 볼 수 있다. 도대체 자유의 여신상을 왜 만들어 놓은 걸까.


Tip! 혹 미국 여행을 갔다 왔다고 거짓말을 해야 할 상황이 생긴다면 오다이바에가서 자유의 여신상 사진을 찍어라.

오다이바의 자유의 여신상. 이게 왜 있는 걸까. 우습기도하고 재밌기도하고

해상 공원에서 보는 선셋은 아주아주 멋졌다. 태양은 오렌지 빛으로 강을 물들이며 금세 쏙 들어가 버렸다. 타임랩스를 찍고 싶었는데 의도치 않게 어떤 외국분이 출연해주시는 바람에 영상을 종료하고 말았다. 금빛으로 변했다가 파란색으로 그리고 다시 까맣게 변하는 하늘은 정말 아름다웠다. 멋진 하늘을 감상하며 오오에도 온천으로 향했다.

멋진 선셋. 해는 떠올랐다 지기만하더라도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오오에도 온천은 한국식으로 치자면 찜질방에 더 가깝다. 어제 숙소에서 외국인만 쓸 수 있는 쿠폰을 찾아 직원분에게 인쇄해달라고 했던 것을 아주 요긴하게 사용했다. 3만원이 넘는 입장료를 1만 5천원까지 할인받아서 저렴한 가격에 입장했다. 여성 탈의실에서 유카타를 입고 로비로 나와 가츠돈을 사 먹었다. 유카타는 아주 편했다. 탈의실 벽 한편에는 유카타 안에 꼭 속옷을 입으라고 쓰여 있었다. 원래는 맨몸에 입는 게 맞죠?


유카타를 입고 온천욕을 하는 컨셉은 외국인 관광객을 모으기에 아주 적합했다. 우리나라라면… 음... 찜질복 대신에 소복을 주어야 하나? 고쟁이나? 이런 생각을 하며 수면실에 가서 일본 방송 ‘우동vs라면’ (우동과 라면 중 뭐가 더 맛있는지 투표하는 컨셉의 방송)을 좀 보다가 잠이 들었다.


30분쯤 눈을 부치고 온천욕을 시작했다.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니 하루의 피로가 다 날아가는 듯했다. 삼십 분 정도 몸을 담그고 찬물에 샤워를 했다. 바디워시, 클렌징 폼, 샴푸, 린스가 모두 구비돼 있어 편리했다. 드라이어기와 머리빗, 로션과 스킨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주요 역까지 무료 셔틀버스도 운영하기 때문에 노곤한 몸을 이끌고 복잡한 지하철을 갈아타지 않아도 된다. 1만 5천원의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숙소에 가서 씻지 않아도 된다! 쌩얼이지만 난 당당하다.

4박 5일의 도쿄 여행이 끝났다. 내일은 새벽부터 일어나 신주쿠역으로 가서 공항 철도를 타야 한다. 동생과 헤어져 혼자 하는 여행의 시작이다. 과연 무사히 여행을 잘 마칠 수 있을까?


도쿄를 여행하며 동생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좋았다. 초, 중, 고, 심지어 대학교도 같은 곳에서 졸업하고 판교라는 같은 지역에서 서비스 기획자라는 같은 직업을 갖고 있는…(이렇게 쓰니까 무섭다) 하지만 성격도 생김새도 참 많이 다른 우리 자매.


27년 간 한 집에 살면서 눈빛만 봐도 뭘 하고 싶은지, 배가 고픈지 똥이 마려운지 알 수 있는 우리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동생아 내일 출근 잘해라.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 호스텔에서 편의점 초밥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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