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 '그리피스 천문대'가 있다. 영화 <라라랜드>의 촬영지이자 '푸코의 진자'가 있는 곳이지만, 그게 뭔지 모르는 우리에게는 아들 녀석의 장난감과 다를 바가 없다. 모든 건 아는 만큼 보인다. 아는 만큼 삶이 더 고달프기도 하지만, 대체로 더 윤택하고 즐겁고 재미있다. 움직임을 반복하는 추를 보며, 정우가 들고 있던 나뭇가지를 던지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푸코의 진자 위 천정화
'TESLA COIL'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구리선이 잔뜩 감긴 기계가 눈에 들어온다. 무엇보다 'TESLA'라는 이름이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수백 년 간 에디슨의 그늘에 가려졌던 그는 21세기 어느 미친 천재가 자신의 이름으로 회사를 만들고 인류의 미래와 삶을 바꾸려 할지 알았을까? 자신의 이름이 에디슨보다 훨씬 더 많이 회자되고 유명해질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확실한 건 그가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아왔을 것이라는 점이다. 육체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영혼이 남아서 지금 세상을 지켜보고 있다면, 하루하루 흥분된 상태로 보고 있지 않을까 싶다.
미래는 알 수 없고, 사후세계 또한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최선을 다해 살아볼 만한 인생이다.
희대의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가 개발한 coil
우주 비행선과 잠시 다녀온 우주
오늘의 여정은 캘리포니아 사이언스센터 (우주과학박물관)다. 미국 두 번째 도시의 박물관 스케일이 궁금하다. 과학과 전혀 친하지 않지만 과학, 우주 박물관에 가는 건 언제나 즐겁다. 소소하게나마 체험할 수 있고,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기적 같은 발견과 업적을 볼 때면 어린이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과학지식이 문맹에 가깝기에 더 재밌고, 아주 작은 것에도 감동할 수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정우가 좋아하는지 여부다. 다양한 체험이 즐비한 곳이라 입장부터 신이 났다. 아직 어리지만 눈을 보면 알 수 있다. 신나는 걸 볼 때면 그 큰 눈의 동공이 더 커진다.
캘리포니아 사이언스센터 외관
아폴로 탐사 시 착용했던 우주복 샘플과 오른쪽은 실제로 탐사에 활용된 우주선 기체.
화성탐사에 사용되는 우주시설의 모형과 익숙한 우주비행선 착륙 이후 나사 비행기로 옮기는 중..
“엄마! 여기 진짜 좋은 거 같아. 너무 좋다!!”
스크린터치에 익숙한 세대인 정우는 다양한 버튼을 터치하며 Eco system을 즐기고 있다. 콘텐츠를 구현해 놓은 레벨 역시 미국은 다르다. 생명의 탄생을 정리해 둔 박물관은 전 세계 여러 군데 있고, 한국에서도 경험한 적 있지만, 이곳의 비주얼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최고의 퀄리티였다.
엄마와 딸이 게임코너에서 열중하길래 들여다보니, 어린 딸은 정자를 난자에 넣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자연스레 성교육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재밌는 게임으로 만들었다. 대단한 나라다. 우리나라에선 제작자가 부끄러워서 만들지 못할 수도 있다.
Science Museum이지만, 해양 생태계와 자연에 관한 내용도 다루고 있다. 각각의 모든 섹션에서 체험이 가능하기에, 아이들과 어른 관람객 모두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
해양생물을 전시해놓은 대형수조에 여러 종류의 상어와 바다거북, 가오리 등 다양한 어종을 만날 수 있다.
좌측은 극지방 탐사대가 사용하는 이동수단 전동썰매(?) 오른쪽은 북극곰 폴라베어의 가죽이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우주 관련 콘텐츠다. 그중에서도 'Space Shuttle Endeavour'를 빼놓을 수 없다.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어 endeavour라는 단어를 사전에 찾아봤다. '힘껏 노력하다'라는 뜻으로 우주로 향하는 도전이 힘들기에, 이 단어를 붙였구나 추론해본다.
'Space Shuttle Endeavour'는 유명한 우주 비행선이다. 우주로 우주선 보낼 때 사용했던 날개 달린 흰색 비행선으로 TV 뉴스에서 본 적 있다.
