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버팀목이자 지킴이’를 줄여 '아버지'라고 한다. 아버지의 역할은 해외여행에서 더욱 빛을 발해야 한다. 374일째로 접어든 여정동안 아이의 '안전'과 관련해 실제로 벌어졌던 일들을 정리해 본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가족들이 부쩍 늘고 있기에, 즐거운 추억만 가득한 여행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참고로 아들 정우는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한국나이 7세, 만 5세 어린이다.
1. 바다 수영 중, 구조대에게 두 번이나 구조된 경험.
가장 최근 구조대가 출동한 건 2023년 6월 이집트의 아름다운 휴양도시 샤름엘셰이크의 ‘하난 해변’이다. 샤름엘셰이크의 거의 모든 해변은 걸어서 20m 정도만 들어가도 곧바로 스노클링을 할 수 있다. 환희와 공포가 교차하는 바다 절벽에 환상적인 모양과 색색깔의 산호가 조화를 이루고, 수십 종의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산호와 입을 맞춘다. 70cm는 족히 넘는 물고기 수십 마리가 떼를 지어 움직인다.
Sharks bay에서 핸드폰으로 촬영한 홍해바닷속.. (동영상 캡처본이라 화질이 아쉽다. 실제로 보면 훨씬 멋지다.)
“아빠, 여기가 넘버원이야, 진짜 너무 아름답고, 물고기가 정말 많아!! 그리고 물고기가 엄청 커!!”
그렇게 아빠와 아들은 흥분상태로 더 짜릿한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며 바다 절벽을 따라 이동한다. 안전을 위해 피어와의 거리를 확인해 가며 수영한다. 아직까지 돌아갈 여유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그 후 3분 정도 지났을까. ‘이제 돌아가야겠다’ 생각하며 몸을 반대로 돌리고, 피어 쪽으로 헤엄을 친다. 아무리 세차게 헤엄쳐봐도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이거 큰일 났다. 어쩌지?’
짜릿함에 젖어 파도의 크기와 바람의 방향을 고려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자주 가던 스노클링 장소인 Sharks Bay에 몸과 사고가 맞춰져 있었다. 샥스베이는 파도가 매우 완만하며, 바람이 피어 쪽으로 불어 돌아갈 때 수월하다. 모든 힘을 동원해서 헤엄쳐보지만, 여전히 제자리다.
“정우야, 빨리 헤엄쳐!! 빨리 가자!!”
“왜, 아빠 왜 그래? 큰 물고기 만났어?”라고 물으며 웃음을 보인다.
“정우야, 빨리 헤엄 쳐.” 자유형으로 2km도 쉬지 않고 수영할 수 있는 나지만, 구명조끼와 스노클링용 마스크에 정우까지 끌고 앞으로 나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정우가 계속 스노클링을 하려 하자,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빨리 헤엄쳐!! 빨리 가자고!!!”
아이가 놀라 울음을 터트린다. 자기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직감했는지 평소와 울음소리가 다르다. 울먹이며 정우도 헤엄쳐보지만 계속 제자리를 맴돌 뿐. 반경 70m 이내에 아무도 없고, 피어까지는 너무 멀다. 먹고사는 문제의 생존이 아닌 목숨 자체가 위협받을 때의 공포가 이런 걸까? 그리고 옆에는 어린 아들까지있다. 정우의 울음소리가 구조 요청이 됐는지, 피어에서 서너 명의 남자들이 엄청난 속도로 우리 쪽으로 헤엄쳐서 다가오고 있다.
‘후..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피어와 해변에 있던 모두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정우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울음소리는 더 커진다. 구조대원들이 우리를 끌며 수영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정우는 웬 아저씨들이 자기를 잡아가는 줄 알았는지, 절규하듯 운다. 정우를 내 쪽으로 당기며 “정우야, 괜찮아, 괜찮아, 헤엄을 쳐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아서, 삼촌들이 도와주러 온 거야.”
