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떠난 30일간의 배낭여행 25/30
그린마켓 > 스프리트 올드타운 > 마르헨 언덕
오늘은 늦잠을 잤다. 밀린 빨래를 세탁방에 맡기고 그린마켓을 구경하며 한국에 기념품으로 가져갈 꿀과 방향제 등을 구매했다. 동네 주민처럼 아무런 목적 없이 슬슬 골목골목을 둘러보다가 한국에서는 잘 보지 못했던 무화과와 서양배를 구입하고, 저녁에 먹을 맥주를 샀다.
내일은 크로아티아에서 마지막 도시인 두브로브니크로 이동한다. 그동안 간장 달걀밥을 할 수 있게 해줬던 간장과 쌀을 정리해야 한다. 가져가기는 무겁고 버리기에는 아깝기 때문에 다음에 들어올 여행객을 위해 아파트에 두고 가기로 했다. 포스트잇에 구매일과 요리법을 적었다. 한식이 고픈 한국인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아니다. 국적과 관계없이 길 위를 떠도는 여행객의 요리에 감칠맛을 선사해주길.
올드타운 관광지를 보며 한국인 단체 관광객을 잔뜩 마주쳤다. 크로아티아가 뜨긴 떴구나. 하긴 나도 알 정도니까. 한국인 여행객들은 모든 여행지를 숙제하듯 다닌다. 관광 명소에 빨리 방문해 사진을 남기고, 다음 명소로 총알처럼 이동. 잘 나올 때까지 카메러 셔터를 누르고 다시 블로그에 나온 맛집을 찾아 이동한다. 나도 결과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자랐으니 다를 바 없다. 찍은 사진이 몇 장 안되면 하루의 성과가 좋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여유롭게 즐기기 위해 떠난 여행인데, 스스로에 대한 점수를 매기고 성과를 측정한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가 정서와 심리적 상태에 미치는 영향이 이토록 크다니.
성과 위주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남는 것은 허탈감뿐이다. 어차피 성공했다고 정의되는 사람들은 소수에 불과할 텐데. 대다수의 구성원이 허탈감과 공허함을 느끼는 사회가 과연 건강하다고 볼 수 있을까. 의식적으로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남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해야겠다. 어차피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나 자신이니까.
근처 마르헨 언덕에 올라 해가 지는 모습을 구경했다. 스플리트에서의 마지막 저녁이 저물고 있다. 내일은 마지막 여정지인 두브로브니크로 떠나야 한다. 여행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