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떠난 30일간의 배낭여행 28/30
두브로브니크 > 자그레브
오늘은 비행기를 타고 두브로브니크에서 자그레브로 이동하는 날이다.
내일 나는 자그레브 국제공항에서 폴란드 항공을 타고 바르샤바에서 환승한 뒤 인천으로 귀국한다. 짐을 싸고 민박집 사장님의 비빔밥을 먹고 체크 아웃을 했다. 공항버스를 타는 정류장에 도착하니 영아 씨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화를 전공한다는 영아 씨는 작은 선물이라며 우리가 처음 만났던 플리트비체의 그림을 나에게 주었다. 어제 최고 맛있는 고추장 삼겹살을 만들어줬던 재현 씨도 배웅을 나왔다. 물을 좋아하는 상훈 씨는 열심히 카약을 타고 있다며, 나오지 못해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하룻밤의 인연인데 너무 애틋하고 아쉽다. 그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며 나는 두브로브니크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티켓을 발권하고, 가방을 정리하는데, 아뿔싸! 민박집 방 열쇠가 만져진다. 비빔밥을 먹다가 열쇠를 반납하는 것을 깜박했나 보다. 황급히 민박집에 연락했더니 사장님이 열쇠를 공항 어딘가에 숨겨놓고 알려 달라고 한다. 나는 공항에서 사람 손이 가장 안 닿을만한 곳을 재빨리 스캔하고, 그곳에 열쇠를 숨긴 뒤, 사진을 찍어서 민박집 사장님에게 전송했다. 부디 열쇠가 무사히 전달될 수 있길.
자그레브 공항에 내려서 짐을 찾은 뒤 잠시 정리하기 위해서 벤치에 앉았는데 휴대폰이 떡하니 떨어져 있다. 좀 기다리면 찾으러 오겠거니 했는데 10분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 버튼을 눌러보니 한국어로 설정이 돼 있다. 한국인의 휴대폰을 자그레브에서 줍다니. 지도도 모든 예약 바우처도 휴대폰으로 해결하는 요즘 세상에서 휴대폰 없이 여행하기 정말 힘들 텐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공항 보안 요원에게 가서 휴대폰을 주웠다고 얘기했다. 그는 나를 분실물센터로 안내해주었고, 나는 오후 2시경, 1번 수화물 플랫폼 근처 벤치에서 휴대폰을 주었다는 것을 설명한 뒤, 직원에게 습득한 휴대폰을 맡겼다. 그리고 유럽 배낭여행을 하는 한국인이라면 모두 가입하는 네이버 카페 유*에 관련 글을 게시했다.
휴대폰을 맡기고 입국장으로 나와 미리 예약한 호텔에 전화를 했다. 호텔은 공항까지 픽업 샌딩 셔틀버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내가 있는 곳을 전화로 설명하니 10분 뒤에 호텔 셔틀버스가 도착했다. 영어로 전화하는 것은 엄청난 긴장을 동반하지만 더듬더듬 열심히 말한 덕분에 돈도 노동도 들이지 않고 아주 편하게 호텔에 도착했다. 이렇게 편해도 괜찮은 걸까 생각하며 짐을 풀었다. 샤워를 하고 맥주를 마시며 넷플릭스로 '인디아나 존스 최후의 성전’을 틀었다. 오늘은 내일부터 시작될 길고 긴 비행을 준비하며 푹 쉬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