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탄을 읽은 독자라면 자연스레 ‘저들은 돈이 얼마나 많길래 오랫동안 세계여행을 할 수 있지?’라는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우리도 세계여행 준비할 때 다른 세계여행자의 사례를 보며 가장 궁금해했던 건 “도대체 돈이 얼마나 있어야 세계여행을 떠날 수 있는 거야?”
그 누구도 속 시원하게 밝히지 않던 보유 재산에 대해 속속들이 시원하게 다 까발려 보자.
우리는 2016년 6월에 결혼했으니, 이제 꽉 채운 7년 차 부부다.
남편은 종종 이렇게 말하며 나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너는 나와 결혼하기 위해, 내가 근무하던 B사로 이직한 게 맞아. 그 이직은 네 인생의 신의 한 수란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했던 입사 일주일 차, 회사 대표님과 임원진이 함께하는 전체 미팅에서 남편은 내게
"홍대리님, 혹시 결혼하셨습니까?"라는 기상천외한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을 듣고, 미팅자리에 있던 임원진들 모두 황당한 표정으로 우리 두 사람을 쳐다봤고...
대표께서는 "조팀장, 그런 질문은 회의 끝나고 개인적인 자리에서 하시죠?..."
내 표정은 너무나 당혹스러운 나머지 똥 씹은 표정 그 자체였다.
당시 남자친구가 있냐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 이유는 결혼만 안 했다면 그깟 남자친구 있어봤자 빼앗을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단다. 결혼 안 했다는 대답을 듣고 '아, 이 여자와 결혼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못생긴 39살 노총각이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왔는지 몰라 정말..
(남편 왈 : 남편을 만나러 회사까지 옮긴 그녀를 위해 먼저 대시하며 손을 내미는 배려를 보냈단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지만, 못생긴 얼굴과 덧니마저 귀여워보이기 시작하면 이미 끝난 거라던데... 그의 그치질 않는 애정공세에, 어느 순간 노총각 조팀장이 자꾸만 귀여워 보였다. 그렇게 시작한 우리의 만남은 결국 결혼으로 이어졌다.
잘한 걸까? 잘한거지!! 2016년 6월 18일,
결혼 전 남편 명의 아파트 한 채가 있었다. '그래도 아파트라도 한 채 있어야 결혼 안 하겠나?' 노총각 아들에 대한 걱정이 많으셨던 시부모님께서 송파의 대단지 아파트를 한 채 마련해두셨다.
* 2007년 당시 2.3억 실 투자금 + 대출 2.9억 = 5.2억
여기까지 들으면 부모님께서 적지 않은 돈 투자해주셨으니, 남편이 금수저는 아니어도 은수저라 할 수 있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남편은 결혼 전까지 9년 동안 송파아파트를 월세 임대하여 발생한 보증금 7,000만 원과 매달 들어오는 월세 140만 원까지 모두 부모님께 드렸고, 2억 9천만 원에 대한 대출이자를 매달 원리금과 함께 꼬박꼬박 갚아 나갔다. 결혼할 즈음에는 대출금을 2억 1천으로 줄였는데, 착실한 남편이 한 직장에서 10년 넘게 근속하며 꾸준히 갚아 나간 덕분이다.
거기다 남편은 6년간 함께 살던 대학 후배의 사업자금 4천만원을 빌려줬다. 그것도 본인 돈이 아니라 마이너스 통장에서 인출해서 빌려줬단다. (아유 속 터져. 착한 건지, 경제 개념이 없는 건지) 당연한 수순처럼 후배의 사업은 실패했고, 빌려준 돈은 돌려받지 못했으며, 첫 직장에서 받은 소중한 퇴직금 4천만 원은 마이너스 통장을 갚기 위해 입금 즉시 사라졌다.
즉 송파 아파트를 소유했지만, 대출 원리금과 이자로 나가는 월 비용은 높았고, 은행 잔고는 거의 제로였다.
