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벗고 까발린다.1탄.400일세계여행 얼마나 썼니?

인플레이션, 미친 환율, 거기다 미친 tip문화.

by 홍어른

https://brunch.co.kr/@hongcho0618/20


발가벗고 까발린다 시리즈.

1탄) 얼마나 썼니?



우리 여정을 브런치에 올린 지 한 달이 채 안 됐지만, 어느덧 10일 후면 1년이 된다.

지난 1년 간 64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쓴 돈이 대체 얼마일까, 계산해보자.

매일 가계부를 기록하진 않았지만, 계좌와 여행예산을 넣어둔 체크카드에서 빠져나간 금액을 모두 계산하니,


350일간 쓴 금액은 총 1억 4천만 원.
1년 월 평균 1,200만 원, 하루 40만 원.
우리 가족이 세 사람이니 한 사람 당

하루 여행경비로 보면 133,000원.


늘 은행 계좌를 볼 때면 파란색 숫자(입금액)와 빨간색 숫자(출금액)가 번갈아가며 있었는데, 여정 이후엔 레드카펫처럼 끝없이 빨간 숫자(출금액)만 펼쳐져 있다. 중간중간 가뭄에 콩 나듯 파란색 숫자가 나온다.

“뭐지?”

눈이 크게 떠지지만, 출처 불명의 어딘가에서 이자로 보낸 18,853원이다.

여정을 떠나기 전 목표는 400일 기준 1억원이었으나, 보기 좋게 초과되었다.

정도로 예산 계획이 크게 빗나간 이유가 뭘까?






첫째, 목표예산 수립 시 5살 아들의 몫을 너무 낮게 책정했다.

우리에겐 밥 한 끼도 거르지 않는 정우가 있다. 녀석이 성인 1명 이상 먹어치운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예산 중 가장 큰 항목 중 하나가 식비인데, 어쩌다 일찍 잠든 며칠을 제외하고 340일 내내 삼시 세 끼+@를 꼬박 챙겨 먹었다. 생소한 음식과 환경에서도 굴하지 않고 잘 먹는 모습이 기특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배고프다는 말에 한숨이 나온 적도 많았다.


“엄마, 나 배고파.”

“뭐라고??? 정우야, 2시간 전에 밥 많이 먹었잖아.”

“아까는 적게 먹었어. 지금 너무너무 배고파.”

“너, 파스타 한 그릇 다 먹고 피자 3조각 먹고 엄마 음식까지 뺏어 먹었잖아.”

“아니, 엄마. 그래도 내가 지금 배가 고픈데 어떻게 해?”


나는 먹어도 먹어도 계속 배고파. (랍스타 한 마리 혼자 다 먹고, 아침 먹은지 2시간 지났는데 하몽샌드위치 사달라는 어린이.)


거기다 저가항공이나 국적기 항공을 이용할 때 어린이 좌석은 성인 가격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일부 항공사는 약간 저렴했지만, 할인 폭이 매우 적다. 어린이의 박물관 무료입장, 대중교통 무료이용 등의 베네핏이 있었지만, 1년 치를 계산해 봐도 100만 원이 채 안된다. 여행 예산을 계산할 때 성인 3명으로 계산했어야 했다.




둘째로 3개월 간의 미국 대륙 자동차 횡단여행이다.

코비드 이후 가파른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의 모든 게 아찔할 정도로 비쌌다. 당시 환율까지 미쳐 1달러 당 1,450원까지 올랐던 최악의 시기다.

가장 기대했던 미국횡단이었기에 높아진 물가를 어느 정도 각오했지만, 온몸으로 체감하는 미국의 물가는 정말 대단했다. 극강의 물가를 자랑하는 하와이부터 보스턴까지 89일 간 이스타 비자기간을 꽉 채워 미국에 머물렀으니 계좌가 초토화될 수밖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2달 간 13,000km를 달렸던 자동차 횡단여행으로 자동차 렌트비와 주유비, 잦은 숙소 이동으로 인한 숙박비까지 높아졌다. 하와이에서 만난 young님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소형 SUV를 빌렸지만, 보험료 포함 하루 10만원이 넘기에 만만치 않았다.