구조대원들도 물살을 이기는 게 버거웠는지 보통 우아하고 숙련된 폼을 유지하며 구조하는데, 보기 민망하고 미안할 정도로 풍차를 돌리듯 팔과 다리를 다급히 돌린다. 우리와 동행하고 있는 이집트 친구 파레스도 우리를 구하러 뛰어들었고, 이정이도 피어 쪽으로 황급히 달려왔다.
“어디에 물렸어?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그렇게 우리는 구조되었다.
해변에서 깊은 바다로 갈 수 있도록 연결해둔 다리를 피어라고 한다.
배가 보이는 인근이 바로 제자리 헤엄을 치던 곳이다. 지금 생각해도 공포감이 몰려온다.
부끄러움이 가득한 Tip.
바다에서 물놀이하거나, 스노클링 할 때, 파도의 세기와 바람의 방향을 예의주시하세요. 처음 가 보는 바다는 가급적 사람이 많은 곳에서 즐기세요. 인적이 드문 이유가 있어요. 몸에 착용하는 각종 장비들이 수영 속도를 저하시킨다는 사실도 인지하세요. 특히 자녀와 함께 있을 때 당신의 위기 대처 능력은 현저히 반감됩니다. 자녀의 안전을 위해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함을 유지하세요.
비치 바로 옆에 브라운 펠리컨과 바다사자, 물개들이 뛰놀고 있다.
샌디에이고 유명비치 '라 호야비치' 사진 속 파도는 잠시 소강상태.
구조대 도움의 첫 경험은 2022년 9월 미국 샌디에이고의 ‘라 호야 비치’다. 아들이 아닌, 아내의 이야기다.
삼면이 둘러싸인 아름다운 해변인 라 호야비치는 파도가 유입되는 입구가 좁아 파도가 높으며 거칠다. 한창 수영 실력이 늘어나 재미가 붙은 이정이가 해변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바닷속으로 달려든다. 스노클링 스팟은 아니지만, 물개와 바다사자가 바로 옆 바위에서 놀고 있는 비현실적인 광경이 바닷속 풍경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온 모양이다.
“너무 신나, 바닷 속에 뭐가 있을까 궁금하다. 빨리 들어가 봐야지.”
그렇게 15분 정도가 지났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내의 행방을 찾기 시작한다. 유명하지만 매우 아담한 해변이라 바다 안에 사람들이 꽤 들어차있다. 그때 저 멀리서 낯익은 여자 한 명이 손을 들고 수면 위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한다. 자세히 보니 이정이다. 잘 들리지는 않지만, “오빠, 오빠”라고 부르는 것 같다.
'나를 부르나? 왜 저러고 있지?'
나지막하게 물으며 해변 가까이 다가가니, 그녀가 파도에 휩쓸려 허우적대고 있다! 황급히 물살을 가르며 뛰어들었다. 그 순간 마치 고속도로 옆 차선에서 슈퍼카 한 대가 ‘횡~’ 하며 지나가듯, 마이애미 비치 배경의 드라마 주인공 복장을 한 여자 구조대원이 기다란 구조용 튜브를 들고 빛의 속도로 뛰어 들어갔다. 아주 능숙하게 이정이를 올려 세우며 구명 튜브를 건네주었다. 남편이 뻘쭘해지는 순간이었지만, 너무나 순식간에 일이 벌어져 어안이벙벙했다. 이정이를 부축하며 해변에서 나오는데, 그녀는 이미 꽤 지쳐 있었다.
“어떻게 된 거야? 괜찮아?”
“갑자기 큰 파도가 몰려오면서 순간 발이 안 닿는 거야. 너무 놀라서 어쩔 줄 몰랐어. 눈앞이 캄캄해지고, 숨이 안 쉬어졌어. 너무너무 무서웠어.”
“항상 조심하라니까.. 스노클링 하는데 구명조끼도 안 입고 들어가고..”
“처음에는 수심이 안 깊었어. 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수심이 갑자기 깊어졌나 봐. 나 오늘 수영 안 할 거야. 진짜 너무 무서웠어.”라며 가슴을 부여잡고, 거친 숨을 내쉰다.