10년간 불황이던 부동산 경기는 호전될 기미조차 없어, 남편은 소위 말하는 '하우스 푸어'였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중견기업에서 10년 일했다는 남자가 은행 잔고가 없다. 결혼식장을 계약하는 데 예약금 200만원이 없어서 내가 냈다. 이후 모든 결혼비용 또한 내가 지불했다. 결혼 준비 중 신혼부부에게 할인폭이 크다는 H백화점카드를 발급받기로 했다. 연봉이 높은 남편 앞으로 하는 게 이득이라는 설계사 말에 카드를 만드는데, 남편 재산에 압류가 있어 카드발급이 안된단다. ‘이 남자 진짜 사기꾼 아니야? 송파에 집 있다는 것도 거짓말 아니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압류내역을 확인해 보니, 다행이라 할지 모르겠지만, 수십 건의 자동차 범칙금 미납과 자동차 검사 미 실시로 인한 과태료였다. 진짜 인생을 어떻게 산 거니? 한심하게 그를 쳐다보면, 작은 눈만 껌뻑껌뻑 거린다. 그 모습마저도 귀여웠으니, 나도 미쳤던 게 분명하다.
* 깜빡한 게 있어 추가한다. 노총각 큰 아들 장가가니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하셨던 시부모님께서는 맏며느리에게 줄 고급 예단을 준비하고 계셨다. 새 신부들이 선호하는 샤넬백과 롤렉스 시계 같은거..
매일 2호선 지하철에 낑겨 출퇴근하는 처지에, 샤넬백이 왠 말이냐. 어머님이 준비하셨던 예단은 그대로 현금으로 받아 우리 씨드머니에 들어갔다. 친정엄마께서 사위 시계 사주라고 주신 돈도 마찬가지다.
당시 샤넬백과 시계를 샀다면 좋았을까?싶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정리하면 결혼 당시 송파아파트 가치
당시 시세 5억 3천만 원 - 월세 보증금 7,000만 원 - 대출잔액 2억 1천만 원 = 2억 5천만 원
2007년 5.2억에 매매 이후 10년 간 부동산 가격이 그대로였으니,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철저하게 실패한 투자였다.
주위에서 “이정아, 그 돈 도대체 어떻게 모은 거야?”라며 부러움을 받을 때가 있다. 나 또한 한 직장에서 9년간 일하며 일개미처럼 돈을 모았다. 어렸을 때부터 돈 때문에 고생하는 엄마를 보며, 돈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았고, 서울에 사시는 부모님 덕분에 자취에 드는 비용이 없어, 월급의 80%를 적금에 붓고, CMA와 엄마 지인분들의 계에도 참여하는 등 돈 모으기에 몰두하여 서른 살 즈음 계좌에 1억을 모을 수 있었다.
결혼을 하던 34살, 내 현금자산은 1억 5천만원이었다. 더 현명했다면 시드머니를 활용해 부동산투자를 했을텐데, 레버리지 개념을 모르던 일개미는 열심히 돈을 모으기만 했다. 이게 제일 아쉽다.
* 결혼 전 우리의 부부 둘 자산의 합은 4억원이었다. 남편의 나이 40살, 나는 34살이었다.
7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 자산은 어떻게 되었을까?
결혼 당시 송파 아파트는 월세 임대 중이라, 관악구 나 홀로 아파트의 저렴한 전세를 구해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맞벌이 신혼시절부터 시드머니를 확보해 나갔다. 두 사람이 함께 벌어들이는 소득 중 남편의 월급은 통째로 저축했고, 내 월급만으로 아파트 대출이자를 갚고 생활비를 아끼며 알콩달콩 살았다. 한 달 4~500만 원씩 저축하니, 어느새 중량감 있는 목돈이 되었다.
15년째 타던 자동차도 바꾸지 않았으니, 꽤 절약하며 산 것 같다. 신혼이니 가능했으리라. 그렇게 신혼생활을 보내다 아이를 가졌다. 임신과 동시에 남편의 승진까지... 우리 부부는 더없이 행복했다. 나는 심했던 입덧을 참아가며 임신 6개월까지 회사를 다녔고 (과도한 업무스트레스로 태교를 위해 6개월 차 퇴직) 출산 이후에는 산후우울증을 견뎌내기 위해 50일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성실한 남편 또한 일주일 100시간 이상 일하며 안정적인 수입을 가져다주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신생아를 키우며 악착같이 살았구나 싶다.
