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샌프란시스코

미국 본토 입성! 금문교, 피어 39, pier 39

by 홍어른

2022년 8월 31일. 드디어 미국 본토, 샌프란시스코로 간다.

우리 여정을 다이닝 코스로 비유한다면, 이제 애피타이저 하나 끝냈다. 미국과 유럽 여정을 메인코스로, 하와이는 메인코스 전 커트러리 교체 과정이랄까? 아직 본게임은 시작조차 안 했다.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수록 시간이 더디게 느껴진다는데, 정말로 시간이 어슬렁어슬렁 흘러가고 있다.


2020년 6월에 시작한 금융투자가 어느새 2년이 넘었다. 우리 부부가 이제 더 이상 주린이는 아닌 것처럼, 세계살이 역시 두 달 조금 넘었지만, 경험과 시행착오가 쌓이면서 초보자 티를 벗고 있지 않나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어느새 '여행'이라는 말보다 살아가는 '일상'에 좀 더 가까워지는 건 아닐까. 여전히 나라와 도시 간 이동이 빈번하나, 우리 프로젝트가 점점 궤도에 다가가고 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공간에 머무는 새로움은 여전하다. 최고의 건축물과 역사의 흔적, 현지 고유의 음식과 맛집에 방문하는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호사' 역시 앞으로 계속된다. 모든 순간이 예전의 해외여행과 확연히 다르게 와닿는다. 이런 경험들이 켜켜이 쌓여 일상의 단면이 되어간다.


원하는 삶을 위해 지혜로움과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기에 심플해지기로 했다. 금쪽같은 시간을 미래에 대해 고민하느라 소중한 현재를 흘러 보냈다.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살다 보면 어느덧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산꼭대기만 쳐다보면 한 발짝 내밀기가 힘들어진다. 방향이 정해졌다면, 바로 앞 내디딜 한 발에 집중하자.

샌프란시스코 인근에 산호세가 있다. 세계 최고의 기업 애플과 구글 본사가 있다. 그리고 테슬라 본사도 있다. 정말 기대되는 미국 본토 여정이다. 최대한 즐기고, 느끼며, 최대한 배우고, 최고의 투자 의사결정을 하며, 안전하고 여유롭게 여정을 이어가자.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게 여정의 진정한 목표이기에, 긴 호흡으로 바라보는 투자자가 되자. 우리는 이미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다.




피어에서 바라보는 바다사자들의 일광욕하는 모습.
영화 <The rock>의 촬영지로 유명한 알카트라즈 감옥섬
피어에서 바라본 샌프란시스코의 전경

피어 39에서 보는 바다사자

동물원이 아닌 장소에서 야생동물을 만나는 건 언제나 신비롭다. 더구나 미국을 대표하는 대도시에선 몹시 드문 일이다. 그런데 눈앞에 바다사자 수백 마리가 나무 가판대에 누워 일광욕을 하고 있다. 서로 싸우는 녀석들도 있다. 그들의 울음소리가 무슨 신호를 보내는지는 모르지만, 활기찬 분위기를 선사한다. 멀리 붉은빛의 금문교가 있고, 우측에는 알카트라즈 감옥의 위용 있는 모습이 보인다. 탁 트인 하늘과 함께 푸른 바다까지,, 정말이지 보기 드문 광경이다.


피어39를 대표하는 바다사자와 던저니스 크랩 조형물
피어39의 활기찬 모습, 점심시간이 되면 골목 안은 사람들로 가득찬다.
샌프란시스코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의 필수코스, pier 39.


Fishermen’s Wharf 근처 유명 관광지이자 맛집과 볼거리가 밀집된 'pier 39'에 왔다. 이곳에 오면 크램차우더를 먹어야 한다. 피어 2층에 위치한 <Fog Harbor Fish House>라는 시푸드레스토랑에 왔다. 샌프란 인근에서 잡은 조갯살을 듬뿍 넣은 클램차우더가 사워도우로 만든 하드롤에 듬뿍 담겨 제공된다. 젊은 시절 열광했던 빠네 파스타가 떠오른다. 크램 차우더는 조개 풍미가 몹시 진하며 맛이 훌륭했다.

남편 : "수프 안에 씹히는 조갯살은 내가 사랑하는 애마의 환상적인 코너링에 견주만큼 부드럽고 우아하네."

(뭐라는 거야. 대체.)

샌프란시스코는 시큼한 풍미의 사워도우가 유명하다. 관자를 넣은 리소토와 키즈메뉴, 수프 하나 시켰을 뿐인데, 이곳이 미국이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양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앞으로는 메뉴 두 개만 주문하기로 했다.