모래사장 위에는 구조대원 여럿이 상주하고 있고, 매의 눈으로 관찰하던 중 물에 빠진 이정이를 발견하고 바로 액션을 취한 것이다.(급격하게 파도가 불어닥치면, 구조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내 옆을 지나던 구조대원의 엄청난 속도를 아직까지 잊을 수 없다. 정말 빨랐고, 프로다웠던 그 분께 고맙다는 말을 다시 전한다.
Tip. 아내 이야기이지만, 자녀들도 충분히 겪을 수 있기에 글로 남깁니다. 한국 해변은 서서히 수심이 깊어지지만, 외국 해변은 다음 한 발걸음이 낭떠러지 절벽인 곳들이 많으니, 먼저 눈으로 수심을 확인하세요. 여성 분들은 “오빠” 혹은 “oo아빠”를 찾지 말고 “Help, Help!”라고 소리치세요. 어떤 일에 자신감이 붙을 때가 가장 위험해요, 특히 바다에서는 자신의 수영 실력과 체력에 겸손할 필요가 있어요.
* 참고로 스노클링 할 때 절대 산호를 만지거나 밟지 마세요. 어느 날 피어에 앉아 바닷 속을 관찰하던 중, 라이언 피쉬와 말미잘처럼 흐물흐물 움직이는 검은색 괴생명체(?)가 있어 '저건 뭐지?' 해변 앞 카페 사장님께 여쭈니, “절대 만지거나 밟지 마세요. 아주 위험한 산호예요. 산호가 검은색 돌기를 내뿜는 데, 돌기에 가시가 있어요. 만약 돌기가 피부에 꽂히면 절대 못 뺍니다. 큰일 나요.”
숲 속의 독버섯을 알지 못하듯, 우리가 모르는 산호가 너무 많아요. 산호를 지켜주는 게 환경을 지키는 것이라 교육하며, 자녀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해 주세요.
얕은 바다에서도 푸른반점가오리와 복어, 라이언피쉬를 관찰할 수 있다. 세마리 모두 독성을 갖고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
2. 세계여행 시작하자마자 한국으로 돌아갈 뻔했다.
여정 시작 후 한 달쯤 되었을 때의 이야기다. 당시 우리는 인도네시아 발리 여행 중이었다. ‘싸고 좋은 건 없다’는 진리를 깨우치지 못한 시절이라, 성수기임에도 조식 포함 5만 원에 방 2개짜리 숙소를 발견하고 서둘러 예약했다. 막상 가보니 방 2개가 한 숙소가 아니라, 방이 서로 떨어져 있는 게스트 하우스다. 뭐 이런 경우가 있나 황당했지만, 친절한 호스트의 미소에 이내 적응하기로 했다.
방으로 들어와 화장실을 보는 순간 ‘이런 화장실도 있나? 이게 발리의 보편적인 화장실 구조인가?’ 궁금해졌다. 방에서 화장실 입구로 들어선 후 계단 3개를 내려가면 세면대가 있고, 다시 계단 3개를 내려가면 조적식 욕조가 있고, 다시 계단 3개를 올라가면 변기가 있다.
마치 변기가 조선시대 임금이 앉아있던 자리고, 욕조는 신하가 엎드려 있던 자리로 표현하면 상상이 될까? 더구나 벽과 바닥의 마감재 모두 꽤나 미끄러운 재질이다.
“정우야, 화장실 갈 때 계단도 있고 미끄러우니까 정말 조심해야 돼.”
새벽에 일어나 귀소본능처럼 변기를 찾는 정우이기에 걱정이 컸다. 특히마감이 제대로 안 되있어 욕실의 모든 모서리가 날카로운 칼날 같았다.
일은 채 하루가 되기 전에 벌어졌다. 아빠와 '누가 소변을 오래 싸나' 대결에 한창 재미가 붙었다. 아무리 나이 50을 바라본다지만, 만 5살이 안 된 아들에게 질 순 없다. 정우가 먼저 털고 돌아선다. 나는 진행 중이라 어찌할 수 없지만, 화장실 구조를 염려했기에 '내려갈 때 조심해’ 라며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려는 찰나, 이미 정우는 앞으로 고꾸라지고 있다.