정들었던 난곡 신혼집, 오랫동안 살 줄 알았는데...
정우가 태어난 지 45일 되던 날, 우리가 거주하던 아파트 집주인이 갑자기 집을 팔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이중과세가 시작되었던 시기다. 세입자인 우리에게 한마디 언질없이 집을 매도하기로 했다며, 지금 당장 집을 보여주라고 했다. 단 한 팀이 왔는데, 깔끔하고 예쁘게 꾸며두었던 터라 보고 난 직후 바로 계약이 되었다. 한 팀이 왔을뿐인데, 3시간 후 집이 팔렸다는 얘기에 어안이벙벙했다.
임대인은 좋은 분이셨지만, 매도에 익숙치않아 세입자에게 먼저 매수 의사를 묻는 관례를 모르셨고, 우리도 정우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처음 온 분이 바로 계약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전세금 시세가 올라 계약 갱신 때 추가로 지급할 보증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45일짜리 핏덩이를 데리고 이사해야 하다니... 으악.
그때부터 우리의 고민이 커졌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야 한다. 친정엄마께 아기를 맡기고, 남편 퇴근 후 매일 밤 전세를 알아보러 다녔다. 예산과 맞는 깨끗한 전세를 찾기란 어려웠다.
"이정아, 우리 그냥 작은 집이라도 사자. 전세를 구해서 살다가 이번 경우처럼 쫓겨나면 어떻게 해?"
"오빠, 그래도 집을 매매하는 거 괜찮을까? 세금도 엄청나다는데.."
"당장 송파아파트 임차인한테 갑자기 집을 비워달라고 하는 건 예의가 아니야. 이번에 경험해보니 다 필요 없고, 내 집에서 마음 편하게 살고 싶어. 세금 많이 내야 되면 그냥 내자. 힘들더라도 다른 좋은 집 찾아보자."
"다주택자한테는 대출도 안된다는데? 일단 알아볼게."
(송파아파트는 1층이고, 당시 어린이집으로 운영 중인 덕분에 안정적인 월세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계획에 전혀 없던 다주택자가 되었다. 그간 모아둔 시드머니와 부족한 금액을 대출받아 부부 공동명의로 관악산이 보이는 봉천동 언덕 위 대단지 24평 아파트를 매수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된 아파트 등기를 가지게 된 기쁨은 잠시였다. 송파 아파트 대출이 있는데, 추가로 대출을 내야하는 생각지 못한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다.
당시 1 주택자인 남편에게 대출이 나오지 않아, 내 이름으로 1억이 넘는 큰돈을 빌려야했다. 레버리지를 두려워했던 나는 무서웠다. 아파트 계약금을 내기 위해 아이 50일 때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다. 닥치는 대로 일을 받아서 모유수유하며, 아이 낮잠 시간에 일했다.
생후 50일 된 아들과 쫓겨나다시피 한 상황에서 투자나 시세 차익 같은 건 생각할 수도 없었고, 2개월 후 집을 내줘야하니, 그저거주 안전성이 너무나 간절하고 절실했다. 남편의 출퇴근이 수월한 2호선 라인,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있는 대단지 아파트를 찾았을 뿐이다. 새 집을 장만한 2018년 이후 부동산 상승장이 시작되었다. 애초부터 투자목적이 아닌 안정적인 실거주 목적으로 구매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수익이 생겼다.
송파 아파트는 지금까지 보유 중인데, 12억 시세에 현재는 전세 세입자가 거주 중이다. 우리는 세입자의 요구사항에 대해 최대한 모든 것을 다 해드리고 있다. 베란다 새시 교체부터 화장실 보수공사, LED 조명, 보일러 교체 등 큰 비용이 들더라도 곧바로 해결해드렸는데, 그래서 복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살고 있다.
2020년 6월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다. 보유 현금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수개월 동안 공부하다가, 안전한 미국 우량주식에 투자해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 이야기는 '제3탄 투자여행, 지금도 벌고 있니?' 편에서 자세히 다루어 보려 한다.
세계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 후, 살던 아파트를 매도했다. 세금을 내고 남은 돈으로 부채를 일부 상환하고, 아들 딸 노릇하기 위해 양가에도 일부 보내 드렸다. 그리고 지금 500일 세계 여정을 이어나가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 자산의 총합은 얼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가족의 총자산은 17억 8천만 원이다.
