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 실리콘밸리 방문, 스탠퍼드 대학교

미국주식 투자자로서 구글, 애플 본사에 간다는 건

by 홍어른

항상 뜻하는 대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밀브레(Milbrae)라는 산호세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 인근에 짐을 풀었다. 다른 선택지가 많지만, 굳이 밀브레를 선택한 이유는 정우가 아주 좋아할 만한 장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비행기 이착륙을 실컷 볼 수 있는 공항 바로 옆 Bayfront 공원이다. 아빠의 사랑을 가득 담아 오랜 시간을 검색했기에 행선지를 비밀로 부친 뒤, 도보로 이동했다.

"그냥 따라오기만 하면 돼."

탄성을 지르며 좋아할 아들을 생각하며 의기양양했지만, 걸을수록 '그녀가 곧 폭발하겠구나.' 마음의 준비를 시작한다. 30분을 걸었는데도 지도엔 여전히 20분이 남았다. 곁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살핀다. 심상치가 않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니, 더 무섭다. 드디어 클라이맥스에 이르렀다.

도착한 곳은 12차선 고속도로 앞, 구글 지도는 시속 100km로 달리는 바리케이드 하나 없는 고속도로 옆 인도를 건너라고 한다. 드디어 그녀가 폭발했다. 내상이 크지 않았다. 도착 시간이 늘어날 때부터 마음의 준비를 했다. 초입에 들어설 때부터 차갑고 날카로운 단어들이 귀를 때린다. 위험천만한 고속도로 옆 길을 30분 걸었다 무사히 도착한 후에도 그녀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다.


“내가 건너는데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요? 무서워서 귀까지 막고 건넜어요. 어린 정우도 있는데 정말... 얼마나 위험한 지 알아요??? 길을 잘 모르겠으면, 나한테 미리 물어보면 되잖아요? 우버를 타고 갔으면 되잖아요? 서프라이즈는 무슨..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온 몸이 다 젖었네. 진짜 짜증나, 짜증나!! 나 정말 화났으니까, 지금부터 아무 말도 하지 마요. 아무 말도!!!!!”

"나도 이렇게 멀지 몰랐지. 고속도로 옆 길을 안내할 줄 몰랐지..." 목소리가 희미하게 기어 들어간다.

"아무 말도 하지 말라니까 진짜!!!!"

"아빠, 너무 덥다.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고속도로 밖에 없는 거 안 보여??? 둘러봐봐, 가게 하나 보이는 지."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20분을 더 걸었다.

걷는 내내 달리는 차가 무서웠는지, 아내가 더 무서웠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가 건넌 12차선 고속도로. 끝 차선에서 대형 트럭이 굉음을 내며 지나가기도 했다.


비행기를 너무나 좋아하는 정우가 탄성과 환호를 지른다. 다양한 항공사의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적은 처음이다. 비행기의 이착륙은 언제 봐도 멋지다. 짧게나마 고생한 보람을 느꼈지만, 돌아가는 길이 걱정이다.


엄마 저건 루프트한자, 오른쪽은 사우스웨스트항공이야.
저 멀리 활주로에서 이륙대기 중인 비행기들..
take off 하는 비행기들에게 안녕~~!! 정우가 정말 좋아했다
비행기를 너무 좋아하는 꼬마. 오늘 본 알래스카에어라인을 그렸다.

12차선 고속도로 아닌 다른 길을 찾아 나서보지만, 철조망을 우리를 가로막는다.

덕분에 인생 Lobster 전문점을 발견했다.

'참 인생은 이래서 살 만한 거야.'





랍스터 한 마리, 브레드, 코울슬로, 감자칩까지 총 22불. 맥주 한 잔에 2불 해피아워다.

랍스터 퀄리티며, 함께 나오는 감자칩의 모양이며 굵기, 바삭함, 염도 모두 최상급이고, 코울슬로와 크리미 한 버터소스까지 이번 여정에서 방문한 레스토랑 중 Top3에 올릴만큼 훌륭했다. 매장 이곳저곳에는 랍스터 크기와 종류, 가격을 소개하는 각종 포스터가 붙어있고, 랍스터 크기별로 가득 담긴 수조는 재방문을 부르는 마케팅 포인트다. 랍스터 한 마리를 맛있게 먹고 난 후에도 아쉬움이 남아, 커다란 집게다리 4개가 아이스버킷에 담겨 제공되는 메뉴를 연달아 주문했다. 정말 맛있었다. 가격도 너무 합리적이다. 꼭 다시 가고 싶다.

랍스터 한 마리를 먹어치우고는, 집게발 한 바스켓 주문..
같은 포즈, 다른 느낌.



