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떠난 30일간의 배낭여행 14/30
해골성당 밖에 볼 게 없다는 쿠트나호라에 대한 사람들의 평은 틀렸다.
어제 푹 쉬어서인지 몸이 좀 나아졌다. 밥과 약을 챙겨 먹고 짐을 싸서 민박집에 맡겨 놓은 뒤, 프라하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는 현동이 오빠를 만나 프라하 중앙역으로 향했다. 오늘 오빠와 나는 프라하에서 오른쪽으로 50km 정도 떨어져 있는 쿠트나호라라는 곳에 방문할 예정이다. 이 곳은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실제 사람 뼈로 만들어진 해골 성당으로 유명한 곳이다.
프라하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쿠트나호라 중앙역에서 내린 뒤, 작은 경전철로 갈아타 쿠트나호라 세들렉역에 내렸다. 총 걸린 시간은 50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금세 도착했다. 쿠트나호라 성모마리아 대성당에서 해골 성당, 센트럴 보헤미안 갤러리, 세인트 바바라 성당에 입장할 수 있는 big4 티켓을 구매했다. 날씨가 흐리지만 작은 마을 곳곳이 운치 있고 예쁘다. 고요하고 조용한 마을에 있으니 마음도 잔잔해진다.
대성당에서는 지붕과 건물 사이, 영화 노트르담의 꼽추 콰지모토가 종을 울렸던 공간을 둘러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 나무로 이어진 이 바닥이 성당 건물의 가장 꼭대기라는 사실이 새삼 새로웠다. 쿠트나호라의 성모마리아 대성당은 유럽의 어느 성당보다 검소하고 수수했다.
대 성당을 둘러보고 해골 성당에 들렸다. 해골 성당은 15세기 체코에서 발생한 종교전쟁인 후스전쟁의 희생자의 유골로 성당 내부를 장식한 것으로 유명하다. 입구에서부터 기묘한 기분이다. 저게 다 사람 뼈라고? 도대체 몇 명의 사람이 여기에 있는 거야. 성당 안에는 후스전쟁에서 공격을 받아 죽음을 맞이한 전사들의 유골이 따로 전시돼 있었다. 이 곳의 조형물들은 모두 장님 수도사가 하나하나 쌓은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나약함과 잔인함 그리고 신에 대한 충성심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점심을 먹고, 센트럴 보헤미안 갤러리로 향했다. 다양한 그림과 조각들이 전시돼 있는 공간을 한 참 돌아보았다. 이 작품들이 어떤 의미 일지 현동 가이드님과 상의하면서, 그리고 때로는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곳의 직원들은 모두 친절했고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우리를 존중해주었다.
쿠트나호라의 킬링포인트는 세인트 바바라 성당.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성당 내부와 외부 장식이 발길을 이끌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성당 앞 포도밭에서 먹었던 글라스 와인. 'wine’o clock'이라고 이름 붙여진 가판에서는 그 포도밭의 포도로 만든 와인을 한 잔씩 팔고 있었다. 그곳에서 와인을 마시면서 쿠트나호라 마을의 전경을 감상했다. 와인을 다 마신 후, 현동 오빠는 가판대를 지키는 여인이 예쁘다며 몇 번을 돌아보았다.
바바라 성당을 살펴보고 다시 기차역으로 향했다. 프라하로 돌아가 중앙역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는 야간열차를 탈 예정이다. 먼 길을 가기 전 프라하의 유명한 쌀국수 가게인 ‘리멤버’에 들려서 뜨끈한 국물을 먹기로 했다. 내일부터는 한식이 없는 생활이 시작된다. 그나저나 하룻밤을 묵을 4인실 쿠셋에 과연 어떤 사람들이 탑승하게 될까. 아무도 안 탔으면 좋겠다는 나의 희망은 헛되겠지.
해골성당 밖에 볼 게 없다는 쿠트나호라에 대한 사람들의 평은 틀렸다. 볼 게 많다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여행에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결국, 각자의 길과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여행이지 않을까.
덧.
여행을 다녀온 지 한 달 후.
현동 오빠는 쿠트나호라에서 15,000여 구의 유골이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인터넷 뉴스 기사를 보내주었다.
투어객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며 호기심을 자극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 토요 미스터리 극장을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 공포는 역시 인간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