허름해보이는 음식점에서 밥을 먹어도 한 끼 최소 5만 원 이상 지출해야 했다. 어른들이야 아무거나 먹는다지만, 한창 자라는 어린이의 영양을 신경써야 하기에 매일 패스트푸드를 먹을 수도 없었다.


사람 당 한 끼에 적어도 15달러를 지불했다. 무려 tip 미포함 금액이다. 지금 생각해도 미국의 팁 문화는 도대체 누가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화를 불렀다.

점심은 최소 15%, 저녁은 최소 20%를 팁으로 지불해야 한다. (고급식당에서는 22%부터 시작한다.)

강제성을 띄는 아니라지만, 팁을 안 내면 웨이터의 인상이 구겨지니, 이게 말이 되나 싶다. 참고로 팁을 이중으로 낼 수 있으니 잘 살펴야 한다. 일부 식당에서는 영수증에 팁을 미리 넣어서 청구한다. 이걸 모르고 추가로 20% 넘는 팁을 지불하는 사고가 생길 수 있다.

아무리 피곤해도 영수증 내역 확인은 필수다. 때로는 셀프서비스 식당에서도 계산 시 tip을 선택하라고 나오는데.. 뻔뻔하게 No tip을 선택해야 한다.



뉴욕 코리아타운의 유명 한식당, 오징어볶음, LA갈비, 된장찌개, 참이슬, 콜라 (심지어 계란찜은 서비스)


당시 물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

국 음식이 그리워 찾아간 한식당에서 주문한 순두부찌개 1인분 22달러 (당시 환율로 한화 30,800원), 아이가 매일 사달라던 아이스크림 2스쿱에 와플콘 추가하면 11달러 (당시 환율로 15,400원)

뉴욕 한식당에서 오징어 볶음, 된장찌개, LA갈비, 콜라, 소주 1병을 주문하니 팁 포함 21만원이 나왔다.



을 아끼는 게 여행의 목적이 아니기에,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자연사 박물관, 과학 박물관, 미술관, 놀이공원 등을 찾게 되는데, 그 때마다 어마어마한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1인당 10달러 미만으로 입장할 수 있는 곳이 있던가? (아! 워싱턴 D.C 의 박물관들은 무료라서 너무 좋았다.)

올랜도의 디즈니월드에 방문했을 때 세 명의 입장료만 60만원이 넘었다.

그토록 기대했던 디즈니월드 입장료가 너무 비싸서 단 하루만 방문했고, 점심값을 아끼려 김밥 도시락을 싸갔다.



그렇게 미국을 횡단하며 쓴 돈이 5,800만원이다.

월평균으로는 1,933만원,

88일을 나누니 하루 659,000원,

하루에 1인당 22만원을 쓴 셈이다.

한 명으로 계산하니 비난받을 정도는 아니라고 조심스레 말하고 싶다. 지금 생각해도 당시 인플레이션과 1,400원대 환율은 해도 해도 너무 했다.




세 번째로 숙박비다.

숙박비도 식비에 이어 큰 예산이기에, 평균 숙박비 15만원 목표로 여정을 시작했다. 우리 부부는 호스텔, 게스트하우스 등 싼 숙소에서 묵으며 배낭여행 경험이 있지만, 5살 아들과 함께하는 초장기 여정에서 마냥 싼 곳에 머물 수는 없었다.

더구나 러-우전쟁 이후 발발한 에너지 가격의 고공행진으로, 15만원짜리 숙소는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고, 결국 평균 18만원의 숙박비를 지불했다. 하루 3만 원이 늘었지만, 목표예산보다 천만원 추가 지출됐다.


400일 초장기 여정에서 아무리 부지런히 움직여도 하루 12시간 이상 활동은 무리다. 나머지 시간을 숙소에 머무르게 되는데, 편안하고 좋은 숙소는 머무는 도시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힘이 있고, 여정 전반을 행복하게 한다. 이를 몸소 깨닫다 보니, 더 지불하더라도 좋은 조건과 위치의 숙소를 찾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자연스레 숙박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외식비다.