줄행랑, 현실 좀비를 만나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여기서부터. 훌륭한 식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고속도로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인적도 드물고, 자동차 굉음이 끊이지 않고,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렇게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맞은편에서 홈리스 한 명이 괴성을 지르며, 양팔엔 검정봉지 뭉치를 '풍차돌리기' 하며 뛰어오고 있다.믿겨지지 않아 목을 내밀고 실눈을 뜬 채 다시 앞을 본다. 맞다.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걷던 길을 워낙 좁기에 피할 수도 없다. 정우 손을 꼭 잡고 뒤에 따라오던 이정이에게 소리쳤다.

양 팔엔 검은 봉지를 휘두르면서 으아아아아 소리지르며 오는 홈리스는 흡사 좀비같은 느낌이었다.

"도망가!!!"

"왜???"

"도망가!!!!!"

"왜 그래???"

"뛰라고 뛰어!!!"

이정이는 영문도 모른 채 반대로 뒤돌아 뛰기 시작한다. 나도 정우 손을 잡고 무작정 뛴다. 이정이가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고 전력질주한다. 정우도 상황 파악을 하는지 정말 빠르게 뛰었다.

뛰고 있는데도 내 뒤에서 “으아아아악, 으아아아악~~~~!!!!!” 홈리스의 괴성이 들린다. 뒤를 돌아볼 겨를도 없지만, 여전히 풍차돌리기를 하는지 물건들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다리 끝까지 달려와 건물 뒤에 몸을 숨기고 동태를 살핀다. 다시 뒤를 확인하니 그는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검은 봉지를 돌리며 괴성 지르며 오던 좀비를 만났던 현장

홈리스가 괴성을 지르며 보여준 풍차 돌리기는 좀비영화에서나 나올법 한 모습이었다. 영화 <부산행>에서 공유가 딸아이 손을 잡고 뛰는 장면이 생각났다. 딱 그 장면이었다. 뒤로 방향을 트는 모션과 도망가!!! 를 절규하듯 외치는 내 모습은 아주 잘 훈련된 영화 속 주인공이었다. 잠시 숨었던(?) 장소에서 그 좀비가 지나갔음을 확실하게 확인한 후 다시 그 좁은 길을 조심스럽게 걸었다.


어이구, 저렇게 겁이 많은데,
남미는 무슨 남미여행!!

남자 자존심이 다 무너져도 좋다.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가장으로서 그 당시 판단이 최고였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생각만 해도 웃음을 참기 힘들다. 숙소로 돌아오는 내내 우리 셋 모두 박장대소했다.




실리콘밸리가 있는 산호세, 구글과 애플

샌프란시스코 남쪽에 '산호세'라는 도시가 있다. 이름이 다소 생소하지만, 산호세는 미국의 실리콘밸리로 미국에서 물가가 가징 비싼 도시 중 하나다. 실리콘밸리의 고연봉 근로자들이 샌프란시스코의 집을 매수하며, 집값 고공상승에 불을 붙였다고 한다. 미국에 살던 이정이 지인들은 산호세에 별로 볼 게 없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 주식 투자자이기에, 미국에 발 닿을 때부터 가장 기대되는 곳으로 점 찍어뒀다.

지금 전 세계는 경제전쟁 중이다. 우리 조상들은 총칼을 겨누던 전쟁의 역사를 경험했고, 현재는 총칼을 겨누는 전쟁보다 조금 더 젠틀한 방법을 찾았다. 경제 전쟁은 말이 젠틀이지, 세상은 총칼을 겨누던 과거의 역사보다 더 매정하고 냉엄해졌다.

경쟁사회 속엔 많은 부류의 사람이 있다. 남에 대한 배려는 의식조차 없이 오로지 성공과 생존을 위해 사는 사람, 그 반대편에서 손해 보며 살아가지만 그것이 진정 옳고 고귀하다 믿는 사람, 이기든 지든 경쟁이라는 프레임을 무시한 채 자신만의 길을 가는 사람, 세상을 바꾸고 싶은 극소수의 사람이 섞여 있다. 지금 우리는 세상을 바꾸어 나가고 있는 애플과 구글 본사를 마주한다.


차 안에서 본 애플과 엔비디아 본사.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구글과 애플 본사를 방문한다고 해도 건물 내부에 들어가는 건 불가능하기에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본사 소유의 도로 위를 차로 드라이브하는 자체만으로도 말로 담지 못할 만큼의 감동이 있다. 구글 로고가 박혀 있는 건물들의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이 길을 드라이빙 중이라는 사실이 신기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고, 건물 하나하나를 지나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게 구글 브랜드 로고와 표시판이다.

애플 Visitor’s Center에 가기 전, 둥근 모양의 애플 본사를 따라 드라이브했다. 자연과의 조화를 위해, 자연을 최대한 해치지 않기 위해 건물 층수와 높이까지 고려하여 건축한 애플 본사 옆을 달려보는 것만으로도 비현실적인 느낌이다.