Three Two One Zero! 카운트다운과 함께 하늘 위로 솟아오르는 장면에 항상 등장하던 비행기. 비행 이후 하늘에서 동체와 분리되던, 뉴스로 봤던 바로 그 비행기.
이게 뭐야!!! 실제로 우주비행에 사용했던 비행선 실물이 전시돼있지 않은가??!!!
우주에 다녀온 비행선이라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비행선에도 생명이 있다면, 우주를 바라보는 느낌이 어땠는지 묻고 싶다. 우주에 있어봤다는 것 하나만으로 경외심과 대견함을 느낀다. 몹시도 웅장하고 거대했다. 미국의 위대함을 부정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지금도 미국기업 테슬라에선 비행기가 서울-LA 왕복하듯 위성을 우주로 발사하고, 위성의 본체가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오는 엄청난 일을 뉴스로 접한다. 세상의 진화는 바쁘고 놀라운 일의 연속이다.
어제 그리피스 천문대에서 화성 관련 정보와 화성의 지표면을 봤고, 온도와 에너지 등 정보를 접하며, ‘화성에 가는 날이 얼마 안 남았구나. 화성에 도시를 건설할 기술력과 필요한 자재를 실어 나르는 기술 역시 이미 개발되었거나, 몇 년 뒤면 모든 준비가 마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체험이 이렇게 중요하며 지식 또한 중요한 것이다. 화성 표면을 이런 전문적인 곳에서 더 깊게 들여다보면, 다른 행성에 사는 거부감조차 줄어듦을 느낀다.
우주에 다녀온 우주비행선이라, 우주의 흔적이 그대로 외관에 남아있다.
엄청난 크기의 엔진.. 우주비행선 위용에 압도당하는 느낌.
나사 우주비행선의 스페이스 허브
“2019년 중동 출장 갔을 때, 너무 더우니까 (외부 온도 50도) 밖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거든, 그래서인지 중동에 Mall 문화가 많이 발달되었더라. 외부로 전혀 나가지 않고 생활할 수 있더라고.. 그런 걸 보면 화성에서 건물지어서 사는 거나 중동에 사는 거나 비슷할 수도 있겠어.”
우주비행선을 눈앞에서 본다는 것. 일생의 영광이며, 이번 여정이 우리 세 사람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함을 느낀다. 평범한 하루도 좋지만, 거대한 역사 앞에서 함께 숨 쉴 수 있다는 게 조금 더 가치 있는 하루로 만들어준다.
앞으로 우주산업의 잠재성이 단순한 프로토 타입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상업화가 되고, 우리 일상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정우가 내 나이쯤 되면 화성이나 다른 행성으로 휴가 가는 일이 당연해질 수도 있다.
수백 년 전, 수평선 너머 먼바다로 항해를 떠났던 과거처럼, 지금 우리는 우주여행을 바라보고 있다. 당시엔 말도 안 되는 미친 짓이라 했던 항해가 지금은 당연한 일이듯, 지금은 엄두조차 안 나지만, 일상이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인류의 진화와 발전이 놀랍지만, 한편으론 두렵다.
비행기를 좋아하는 정우는 우주비행선 장난감으로 행복해했다. 나사점퍼를 사주고 싶었지만, 짐을 늘릴수 없기에 아쉽지만...
요즘 정우가 부쩍 많이 컸는지 말을 정말 안 듣는다. 힘도 엄청 세졌다. 가끔 발길질을 당하면 화가 난다. 유치하지만 나도 아들에게 똑같이 응징한다. 정우가 말하는 걸 보면 참 많이 컸다. 여정 중 역사적인 장소, 장엄하고 영광스러운 장소를 보는 것만큼 아들의 성장은 놀랍고, 여정에 빠질 수 없는 재미다. 부모로서 행동에 조심해야겠다 생각한 적이 여러 번이다. 어른들의 행동과 말을 모두 흡수하고 활용한다.
일정 중 지루한 시간엔 아들과 스무고개 게임을 자주 한다. 아빠가 단어를 하나 떠 올린다.
“단어를 생각했습니다.”
“그건 먹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힌트를 주면 엄마가 매일 마시는 겁니다.”
“정답, 맥주.”
“ㅋㅋㅋ 아닙니다.”
“정답, 와인.”
“ㅋㅋㅋㅋㅋ 아닙니다.”