우리 부부는 외식기업에서 오래 일했고, 한국 복귀 후 현업으로 복귀할 수 있기에, 시장조사 차원의 예산을 따로 넣었는데, 주문 메뉴 수가 한 두 개 늘어나며, 어느 날엔 하루 4끼를 먹기도 하고, 우연히 발견하는 음식을 맛보기도 하면서 예산이 초과되었다.

여정 중 더운 날씨를 많이 겪었는데, 걷다가 마주치는 아이스크림 가게는 5살 어린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처럼 ‘티끌이 모여 거덜’ 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솔솔하게 계좌를 녹였다.

이렇게 지출한 간식비용만 1년 간 700만 원(하루 2만 원)을 넘어간다.






한 달간 열심히 일한 결과물 월급을 받고 나름 알뜰하게 살았다는 뿌듯함으로 카드내역서를 보는 순간

‘뭐가 이렇게 많이 나왔지? 잘못된 거 같은데??' 내 눈을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고나면 낙담 가득한 수긍을 한다. ‘그래. 맞아. 이거 그때 샀지. 그때 여기 갔었구나.’

이번 여정도 여지없이 같았다. 분명히 아낀다고 아꼈는데,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이 적지 않다.

1년에 1억 4천만 원이라는 큰 돈을 여행에 쓴다는 것... 아무리 세 가족의 여행이지만 너무 많은 돈을 쓴 게 아닌가 비판받을 수 있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더 아꼈을 수도 있다. 미국과 호주를 스킵하거나 한 두 도시만 도장찍듯 방문하고, 동남아나 아프리카, 남미에 머물렀다면 예산을 아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투자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기 위함이 여행의 큰 이유였기에, 미국을 포함한 '미래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도시'에 가는 게 예산을 아끼는 것보다 중요했다.


몇 년 전 발행된 여행책자엔 세 가족이 5천만원으로 1년 이상 여행한 사례도 있다. 대단한 가족이지만, 여행의 목적이 다르기에 맞다 틀리다를 논하기보다, 서로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2020년 코비드 이후로 세계 모든 것이 바뀌었고, 여정의 절반이상이 선진국 대도시라면 1년 예산은 1억 이상이 현실적이다. 인플레이션과 환율을 감안해도 최소 1억 1천만 원선이라 생각한다.


세계여행을 떠나지 않았다고해서 냉동인간처럼 통 안에 들어가 돈 한 푼 안 쓸순 없다. 즉, 한국에서도 기본 생활비부터 지출되는 돈이 적지 않다. 우리 가족이 서울에서 거주 당시 통신비, 보험료, 교육비, 식비, 관리비, 대출이자 등 한 달 평균 400만 원가량 지출되었기에 1년 약 5천만 원으로 계산하자면, 세계여행하며 추가로 9,000만 원을 지출했다고 볼 수 있다.


해외 유심카드를 구매했지만, 한국의 통신비를 지출하지 않았고, 매달 20만원 가량의 관리비, 1년 간 납입중지해 둔 각종 보험료와 건강보험료 등 한국을 떠남으로 인해 지불하지 않아도 된 비용도 많다. 각종 경조사 비용이 지출되지 않았고, 가족모임의 제반비용 역시 해외에서는 들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국 물가 또한 엄청나게 올랐으니, 밥값과 식재료 구매비 등 생활비가 늘었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세계여행으로 드는 경비가 천문학적인 금액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세계여행을 구상하고 있다면, 세계여행을 떠나지 않고 한국에서 지출하던 비용을 염두하기를 제안한다.


2탄은 '여행 전까지 대체 얼마나 모았어?'인데, 재산을 전부 공개해야 하는 일이라 이렇게 밝혀도 되나 싶지만, 우리 이야기를 읽고 단 한 사람에게라도 인생의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이어지는 글)

https://brunch.co.kr/@hongcho06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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