우리가 주문한 건 관자를 넣은 리소토와 키즈메뉴, 클램차우더 수프일 뿐인데... 뭐가 이렇게 많은 걸까.
샤프란과 관자를 넣어 맛을 낸 리조또도 훌륭했고, 조갯살이 풍성한 클램차우더 스프와 시저샐러드도 준수했다. 그런데 키즈메뉴는 정말 어린이들이 먹는 양 맞나요?




70kg 짐을 이끌고 높은 언덕을 올라본 적 있나요?

우리 세 사람의 짐은 배낭까지 합치면, 70kg를 훌쩍 넘는다. 두 달간 터득한 방법들과 정우의 헌신적인 도움이 있음에도 짐 싸고 이동하는 일은 여정 중 가장 힘들다. 오늘의 이동은 지금까지 여정 중 가장 버라이어티 했던 경험이었다. 거창하게 썼지만, 남편의 어리석은 결정으로 세 가족이 해괴한 짓을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흔한 언덕


샌프란시스코는 언덕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 언덕을 클래식한 케이블카가 달린다. 끼릭끼릭 소리를 내며, 사람들을 싣고 언덕 끝까지 올라간다. 언덕은 매우 몹시 아주 많이 가파르다. 그래서 더 멋지고 유명하다. 그 언덕을 택시비 30불을 아끼겠다며, 버스를 타고 이동하자는 남편의 주장에 70kg 짐을 메고 이고 지고 끌고 올라갔다. 예상했던 것보다 언덕은 더 가파르고, 정류장까지의 거리는 장난 아니게 멀었다. 호선생은 종종 내가 디스크환자라는 것을 망각하기에, 늘 신경질과 짜증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그냥 택시 탈걸. 이게 진짜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언덕이 너무 높아서 정말 힘들어. 구글 지도에서 본 것보다 훨씬 멀잖아. 흑흑”

“그래도 일단 가자. 지금 돌아갈 수도 없잖아. 그리고 생각보다 갈 만해...” (옹색한 변명)


평지에서 그나마 사진 찍을 여유가 생겨서 한 컷 담았다. 한 사람 당 캐리어와 배낭 하나씩.. 윽...


우리를 안쓰러운 눈으로 신기하게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이번 여행 중에서 가장 가난하게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컬링 선수의 자세로 언덕 위로 70kg 짐들을 밀어 올리려니, 끙끙 소리가 절로 나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초라하고 옹색하다. 겨우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다음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다.

"좋은 경험이었지만, 굳이 다시 경험해 볼 필요는 전혀 없겠다."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이동하는 버스 안.

참고로, 미국에서 아이만 혼자 버스에 앉는 경우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수 있으니, 아이가 혼자 앉고 싶다 해도 반드시 부모가 함께 앉아야 한다. 버스 출입문 구경을 좋아하는 아이의 생떼에, 70kg 넘는 짐까지 챙기느라 진땀 꽤나 흘렸다. 30불을 아끼려다가, 병원비가 더 많이 나올 뻔했던 날이었다.





외국어가 빛을 발하던 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Hilton에서 Intercontinental로 숙소를 옮겼다. 차이나타운은 맛집도 많고, 볼거리도 많지만 어두워진 이후, 호텔 근처 거리가 스산해서 물 한 병 사러 나가기 무서웠다. 호선생은 인터콘티넨탈 리셉션 직원의 영어 악센트와 풍기는 외모가 스페인 사람임을 직감했다. 어느 나라 언어를 쓰는지, 국적을 맞출 수 있다니, 본인은 대단한 능력이 아니라지만, 내가 봤을 땐 신기할 뿐.

남편이 스페인어로 대화를 건넸다. 동양의 눈 작은 남자가 스페인어를 꽤 잘하면 상대방의 동공이 커진다. 동물원에 누워있던 호랑이가 움직이면 사람들이 열광하듯 상대방 얼굴에 생기가 돈다. 한국어를 잘하는 스페인 사람을 만날 때 우리의 반응을 상상해 보면 그들의 반응이 상상되겠지.

숙소 체크인이 오후 4시지만, 정오에 도착했다. 짐을 맡기고 외출하려고 했는데 룸이 준비되었다고 한다.


“Es maravilloso para tener habitacion ahora.” (지금 방이 있는 게 신기하네요.)

“Hablas Espanol?” (당신은 스페인어를 할 줄 아나요?)

“Si Mi Carrera en la Universidad es Espanol. Pero hace muchisimo tiempo que no haya tenido

Oportunidad de hablar Expanol, olvidando mucho vocabulariro.”

