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쿠트나호라_볼 게 많다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서른 살에 떠난 30일간의 배낭여행 14/30

by Hongchic
해골성당 밖에 볼 게 없다는 쿠트나호라에 대한 사람들의 평은 틀렸다.

어제 푹 쉬어서인지 몸이 좀 나아졌다. 밥과 약을 챙겨 먹고 짐을 싸서 민박집에 맡겨 놓은 뒤, 프라하에서 가이드를 하고 있는 현동이 오빠를 만나 프라하 중앙역으로 향했다. 오늘 오빠와 나는 프라하에서 오른쪽으로 50km 정도 떨어져 있는 쿠트나호라라는 곳에 방문할 예정이다. 이 곳은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실제 사람 뼈로 만들어진 해골 성당으로 유명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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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쿠트나호라 중앙역에서 내린 뒤, 작은 경전철로 갈아타 쿠트나호라 세들렉역에 내렸다. 총 걸린 시간은 50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금세 도착했다. 쿠트나호라 성모마리아 대성당에서 해골 성당, 센트럴 보헤미안 갤러리, 세인트 바바라 성당에 입장할 수 있는 big4 티켓을 구매했다. 날씨가 흐리지만 작은 마을 곳곳이 운치 있고 예쁘다. 고요하고 조용한 마을에 있으니 마음도 잔잔해진다.

IMG_7853.JPG 성모마리아 대성당의 모습
IMG_7941.JPG big4 티켓. 덕분에 쿠트나호라를 알차게 돌아볼 수 있었다.

대성당에서는 지붕과 건물 사이, 영화 노트르담의 꼽추 콰지모토가 종을 울렸던 공간을 둘러볼 수 있어서 재밌었다. 나무로 이어진 이 바닥이 성당 건물의 가장 꼭대기라는 사실이 새삼 새로웠다. 쿠트나호라의 성모마리아 대성당은 유럽의 어느 성당보다 검소하고 수수했다.

IMG_7866.JPG 성모마리아 성당의 지붕

대 성당을 둘러보고 해골 성당에 들렸다. 해골 성당은 15세기 체코에서 발생한 종교전쟁인 후스전쟁의 희생자의 유골로 성당 내부를 장식한 것으로 유명하다. 입구에서부터 기묘한 기분이다. 저게 다 사람 뼈라고? 도대체 몇 명의 사람이 여기에 있는 거야. 성당 안에는 후스전쟁에서 공격을 받아 죽음을 맞이한 전사들의 유골이 따로 전시돼 있었다. 이 곳의 조형물들은 모두 장님 수도사가 하나하나 쌓은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나약함과 잔인함 그리고 신에 대한 충성심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IMG_7877.JPG 해골 성당 입구
IMG_7880.JPG 유골로 만들어진 상들리에

점심을 먹고, 센트럴 보헤미안 갤러리로 향했다. 다양한 그림과 조각들이 전시돼 있는 공간을 한 참 돌아보았다. 이 작품들이 어떤 의미 일지 현동 가이드님과 상의하면서, 그리고 때로는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곳의 직원들은 모두 친절했고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우리를 존중해주었다.

IMG_7904.JPG 미술의 역사를 재밌는 연표와 일러스트로 표현한 작품
IMG_8170.JPG 어지러운 현대 미술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었더니 나 조차도 어지러워 보인다.

쿠트나호라의 킬링포인트는 세인트 바바라 성당.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성당 내부와 외부 장식이 발길을 이끌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성당 앞 포도밭에서 먹었던 글라스 와인. 'wine’o clock'이라고 이름 붙여진 가판에서는 그 포도밭의 포도로 만든 와인을 한 잔씩 팔고 있었다. 그곳에서 와인을 마시면서 쿠트나호라 마을의 전경을 감상했다. 와인을 다 마신 후, 현동 오빠는 가판대를 지키는 여인이 예쁘다며 몇 번을 돌아보았다.

IMG_7898.JPG 세인트 바바라 성당 가는길.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IMG_8176.JPG 바바라 성당의 전경.
IMG_7916.JPG 성당 앞 포도 농장에서 만들어 파는 화이트 와인은 상큼하고 맛있었다.

바바라 성당을 살펴보고 다시 기차역으로 향했다. 프라하로 돌아가 중앙역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가는 야간열차를 탈 예정이다. 먼 길을 가기 전 프라하의 유명한 쌀국수 가게인 ‘리멤버’에 들려서 뜨끈한 국물을 먹기로 했다. 내일부터는 한식이 없는 생활이 시작된다. 그나저나 하룻밤을 묵을 4인실 쿠셋에 과연 어떤 사람들이 탑승하게 될까. 아무도 안 탔으면 좋겠다는 나의 희망은 헛되겠지.

IMG_7940.JPG 쿠트나호라 곳곳을 미리 공부해 나에게 설명해줬던 현동 오빠(가이드). 친구 잘 둔 보람이 있다.

해골성당 밖에 볼 게 없다는 쿠트나호라에 대한 사람들의 평은 틀렸다. 볼 게 많다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여행에 답은 정해져 있지 않다.

결국, 각자의 길과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여행이지 않을까.

IMG_8187.JPG 내일부터는 헝가리다!

덧.

여행을 다녀온 지 한 달 후.

현동 오빠는 쿠트나호라에서 15,000여 구의 유골이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인터넷 뉴스 기사를 보내주었다.

투어객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며 호기심을 자극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 토요 미스터리 극장을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 공포는 역시 인간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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