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토론토에서 밴쿠버행 항공권을 찾는다. 밤 10시에 도착하는 비행기가 오후 4시 도착 티켓보다 45만 원이나 싸다. 한두 푼 차이가 아니니, 고민이 시작된다.
‘밤에 도착하면 짐 찾고, 이동해서 숙소 도착하면 자정이 넘는데, 혹시 연착이라도 되면 새벽인데? 그래도 45만 원이나 싸잖아. 푹 자면 되겠지 뭐.’
돈이 모든 역경을 이겨낼거라 상상하며, 밤 10시 도착 티켓을 예약한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비행기 3시간 연착으로 숙소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 30분. 정우의 지친 기색이 역력하지만, 허기에 눈이 먼 엄마 아빠는 그 새벽에 편의점에 들러 라면을 사다가 끓여 먹고는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잠을 청한다. 신체 리듬이 완전히 깨졌다. 5개월째 강행 중인 일정으로 5살 아이의 피로가 냄비 넘치듯 끓어 넘쳤다. 다음날 아침부터 아이의 몸이 불덩이다. 40도가 넘는 고열이 3일 넘도록 이어졌다. 결국 병원에서 독감 판정을 받았다. 당시 캐나다 전역에 어린이 독감이 대유행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무지한 부모가 일을 키웠다.
Tip. 저가 항공은 최소 1시간 연착 기본이라 생각하고 계획을 세우세요. 비행기 출발 시간 5분 전까지도 비행기가 게이트에 도착하지 않는 경우를 여러 번 경험 했어요. 항공권 예약할 때마다 싼 티켓이 매력적으로 보여요. 하지만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어요.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최소 저녁 6시 이전 도착하는 비행기를 예약하세요. 여행 중 가장 후회하는 일 하나만 꼽자면 45만원 아끼자고 5살 아들을 너무 아프게 했던 거예요. 장시간 비행이라면 시차부터 모든 신체 리듬이 무너질 수 있기에, 다음날 오전은 반드시 충분한 휴식을 취하세요. 빠른 시차 적응을 위해 무리하게 일정을 강행하지 마세요. 아이가 졸리고 힘들다고 하면 바로 재우세요.
북미와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감기의 경우 해열제 외에 그 어떤 약도 처방하지 않아요. 평소 열 경기를 하거나 기관지가 약한 아이라면, 미리 처방약이나 해열 패치를 준비하기를 추천합니다. 분실로 인해 미국에서 재 구입한 B사의 체온계는 화씨로 체온이 측정되어, 익숙한 섭씨로 계산해야 해서 불편했는데, ‘열나요’ 어플은 화씨와 섭씨 모두 이용할 수 있어 열 텀과 해열제 복용시간을 체크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새벽 1시 밴쿠버공항에서 수하물 기다리는 중, 오른쪽 사진은 아이가 고열로 너무 힘들어하던 밤..
7. 해외 지하철, 아이를 꽉 잡으세요.
세계에서 지하철 스크린 도어가 가장 잘 되어있는 나라는 바로 한국이기에, 때로 부모의 경계심을 늦추게 한다. 미국과 유럽 대부분의 나라는 스크린도어 없이 지하철 선로가 뻥 뚫려 있다. 뉴욕, 파리 등 대도시 지하철은 출퇴근 시간 외에도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어느 날 저녁시간 붐비는 플랫폼에서 인파에 밀려 정우의 몸이 철로 쪽으로 떨어질 뻔 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을 겪으면 온몸에 땀이 난다.
“정우야, 방금 어땠어? 무서웠지? 사람들이 많고 바쁘면 저렇게 뛰다가 너를 밀 수도 있어. 절대 지하철 선로 가까이에 서 있으면 안 돼. 알았지?”
플랫폼 앞 경계선은 철로에서 한 두 걸음 정도다. 안전을 위해 그어놓은 선인데, 정우는 그 선을 따라 뛰는 것을 그렇게나 좋아한다. 아이를 말려보지만 쉽지 않기에, 아이 손을 꽉 붙들고, 부모도 같이 뛸 수밖에 없다.