조적식 욕조의 날카로운 모서리로 정우 얼굴이 향하고 있다. 오로지 넘어지는 얼굴과 모서리만이 눈에 들어왔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제발! 제발!!!
아이의 얼굴과 욕조 모서리가 단 1cm 차이로 비껴갔다. 정우는 목이 터져라 울기 시작했다.
“정우야, 괜찮아? 괜찮아? 얼굴 좀 봐봐! 얼굴 봐봐!!” 팔과 다리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지만, 얼굴은 멀쩡했다.
‘하느님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상상하기 싫지만, 조금만 비껴 넘어졌다면, 우리 여행은 거기서 끝이 났을 거다. 모서리를 손으로 만져 보았다. 칼날처럼 날카롭고 차가웠다. 그 뒤로 화장실의 거의 모든 부분을 수건으로 덮어두었다.
Tip. 한국의 숙소와 많은 것이 달라요. 특히 개발도상국의 숙소 도처에 자녀들이 낯설어할 만한 요소가 많기에 숙소 도착하자마자 위험 인자를 제거해야 해요. 특히, 아이들은 신나서 숙소를 이리저리 뛰어다녀요. 익숙하지 않은 구조이기에 문 손잡이에 부딪히기도 해요. 정우는 테이블 모서리에 여러 번 부딪쳤어요. 날카로운 모서리에는 수건 같은 천을 올려두었어요. 한국과 달리 깨진 접시나 컵을 그대로 사용하는 곳도 있으니 늘 체크해야 해요. 특히 눈을 다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테이블 모서리에 꽤 신경을 많이 썼어요. 테이블 높이가 아이들 눈높이인 경우가 많아, 정우에게 눈의 위치를 직접 확인시켜 주며, 테이블 주위에서는 절대 뛰어다니지 말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테이블 근처에서는 속도를 낮추더군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테이블 모서리는 언제나 주의해야 한다. (발리 화장실 사진이 없어 대신한다.)
3. 언제나 두려운 장염.
우리 부부는 모두 외식 관련업을 오랫동안 해 왔기에, 우리 DNA를 물려받았다면 정우를 외식인으로 키워볼 만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해왔다. 부모 입장에서 만 5세 아들에게 전 세계 음식들을 경험하며 미각의 지평을 넓혀 주는 조기교육을 시켜준다 말할 수 있으니까. 정우는 엄청 잘 먹기도 하지만, 기특하고 대견하다 싶을 정도로 새로운 식재료에 대한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다. 미식의 천국 스페인에서 그 도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스페인에 오기 전부터 군침을 돌게 한 음식을 하나 꼽자면, 바로 Jamon(하몽)이라 부르는 말린 돼지고기 다리 햄이다. 하몽 전문점에 가면 기름기 좔좔 흐르는 신선한 햄을 그 자리에서 얇게 썰어준다. 빵에 각종 채소와 함께 넣어 샌드위치로 먹어도 훌륭하고, 멜론과 함께 먹어도 환상 궁합을 자랑한다. 가열 조리하지 않고 건조 숙성시킨 생 햄을 5살 정우가 어른들만큼 먹었다. 이틀에 한 번 꼴로 지역별, 부위별로 다양하게 먹었다.
결국 한 번 된 통 걸렸다. 말라가에서 세비야로 이동할 때 탔던 버스 정류장 카페에서 먹은 하몽 샌드위치에 문제가 있었다. 다음날부터 설사가 시작되어, 하루 7-8번씩 설사가 4일간 이어졌다. 무지하고 대책 없는 부모가 만들어 낸 결과다. 결국 혈변까지 보게 되어 병원에 방문했다. 다행히 걱정할 수준의 혈변은 아니고, 모든 게 정상이라는 얘기를 들었고, 처방받은 항생제로 3일 후 완쾌되었다. 그 뒤로 정우에게 하몽을 먹이지 않았다. 덕분에 세비야에서 머문 일주일 중 5일을 집에서 보냈다.