1년 여행 경비 1억 4천만 원과, 주택담보대출, 전세 보증금 등 부채를 모두 제외한 2023년 6월 23일 기준 순자산이다. 결혼 전과 비교해 4.5배 자산이 늘어났다.자산이라는 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러-우전쟁과 경기 불황, 금리 인상 등의 이유로 자산이 반 토막나는 경험도 해 보았기에, 언제든 자산의 대부분을 잃는 날이 또 올 수도 있기에, 모든 자산은 지금 시점 기준으로 계산했다.
자랑하거나 잘난 체하고 싶어 재산을 공개하는 건 분명 아니다. 자랑할만큼 큰 돈도 아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이 말을 꼭 하고 싶어서다.
우리 부부가 자산을 늘려나갈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둘이서 함께 모든 것을 만들어간다는 마음가짐과 실천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 여행중인 지금도 하루 4시간 이상, 여정을 통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투자 관련 공부를 하며 대화를 나눈다.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있는데 잘못된 얘기다. 백지장은 맞들지 않으면 구겨지거나 찢어진다. 우리는 비밀없이 자산 모두를 공개하고, 공동 관리 한다. 투자도 함께 공부하고 논의하며, 함께 의사결정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한쪽으로 힘이 쏠리기도 하고, 미친 듯 싸울 때도 있지만,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 대원칙은 ‘자산을 함께 만들어 나간다’ 그래야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남편은 모든 경제권을 내게 일임했다. 남편은 철저하게 역사적 통계와 과학적 사실이 주는 교훈을 자신의 삶에 투영하며 사는데, ‘여자가 남자보다 더 성숙하고, 뛰어나다.’는 확신이 있다. 특히 결혼 후에는 남자가 돈 관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가장 소중한 존재인 와이프를 절대적으로 믿고 함께한다'는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 있다.
주식투자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던 때, 남편은 바이오 주식 하나에 완전히 꽂혀 송파 아파트까지 팔고 올인해서 앞에 보이는 성수동의 아크로포레스트에 살자며 서울숲 공원을 걸었다. 만약 내가 뜯어말리지 않았다면, 지금 어떤 일이 벌어졌을 지 모른다. (현시점 그 주식은 -75%)
물론 남편은 지혜롭고 현명한 남자이기에 지금껏 훌륭한 의사결정을 해 왔지만, 한 번씩 괴짜같은 생각으로 혼란에 빠트릴 때가 있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가 되기도 하고, 말리기도 설득하기도 힘들 만큼 꽂힐 때가 있다. 그걸 잘 아는 현명한 남편은 나와 열띤 토론을 하며 스스로 마음의 정화를 한다.
남편은 한국에 돌아가면 부부가 함께 자산을 만들어 나가며, 재산을 공유하고 공동관리해야 하는지, 왜 아내의 말을 경청해야 하는지를 전국을 돌며 강연하겠다고 한다. 송파 아파트도 내 명의로 이전하는 걸 검토한 적이 있을 만큼, 모든 걸 나와 함께 하려 한다.
남편이 '부부가 함께 자산을 만들어가는 문화'를 원하는 간절한 이유는 주위 너무나 많은 부부들이 재산을 따로 관리하고, 특히 남자들이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처럼 행동하다가, 가정이 파탄나는 경우'를 많이 봤기때문이다. 대체 왜 사랑하는 아내와 의논하지 않았는지 안타까워 한다. 그리고 나와 자산에 대해 대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솔직히 어떨 땐 떨어져 있고 싶지만, 결국 그 시간들이 돈을 벌어다주었음을 알게 된 후로는 마다하지 않게 되었다. 참고로 남편은 페미니스트가 아닌, 한번 사는 인생 아내와 모든걸 함께 하기를 원하는 평범한(?) 남자다.
3탄 지금도 벌고있니? 에서는 지난 1년간의 여정동안 투자로 벌어들인 자산을 공개하려 한다.
우리의 이야기는 단 하나의 목적뿐이다. 한 사람 혹은 한 가정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누군가에게 작은 영감을 줄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