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부다페스트_화룡점정 바로 온(천)맥(주)

서른 살에 떠난 30일간의 배낭여행 16/30

by Hongchic
세체니 온천 > 시민 공원> 어부의 요새 > 세체니 다리 > 다뉴브강 유람선 탑승
어젯밤 야경 투어에서 만난 은서 씨와 오전 9시 세체니 온천에서 재회했다.

혹시나 해서 챙긴 수영복이 빛을 발하는 시간. 오늘은 부다페스트 워터파크에 간다! 입장권을 구매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세체니 온천은 남탕과 여탕이 뚜렷하게 구별돼 있지 않다. 락커가 있는 공간은 남녀가 셰어 하고, 나무로 된 탈의실 개인 부스에서 각자 수영복을 갈아입은 후, 바로 온천에 입장하는 방식이다. 샴푸질이나 비누칠은 따로 하지 않는다. 그냥 온천수니까 믿고 몸을 맡기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세체니 온천의 모습. 저 노란색 벽 너머로 환상의 워터파크가 펼쳐진다.

노천탕에 나가니 무척 춥다. 빨리 물에 들어가야지! 물은 적당히 따뜻하다! 사지가 흐물거리는 이 느낌.

작년부터 스노클링에 맛들려서 물귀신처럼 물만 찾아다녔는데 정말 오랜만에 풀장에 들어가니 기분이 너무 좋다. 개인기인 머리 물에 안 담그고 평영 하기 일명 호텔 수영을 마음껏 했다. 몇몇 분들이 어떻게 하는 거냐며 물어보셔서 노하우를 전수했다. 팔을 양쪽으로 넓게 휘젓고 다시 모으는 순간 다리를 휘젓는 동작을 반복하면 된다. 개구리처럼 세체니 온천을 헤엄쳐 다녔다.

한참 물에 몸을 담그다가 은서 씨와 온천 앞에서 구매한 솝프로니 맥주를 깠다. 부다페스트에서 온맥이라니! 부다페스트의 화룡점정은 바로 이 온맥이다. 하아~ 세상이 다 내 것 같다.

세체니 온천의 모습. 오전에 가야 물이 깨끗하고 줄도 서지 않는다. 그리고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
맥주는 안에서도 판다. 하지만 가격이 두 배. 미리 준비해가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9시에 입장해 무려 3시간 반을 세체니 온천에서 보냈다. 사우나도 하고 다양한 탕에 들어가 보면서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23살 귀여운 은서 씨와 함께여서 더 즐겁고 재밌었다. 혼자 갔으면 좀 심심했을 뻔했네. 젊은이와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젊은이들도 언니와 보낸 시간이 즐거웠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주의. 단신에게는 쉽지 않은 물 수위ㅎㅎㅎ

어제 가이드님이 추천해주신 식당에서 은서 씨와 함께 굴라쉬와 슈니첼, 그리고 토카이 와인을 먹었다. 크으~ 온천 끝나고 배고플 때 먹는 밥 맛이란. 역시 밥은 배고플 때 먹는 밥이 최고다. 사실 온천을 마치고 나와서 바나나 우유가 그렇게 먹고 싶었다. 나중에 세체니 온천 앞에서 바나나 우유 장사를 해보면 어떨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토카이 와인이 달콤해서인지 자꾸 꿀벌이 달려들었다. 한 잔 치고는 비싼 가격.

은서 씨와 난 각자 숙소로 헤어져 단장을 하고 함께 야간 유람선을 타기로 했다. 둘 다 우연히 만난 여행자로부터 공짜 유람선 티켓을 받은 상황. 나는 숙소에서 너무나 깨끗한 내 얼굴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어부의 요새로 향했다. 주말이라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국회의사당이 보이는 카페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마셨다. 거기서 해가 저물고 진한 파란색이 됐다가 어둡게 변하는 하늘을 구경했다.

낮에 본 어부의 요새의 느낌은 밤과 또 다르다.
어부의 요새 카페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 스타벅스에 속지말고ㅠ 테라스쪽 카페에서 꼭 커피를 드세요.

한참을 앉아 있다가 은서 씨를 만날 시간이 돼 세체니 다리를 건넜다. 데이트하는 수많은 연인들을 구경하며 한국에 있는 남지 친구와 손을 잡고 이 다리를 건너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년에는 그와 꼭 같이 살아야겠다.


10번 선착장에 도착해 유람선에 탑승했다. 한국인이 얼마나 타댔으면, 직원이 한국어로 인사를 한다. 블로그의 힘을 새삼 체감할 수 있었다. 따뜻한 와인을 마시며 유람선에서 야경을 구경했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다시 봐도 심장을 멎게 하는구나. 국회의사당 위를 날아다니는 갈매기 조차 아름답게 보인다. 끼룩 끼룩 끼룩

세체니 다리의 화려한 조명

유람선에서 하선한 뒤, 은서 씨와 아쉽게 이별하며, 한국에서의 만남을 기약했다.

내일은 슬로베니아의 블레드로 이동한다.

비가 내린다고 하는데 비를 맞는다고 내가 녹는 건 아니니까. 괜찮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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