Tip. 해외 여행 하면서 그 나라의 새로운 음식을 접할 기회가 생겨요. 가급적 청결한 음식점에서 시도해 보기를 추천합니다. 아직 장의 면역 기능이 완전하지 않기에, 낯선 식재료를 만나면 장 트러블이 올 수 있어요. 특히, 하몽처럼 익히지 않고 건조숙성한 육류의 경우 더더욱조심해야합니다!
마드리드 하몽전문점, 주문 즉시 얇게 슬라이스 하여 판매한다. 돼지 품종과 사료의 종류에 따라 가격과 풍미가 천차만별이다.
타파스바, cafe 등 어디서든 가볍게 주문할 수 있는 스페인 국민음식, 하몽 샌드위치를 대체 몇개나 먹었는지..
4. 다이빙은 언제 어디서나 예의주시!
구명조끼를 절대 안 벗겠다더니, 어느새 성인풀에서도10m 이상 수영, 잠수, 자유형, 접영, 배영까지 아주 난리가 났다. “아빠 잘 봐봐.”하며 다이빙까지 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자신감이 붙었을 때가 가장 조심해야 할 때라는 건 5살 정우도 예외가 아니다. 형들이 뒤로 돌아 다이빙하는 걸 지켜보더니, 자기도 해보겠단다. 아빠 입장에서 ‘아들이 다이빙하는구나.’며 대수롭지 않게 지켜봤다. 정우가 수영장을 등지고 서 있다. 물안경을 쓰고는 점프를 한다. 태어나서 처음해 보는 백 다이빙이라 감이 없던 모양이다. 물이 있는 수영장 쪽으로 몸을 점프해야 하는데, 그냥 그 자리에서 그대로 점프했다. 한 마디로 맨바닥에 다이빙을 한 것이다. 몸이 공중에 뜬 상태로 엉덩방아를 세게 찧고 물속으로 빠진다.
주위에 지켜보던 아이들과 옆에서 딸아이를 안고 있던 엄마 모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경악했다. 물 위로 머리가 떠 오른다.
“정우야, 괜찮아?”
"........”
허리 쪽을 같이 부딪혔는지, 엉덩방아만 찧었는지 알 수가 없다. 자기도 놀랐는지 울지도 않고, 그저 얼굴만 잔뜩 찡그리고 있다. 울지 않으니 더 불안하다. 정우를 끌어올려 의자로 앉혔다. 그런데 다리에 힘이 풀려 있다.
“정우야, 다리 움직여 봐. 움직여져?’
“아니, 안 움직여져.”
“뭐? 다시 움직여봐, 발가락 움직여봐.”
앉아보라고 자세를 고쳤는데, 양다리에 미동이 없다.
‘이거 허리 다친 거 아니야? 왜 안 움직인다고 하지?’
세상의 모든 걱정이 다 몰려왔다. 뚫어지게 발가락이 움직이는지 바라봤다. 다행히도 조금씩 움직이더니 3분가량 지나니 다시 걷기 시작했다. 다시 하느님을 부른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Tip. 거의 모든 수영장에서 다이빙을 금지하며, 구조대원이 아이들의 다이빙을 제지하지만, 쫓아낼 순 없어요. 특히 아이들이 다이빙 하다가, 물 안에 있던 다른 아이들과 부딪힐 수 있어요. 만약 머리로 다이빙을 하는 경우, 수영장 바닥에 머리를 다칠 수 있어요. 부모가 엄하게 다이빙을 통제해야 해요. 완벽히 통제할 수 없다면, 절대로 뛰어내리는 아래쪽에 사람이 있으면 안 되고, 너무 높이 도약하지 말라고 알려주세요. 정우는 사람과 부딪힌 적은 없지만, 다른 아이들이 서로 부딪히는 걸 볼 때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요.
키즈풀에서도 구명조끼를 벗지 않던 아이인데...
5. 갑자기 생긴 아토피? 얼굴의 붉은 두드러기. 범인은?