얼마 전 일어난 한국인의 파리 지하철 사고 소식을 듣고 너무 섬뜩하고 안타까웠다. 이제는 지하철을 타러 승강장에 들어설 때부터 온몸에 경계태세를 갖춘다. 정말 위험하다. 승차 시 절대 무리해서는 안된다. 한국인의 급한 성격 상정차한 지하철의 열린 문을 보면, 이성을 잃고 달려든다. 아이와 함께 한다는 사실을 순간 잊고 어떻게든 탑승하려 한다.
“잠깐, 잠깐, 잠깐만!! 다음 차 다음 차 타자!”
이제는 정차한 지하철의 열린 문을 봐도 무리하게 타지말자! 다짐하며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는다.
다음 지하철은 아무리 늦어도 10분 안에 온다.
Tip. 어떤 나라를 가봐도, 지하철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빕니다.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아이를 지키는 방법은 엄마아빠 다리에 아이들을 붙여놓는 거예요. 아이와 함께 제자리에 서서 몸을 움직이는 놀이를 해 보세요. 승강장 의자에 앉아서 지하철을 기다릴 때면, 반드시 아이를 바로 곁에 두고 항상 아이에게 시선을 두세요. 긴장이 풀고 부부끼리 대화하는 도중, 아이가 시선에서 사라질 수 있습니다. 아이를 보호하는 가장 쉬우면서 어려운 방법은 손잡고 걷는 거예요. 반드시 아이 손을 꼭 잡으세요. 해외에서는 ‘소매치기, 납치, 강도’라는 무시무시한 일들이 지하철 내에서도 충분히 일어난답니다. 한국 지하철과 다르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왼쪽은 뉴욕, 오른쪽은 로마의 지하철
8. 정우가 사라졌어요.
‘오빠, 나는 세계여행하면서 정우만 안 잃어버리면 돼!’
‘느그들, 언제 어디에 있든 아 잘 봐라!’ (정우 친할아버지 말씀)
부디 그런 경우가 없기를 바라며 여정을 시작했건만, 벌써 2번이나 아이가 사라졌다. 아주 다행히도 짧은 시간 안에 아이를 찾을 수 있었지만, 다시 생각해도 숨이 막힐 만큼 두려웠던 시간이다. 처음은 샌디에이고 <씨월드파크>에서 아이가 곁에서 사라진 줄 모르고, 아빠 엄마는 바다코끼리를 구경하느라 심취했었다. 동양인 아이가 울고 있으니, 정우 근처에서 지켜보던 백인 부모가 내게 다가와 아이가 울고 있다고 말해줘서 금세 찾을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출발해 카이로에 도착했던 날, 여지없이 연착으로 도착 시간이 늦었다. 공항 밖에는 출발 전 예약해 둔 픽업기사가 기다리고 있으니 마음이 조급하다. 도착비자를 구매하고, 유심카드까지 사야 하니, 더욱 서두른다. 수하물을 찾고 유심칩을 파는 키오스크로 급하게 움직인다.
“이정, 정우 어딨어??”
“뭐라고? 정우는 계속 오빠랑 같이 있었잖아.”
“아니야. 아까 정우가 너를 따라갔었어.”
주위를 둘러봐도 우리 둘 뿐이다. 하던 일을 제쳐두고, 다급하게 아이를 찾기 시작한다.
공항 내부의 가득한 사람들을 헤집고 찾아보지만, 어디에도 없다.
“정우야, 정우야!!!”