정우의 눈엔 엄마가 매일 마시는 음식이 내가 생각한 커피가 아닌 맥주와 와인이다. 이런 일이 수십 가지다. 모두 기록해두지 못한 게 아쉽지만, 앞으로 수백 번 더 있겠지. 사랑하는 아들의 성장을 매일 쉬지 않고 옆에서 볼 수 있는 것. 이번 여정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그의 발길질이 너무 아프다. 내가 똑같이 복수를 하면, “아빠가 어린애도 아니고, 아들한테 똑같이 해? 진짜.”
너도 발길질을 당해봐라. 얼마나 아픈지.
최근 Milbrae의 저렴한 inn에 묵는 동안 정우 얼굴에 에어컨 바람을 직방으로 맞았다. 엄마 아빠도 완벽하지 않기에 아들을 고생시킨다. 하지만, 이런 시간도 아이를 강하게 만드는 시간이라 믿고 자책하지 말자. 내일은 보조바퀴가 없는 두 발자전거를 태워 주기로 했다. 여러 번 넘어질 것이다. 무르팍이 깨지고 온몸에 상처가 생길 수 있지만, 그 모든 게 성장의 과정이다. 그래도 조금만 넘어지고 잘 타게 되기를 부모의 마음으로 바라본다.
비버리힐즈 드라이브.. 넓고 멋진 저택들이 즐비하다. 저택 내 조경은 물론이며 화려한 수영장까지...
LA 전경을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그리니치 전망대에서 본 LA 전경..
드디어 헐. 리. 우. 드. 간판을 봤다. 저게 뭐라고.. 기분이 좋은걸까.
라라랜드 촬영지인 그리니치 천문대에는 이런 포토스폿이 여러 군데 마련되어 있다. 영화 <라라랜드 LALA LAND>의 대히트 이후 LA를 찾는 관광객이 배로 늘었다고 한다. 나 또한 라라랜드 영화 팬으로서 촬영지를 찾아다니며 인증사진 찍는 재미로 즐거웠다. 영화 속 두 주인공처럼 야경 보러 밤에 오고 싶었지만,,, 어린 정우와 함께 하기에 LA 치안이 불안한 마음에 낮시간 방문했다. 성인들이라면 저녁시간에 방문해서 야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요기를 해결할 겸 들려본 그랜드센트럴마켓.
사실 LA 치안도 문제지만, 렌트하지 않으면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주차비나 주차공간이 만만치 않아 고민스러웠다.
그랜드센트럴마켓 주차비시간당 4달러 (2022년 9월 기준)로 그나마 합리적인 편이고,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가볼 만한 곳이 있어서 추천! 알록달록한 벽화와 사인물이 가득했던 홀에서 정우가 우리 부부사진을 여러 장 찍어주었다. 짜식. 많이 컸네 ^^
다양한 식사와 간식거리를 파는 그랜드 센트럴 마켓.
간단하게 요기하기도 좋고, 각양각색 여러 나라의 음식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정우와 엄마는 일본 도시락과 튀김을, 아빠는 멕시코 브리또를 먹었다. 주말 점심시간이라 사람들로 북적였다.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음식들도 그럭저럭 먹을만하다.
인플레이션으로 물가상승이 만만찮다. tax까지 붙으니 더 부담스러운데, 이곳은 셀프서비스라 tip을 안 줘도 돼서 그나마 낫다.
LA의 유명한 에그슬럿 매장도 그랜드센트럴마켓에 있으나, 아~~ 주 긴 대기열을 기다릴 자신이 없다.
<라라랜드>에서 미아와 세바스찬이 사랑을 속삭이던 앤젤스 플라이트.세계에서 가장 짧은 케이블카로 편도 1.5불, 한번 경험해본 것으로 족하다. 그랜드센트럴마켓 바로 맞은편이라 마켓 주차장에 주차하고 도보 이동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LA 치안에 대해 무서운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은 터라 걷는 내내 긴장했으나, 생각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다.
밤거리에서는 마약중독자들과 홈리스, 강도, 소매치기가 아주 많다고 한다. 주차를 할 때는 귀중품이 밖에 보이지않도록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차량의 유리가 깨진 도난당한 차량을 여러 대 봤다. 코비드 이후 아시안 포비아들의 묻지 마 폭행도 늘었다고 한다. LA에 거주하는 한인들에게 여러모로 주의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방심은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