정우의 피부가 지금이야 새까맣게 탔지만, 원래 하얗고 반들반들 부드럽고 매끈하며 군더더기가 없다. 이탈리아에 머물던 어느 날, 얼굴에 붉은색 반점이 올라오더니, 어느 순간 입 주변을 중심으로 얼굴 전체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뭐 때문이지? 정우가 저렇게 심하게 두드러기가 올라온 적이 없었는데...”
“뭘 먹어서 저런 거지?”
정우가 먹었던 음식들을 모두 소환한다.
“아무래도 알레르기성 아토피 같아요. 한국에서 미리 약처방을 받아왔어요.”
“아토피라고?? 정우 아토피 없었잖아.”
“아들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네. 심하진 않지만, 가끔 아토피가 올라올 때가 있어요.”
“무슨 소리야!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어.”
“그동안 아들한테 관심을 안 가지니 모르지. 정우가 알레르기 비염이 있어 그런지, 겨울이면 단추 아토피가 생기더라고요. 보습을 충분하게 해 주고, 환절기에 음식도 조심해야 해요.”
부모 입장에서 매끈한 얼굴이 붉게 오돌토돌해지면 속이 상한다.
“피자, 파스타 재료인 밀가루인가?”
“그게 원인일 수 있지만, 그전에는 피자, 파스타 먹었다고 저렇게 생기지는 않았어요. 아니다, 계란일 수도 있겠다. 이탈리아에서는 생면을 만들 때 계란을 많이 써요.”
온갖 추측을 해 본다. 연고를 발라주면 꽤 수그러들었다가, 어느새 다시 붉은 반점들이 올라온다. 빨리 범인을 찾는 방법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후보들을 하나하나 지워 나가며, 결국 범인을 찾았다. 바로 '망고 껍질'이다.
정우는 망고를 정말 좋아한다. 생과일 망고부터, 망고 아이스크림, 망고 주스 등 망고가 들어간 모든 음식을 사랑한다. 망고를 가로세로 칼집 내어주면 껍질 채 이빨로 긁어먹는다.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망고 껍질을 같이 긁거나, 입술 주위에 망고 껍질이 닿는다. 예전엔 과일만 잘라 접시에 담아줬는데, 껍질을 빨아먹으며 속의 과육을 먹는 게 더 재밌는지 한 달 가까이 그렇게 먹어 왔다.
망고를 잠시 끊으니, 아토피가 금세 사라졌다. 그 좋아하는 망고를 끊을 수 없으니, 지금은 망고 과육만 잘라 먹고 있다. (참고로, 망고는 옻과 과일이다.)
Tip. 요즘은 아토피나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들이 많아요. 나라마다 과일 재배 방법과 농약도 다르기에, 그간 없던 아토피도 생길 수 있어요. 한국에서는 분말 형태의 과일과 채소 전용 세제를 썼지만, 해외에서 구하기 힘들어요. 한국보다 수돗물이 깨끗한 나라가 없다 보니, 물갈이를 하는 아이들도 많아요. 돈이 좀 들지만, 수돗물에 석회질 함량이 높은 나라에 머물 때면 마지막에 생수로 한 번 헹궈내요. 양치할 때도, 라면이나 국을 끓일 때도 생수를 사용해요. 과일은 나라마다 다르지만, 가급적 껍질을 제거하기를 추천합니다. 망고천국인 동남아 여행을 많이 가는데, 굳이 망고 껍질을 아이들 입 주변에 노출시키지 마세요. 어떻게 알았냐고요? 저희도 알고싶지 않았지만, 이번에 배웠어요.
망고를 먹은 댓가는 가혹했다. 오른쪽 사진은 처음 두드러기가 올라온 날 찍어둔 사진, 이후 뺨과 목주변까지 심해졌다.
평범한 가족이라면 1년에 한 두번 가기도 힘든 해외여행 입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고, 적지않은 비용을 투자해서 떠나는 당신의 여행이 부디 안전하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워낙 많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져서 1, 2탄으로 나누어 작성할게요. 아이와 떠나는 해외여행에서 첫째도 둘째도 안전입니다. 우리 모두 안전하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