"정우야~ 정우야~~~"
왔던 동선을 그대로 따라가 봤지만, 아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발걸음은 급해지고, 속이 타 들어간다. 어디에 있는 거야... 그렇게 지옥 같던 5분이 흘렀을까.. 정신없이 아이 이름을 부르며 뛰어다니던 엄마가 정우를 찾았다. 수하물 창구 앞에 정우가 자신의 캐리어와 함께 서 있다. 엄마 아빠가 시야에서 안 보이면, 절대로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고 여러 번 일러줬었는데, 그걸 저 어린놈이 지키고 서 있었다. 엄마 모습을 확인하고는, 그제서야 서러운 눈물을 흘리며 어디를 갔느냐며 대성통곡을 시작한다. 아이를 꽉 안아주며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었다.
Tip. 엄마 아빠가 시야에서 없어지면, 절대로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고 이야기해 주세요. 기다리고 있으면 엄마, 아빠가 금방 올 거라고 말해주세요. 아이를 찾게 되면 꽉 안아 주세요. 해외라는 걸 아이들도 인지하고 있고, 잠시나마 분리 불안이 올 수 있으니, 꽉 안아주며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말과 칭찬을 해 주세요. 그리고, 엄마 아빠는 목청껏 소리치며 아이 이름을 부르세요.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눈치채고는 혼자 있는 아이를 찾기 위한 도움을 줍니다.
* 호주에 20년 이상 거주 중인 교민 분 말씀으로는, 아이와 1~2m만 떨어져 걸어도 나이 지긋하신 백인 노인분들이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있답니다. 신고 접수 후,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부모와 자녀를 분리 격리한다네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 말이 안 된다 물으니, 실제로 신고되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아이와 절대 떨어져서 걷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더군요. 그 뒤로 길거리에서 아이와 술래잡기 놀이를 하지 않았어요.
9. 유산균은 넉넉하고 두둑하게!
여정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난 호주 케언즈에서 정우 변비가 시작되었다.
“정우야, 잘 나왔어?”
“아니, 포도알 2개 나왔어.”
잘 먹고 잘 싸던 녀석이 2주일째 변비로 고생 중이다. 태어날 때부터 먹이던 유산균이 떨어졌다.
“왜 한 달 치 밖에 안 가져왔지? 유산균 어디서든 쉽게 구할 줄 알았는데, 어디에도 비슷한 것조차 없어. 이럴 줄 알았으면 넉넉하게 가져올걸.”
건강식품 산업이 발달한 호주는 대형마트 규모의 약국과 건강식품 전문 매장들이 도처에 널려있기에 쉽게 구할 줄 알았는데,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먹성이 좋은 아이라 변비 중에도 엄청나게 먹어댔다. 그러나 변비가 1주일 이상 지속되자, 속이 불편한 아이의 식욕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엄마의 선택은 ‘섬유질이 많은 한국 식단으로의 복귀’다. 한인마트에서 건미역과 쌀을 사다가 미역국과 쌀밥을 만들어 먹였더니 확실히 효과가 나기 시작한다. 껍질째 사과를 얇게 썰어 부드러운 아보카도와 함께 매일 먹였다. 단 맛이 없어 도로 뱉어내던 호주의 키즈 유산균도 우유에 몰래 섞어서 먹였다. 어느새 변비가 사라졌다.
Tip. 해외여행에서도 아이의 루틴을 지켜주세요. 특히, 늘 먹어오던 무언가를 빠트리는 경우가 있어요. 나중에 그 무언가를 사러 다니느라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비슷한 유산균을 찾으려고 얼마나 많은 가게를 다녔는지 몰라요. 결국 찾지도 못했지만요. 한국의 생활 인프라가 워낙 잘되어 있음을 체감했답니다. 지금은 정우가 유산균 없어도 괜찮지만, 매일 요구르트를 먹이고 있어요. 건 미역 등 한국 식재료 일부는 규모가 큰 아시안 마트에서도 구할 수 있어요. 육류와 채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게 변비를 막는 근본적인 방법이라 소고기와 당근, 양파, 감자를 넣은 카레를 가끔 만들어 먹어요. 우영우 드라마를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 김밥을 만들면, 여러 가지 채소를 먹게 할 수 있어요. (뒷정리는 엄마 몫이지만요.) 망고나 수박 등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도 도움이 되요. 정우는 바다 수영 중 바닷물을 마시게 되면, 다음 날 변비가 오더라고요. 물놀이 중 바닷물을 마시지 않도록 챙겨주세요.