(네,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전공으로 했습니다. 그러나 오래되었고 스페인어를 말할 기회가 없어 많은 어휘를 잊어버렸어요.)

“No, estupendo, hablas muy bien Esponol.” (아닙니다. 당신은 스페인어를 아주 잘하는걸요.)


그렇게 시작된 대화는 영어와 스페인어가 오가며 계속되었다. 그는 뭔가를 메모하고는 건네주었다. 바로 조식 뷔페 무료 바우처!!! 샌프란시스코 인터컨티넨탈 조식은 맛있기로 유명하다. 호텔 1층에 위치한 미슐랭 레스토랑 <LUCE>에서 운영하기에 맛도 맛이지만, 가격도 싸지 않다. 세금 제외하고 한 사람당 38달러. (한화로 55,000원 / 우리가 여행하던 2022년 9월의 환율은 1,450원을 육박했다.)

그가 스페인어를 잘하기에 조식바우처를 선물 받았으니, 아고 이쁘다며 엉덩이를 토닥토닥해주었다.


* 호텔 리셉션에 근무하던 Jaime와는 지금도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하며 서로 안부를 묻는 친구가 되었다.



Golden gate brigde (금문교)


Golden gate brigde (금문교) 앞에서..

어제 금문교에 갔다가 허탕치고 오늘 재도전이다. 어제는 안개가 정말 심했다. 시야를 가린 정도가 아니라, 앞의 사물을 모조리 없앨 만큼 자욱했다. 더구나 스산한 비바람까지 더해져 어찌나 춥던지, 정말 스펙터클 했다. 금문교를 조금도 볼 수 없을 만큼의 짙은 안개였으니, 어제의 풍경 역시 대단했구나 싶다. 오늘은 화창한 하늘 아래 매끈하게 뻗어있는 금문교를 마주할 수 있었다. 붉은빛의 철제대교는 그 길이와 다리를 지탱하는 곡선 아치, 두 가지만으로도 장엄한 풍경을 연출한다.

어린아이처럼 신이 난 모습을 보며, 남편은 내가 여전히 젊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상징인 금문교는 단출한 디자인이지만, 그 단조로움이 아름다움을 더한다. 촘촘한 원형의 곡선 프레임이 서로서로를 지탱하며 안정감을 준다. 금문교의 붉은색 또한 지금의 명성에 큰 역할을 했다. 언제나 새로운 시도에는 반대가 따른다. 평범한 콘크리트 색으로 만들었다면 한 도시를 대표하는 대표성은 사라졌을 것이다. 무엇보다 빨간색이 연출하는 풍경이 가장 강렬하고 인상적이다. 금문교를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와 다양한 각도의 포토존이 있기에 더욱 매력적이다. 잠시 머물렀던 커피맛이 훌륭한 <Equator Coffee>에서도 금문교를 즐길 수 있었다.


커피마니아 사이에서 유명한 EQUATOR COFFEES. 산미 짙은 커피가 아주 훌륭해다.


금문교 아래부터 다운타운으로 이어지는 해안가 옆 산책로는 샌프란에서 가장 평온했다. 걷기 편안하게 조성된 흙길 산책로를 한 시간 넘게 걸으며,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던 최고의 시간이다. 정돈되어 깔끔하고 조화롭던 시드니와 다르지만, 날 것의 느낌도 괜찮다. 샌프란시스코는 깔끔함을 기대하기 힘들다. 큰 땅덩어리에 대도시를 만드는 데 모든 요소요소가 철저히 계획대로 만들어지기 어려웠을 거다. 하루 동안 꽤 많은 일들을 해냈다는 뿌듯함이 든다. 사람이 참 중요하다. 호텔에서 만난 스페인 직원이 오늘 여정을 더욱더 신나게 해 주었다. 남편의 어깨가 으쓱해하는 모습을 보며, 소소한 것에 행복할 수 있는 우리라 감사한 하루다.


금문교부터 다운타운까지 도보 한 시간가량 소요된다. 파도소리와 탁 트인 바다를 감상하며 걷는 해안산책로는 몹시 평온했다.


첫 숙소였던 차이나타운 힐튼호텔에서 바라본 전경.


샌프란은 엄청난 땅값만큼 숙박비가 정말 비싸다. 코비드 이후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며 엄청난 숫자의 홈리스가 생겼고, 더구나 마약중독자마저 늘어서 당국의 고민이라는 뉴스를 전해 들었다. 덕분에 아이와 함께하는 나는 늘 긴장의 연속이었다. 치안과 높은 숙박비를 고려해 숙소 선정하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클래식한 매력이 넘치는 샌프란시스코에 푹 빠졌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