많은 사람들이 애플 제품을 만지고 느끼며 구매로 이어지는 애플의 Visitor's Center 현장.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으로 볼거리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에르메스와 콜라보한 애플워치밴드에 박수 짝짝짝!
공개되지 않은 애플사옥 내부를 3d로 구현해 두었다. 아이패드로 내부화면을 볼 수 있다. 신인류의 기술 같던 느낌...





미국 자동차 여행. 이제부터 시작이다!!!

드디어 오늘 렌터카를 인수했다. 이정이가 Hertz gold members 담당직원에게 와인을 선물했다. 직원이 프런트 밖으로 나와서 이정이와 허그를 한다. 하와이 호스트 young님의 조언대로 작은 선물 덕분에 7,500마일(약 1만 km) 운행한 새 차나 다름없는 차를 배정받았다. 아주 비싼 와인은 아니었지만, Lovely라는 이름의 로컬 와인이라 담당 여직원이 너무 감동적이라며 기뻐했다.

young님께 이 소식을 전하니 정말 다행이라며, 우리가 좋은 차 배정받기를 기도하셨단다. 참 고맙고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든다.

Drop Fee(반납장소가 다른 경우 발생하는 수수료)와 한국에서 가져온 휴대용 카시트를 무용지물로 만든 캘리포니아주 교통안전법 덕분에, 주니어카시트 렌트비와 공항세 등 추가비용이 700달러다. (한화로 101만 원)

이젠 무덤덤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렌터카의 퀄리티인데, 이건 뭐 최상급 다금바리다.

“봐봐. 와인 선물하길 정말 잘했지? young님 조언이 정말 효과있었네. 대박이야!!”

“보스턴까지 이 차로 쭈-욱 가면 좋겠다.”


우리가 받은 차는 포드의 edge, 시트가 단단해서 장시간 이동에도 허리통증 없이 편안했다.
드디어 자동차 여행이다, 어디든지 마음 가는 대로 떠나자!!!!





스탠퍼드대학 그리고 개미 소굴

미국은 세계경제의 중심이며, 세계 최고의 대학 역시 미국에 있다. 하버드와 양대산맥이라면 동문들이 뭔 소리냐 할 수도 있지만, '스탠퍼드'라는 이름의 힘이 하버드에 못지않음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교육과 대학에 관심 있는 자만이 스탠퍼드가 얼마나 대단한 학교인지 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스탠퍼드의 명성은 점점 글로벌하게 쌓여 가고 있다. TESLA의 CEO 일론머스크가 이틀 만에 자퇴한 대학, 이토록 분하고 억울할 수 있을까. 스탠퍼드 대학이 잘못이라도 한 것 같은 뉘앙스가 풍기기 마련인데, 그것과는 완전히 무관하다.

스탠포드 학생들이 즐겨먹는 교내 카페에 머물러 본다.


미국여행에서 이렇게나 정돈된 장소에 머무른 적이 있던가.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서 막강한 자본력이 뒷받침되기에 수준 높은 면학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으리라.

젊은 시절, 수십 년 간 MBA에 대해 공상과학 소설을 읽듯 상상하며 깨작깨작 하는 둥 마는 둥 입학시험 준비를 했었다. 수험생이라기에 부끄러울 정도의 공부 분량이었다. 생각만 하느라 세월이 허공 속으로 날아가버렸다. 그래도 꿈이라도 꿨던 장소에 발을 들여놓으니, 내 기분은 그저 들뜰 수밖에... 교정을 걸으며 정우에게 대학 소개를 한다.

정우가 스탠퍼드 대학생이 된다고 상상하면... 그냥 이렇게 한 번 써 보는데도 가슴이 뛰고 오금이 저려온다. 모든 걸 떠나 정말 간지가 난다. 타이틀이 주는 마력이다. 있어 보이는 끝판왕이다.


기숙사 앞을 지나간다. 딱 봐도 이 학교 학생이다. 부모님이 오신 모양이다. 엄마와 포옹을 한다. 스탠퍼드 대학생을 둔 부모는 그들의 자녀만큼 멋지게 보인다. 그들의 직업이 어떠하든 어깨뽕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우아하고 교양있어 보이며 대단해 보인다.


유명한 후버타워
아름다운 스탠퍼드대학교






남부 캘리포니아로 출발!


해가 뉘엿뉘엿 지는 오후..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


요세미티로 올라갈 것인지 남부로 내려갈 것인지 고민하다가 남부로 가기로 했다. 3시간을 넘게 달려 캘리포니아 '그로버 비치'라는 곳으로 왔다.

거실과 방을 잠깐 걸었을 뿐인데 발바닥이 새까맣게 만든 숙소는 처음이다. 소파 뒤에는 죽은 개미 사체가 300마리도 넘게 있다. 깔끔한 걸 좋아하는 그녀가 호스트에게 청소를 다시 해달라 요청했다. 내일은 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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