케언즈에 도착해서 가장 처음 방문한 곳은 <Chemical House> 규모가 엄청나다. 하지만 키즈유산균은 어디에도 없다.
10. 일사병이 무서운 걸 왜 몰랐을까?
하와이 와이키키는 지금까지 가 본 해변 중 아이들이 놀기에 가장 좋은 해변이다. 걸어서 20m 이상 들어가도 성인 종아리 정도의 얕은 수심에, 바닥은 부드러운 모래, 튜브에 몸을 실으면 높은 파도타기도 가능하고, 수온이 따뜻해서 감기 걱정도 없다. 새벽 비행기로 하와이 도착 후 3일 연속 6시간 이상 바다 물놀이를 즐겼다. 뜨거운 태양 아래 넓은 카펫 하나 깔고, 피서를 즐겼다. 정우를 만질 때마다 조금 뜨겁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렇게나 무지한 부모가 아이를 땡볕에서 오랫동안 놀도록 방치했다. 다음 날부터 기침, 콧물 등 감기 증상 없이 고열이 지속되니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일사병이었다. 호주에서 장거리 비행 이후 하루도 안 쉬고 땡볕에 저렇게 아들을 6시간씩 노출시켰으니, 탈이 날 수밖에.. 그 뒤로 몸살이 동반하여 난리가 났다.
모로코 카사블랑카에서 수도 라바트로 당일치기 투어를 했다. 숙소 호스트가 라바트까지 안내하기로 하고 동행하는데, 밖의 온도는 35도가 넘어가고, 차 안은 찜통처럼 뜨겁다. 에어컨을 틀어보지만, 더운 공기만 뿜어져 나온다. 하는 수 없이 모든 창문을 열고 달렸다. 뜨거운 오븐의 문을 열면 느껴지는 열풍이 온몸을 감싼다. 왕복 7시간을 뜨거운 차 안에 있었다. 라바트에 도착해서는 도심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며 하루를 보냈으니, 총 14시간 이상 뜨거운 햇볕에 노출된 것이다. 카사블랑카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정우가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숙소로 돌아와 체온을 재어보니 38.5도다. 해열제를 먹이고 차가운 물수건으로 몸을 계속 식혀주니 조금씩 나아졌다. 이제 근육도 붙고 장기간 여행으로 체력이 좋아져서 그나마 버틴 것이지, 아동학대로 비난받아도 마땅할 만큼 어린아이를 더위에 오래 노출시켰다. 여행 중에 이걸 쉽게 인지하기가 어렵다는 게 무섭다.
Tip. 아이를 뜨거운 햇볕에 장시간 노출시키지 마세요. 바다에서 물놀이할 때도, 가급적 파라솔을 대여해서 그늘에서 쉴 수 있도록 해주세요. 꽝꽝 얼린 1.5L 물 2병이면 일사병을 막는 좋은 무기가 됩니다. 그리고 개발도상국의 자동차들은 에어컨이 안 나오는 경우가 있어요. 자동차 투어를 한다면 에어컨 작동 유무를 미리 확인하세요. 물 마시기 싫어하는 아이라면, 시원한 음료나 우유라도 충분히 마시도록 하고, 혹시라도 일사병이 오지 않게 주의하세요. 어떻게 알았냐고요? 저희도 알고 싶지 않았답니다.
어느덧 아이를 키운 지도 70개월이 다 되어감에도, 여전히 모르는 게 투성인 아빠 엄마 덕분에 어린 아들이 1년이 넘는 긴 여행을 하며 고생을 많이 했네요. 다시 한번 씩씩하고 건강한 아들 정우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당신의 아이와 함께하는 해외여행이 부디 행복하고 건강한 시간이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