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의 추억이 그리 많진 않지만, 좁은 골목길에서 빨간색 네발 자전거를 타고 핸들을 이리저리 움직이던 기억이 난다. 그날의 공기와 온도, 맑은 하늘까지 잔상으로 남아있다.
수만 가지 삶의 기억 중 몇 안 되는 또렷한 기억에 '자전거 타기'가 있다는 건 그만큼 특별하다는 뜻 아닐까?
자전거타기는 유년시절을 전 후로 나눌만큼 성장의 큰 단면이다.
부모가 된 이후의 자전거는 또 다른 의미다. 사랑하는 내 아이가 천부적인 감각을 발휘해 균형을 맞추며 자전거를 탈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그동안 쌓아온 모든 감각기관을 시험대에 올려 자식을 건강하게 잘 키웠는지 시험받는 기분이랄까. 분명 부모의 욕심이다. 늘 입버릇처럼 건강하게만 크면 좋겠다고 했지만, 나도 모르게 정우가 다른 아이들보다 뛰어나길소망하고 있었다.
아직 만 5살도 되지 않은 아이에게 두발자전거는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아이가 원할 때 가장 큰 성과가 나온다는 진리를 믿는다. 자전거를 가르치기 위해 정우아빠는 그렇게 롱비치 해안도로를 달렸다.
해안가와 베이를 따라 자전거를 달릴 수 있는 도로가 쭉 펼쳐진다.
조금씩 중심을 잡아보려고 노력중. 네발자전거도 친구것을 두어번 타본게 전부다.
두 발자전거 두 번째 레슨
“정우야, 오늘도 자전거 탈래?”
“응, 너무 재밌어! 또 타고 싶어!”
자식이 무엇이든 잘하면 뿌듯하다. 한 시간 채 안 되는 40분간 두 발자전거를 탔던 어제의 레슨은 꽤 훌륭했다. 다른 건 별 볼일 없지만, 운동신경만큼은 괜찮은 아빠를 닮았구나. 그래도 커서 운동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자식이 원하는 바를 믿고 지원하겠지만, 운동만큼은 취미로, 건강을 유지하는 목적으로 즐겼으면 한다.
“정우야, 어제 아빠가 살짝살짝 손을 놓았잖아. 그래도 정우가 중심을 잘 잡았지? 오늘도 아빠가 항상 옆에서 잡아줄 거야. 정우가 중심을 잘 잡으면 한 번씩 살짝살짝 놓을게."
“응, 어제 끝날 때도 손 잠깐 놓은 거 이미 알고 있었어. 그래도 오늘 아빠가 옆에 있어야 해.”
“당연하지. 아빠가 옆에서 정우를 꼭 잡아줄 거야."
“좋아, 빨리 타러 가자!!”
빌린 자전거가 어제보다 바퀴가 가늘고, 페달이 뻑뻑하다. ‘어린 정우 힘으로는 쉽지 않겠는데, 너무 뻑뻑하네.’
오늘만큼 엄마의 역할이 없는 날이 있을까, 달리는 부자 뒤를 따라 뛰면서 사진을 찍은 게 전부다.
두 남자는 어제 땀을 엄청 흘렸다. 정우가 언제 넘어질지 몰라 상체를 구부리면서 뛰어야 하고, 아빠는 정우 옆에서 넘어지려는 순간 온 힘 다해 자전거와 아이를 잡아야 한다. 넘어질 대로 넘어져서 무르팍부터 팔꿈치까지 다 까져봐라 할 수도 없기에 낮게 구부린 자세에도 힘이 더 많이 들어간다.
'그냥 편한 하루를 보낼 걸, 괜히 자전거 얘기했나..'
정우아빠가 후회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웃어버렸다.
그래도 어쩌겠나. 고집 센 꼬마가 벌써 자전거에 재미를 알아버렸다. 평소엔 두려움 많고, 숫기도 없는 녀석인데 놀 때만큼은 그렇지 않다. 도전정신이 꽤나 있다.
‘오늘은 처음부터 아예 손을 놔버려야겠다.’
남편의 조급한 성격이 발동된다. 늘 급하게 행동하는 와이프에게 뭐라 할 처지가 못된다. 정우를 가르칠 마음은 있는 건지, 아빠 욕심을 채우려는 건지,,,58개월의 어린 정우가 정말 빠른 시간에 잘 타기를 바라고 있다.
“정우야, 핸들 중앙을 잡고!!! 페달 중앙에 발을 올리고, 자! 출발! 허리 펴고 허리 펴고!!! 허리를 펴야 중심을 잘 잡을 수 있어요.”
최대한 자전거를 중앙에 맞추고 정우 몸에서 손을 뗀다.
“어, 어, 어, 잘하고 있어. 그렇지 그렇지!!”
참 신기하고 놀랍다. 간밤에 자면서 시뮬레이션 훈련이라도 했나? 어제는 핸들이 기울면 손을 놔버리던 정우가 기울어지는 반대편으로 핸들을 꺾어 중심을 잡는다. 그러다 오른쪽으로 꺾이면 이내 넘어지고 만다.
“정우야, 아주 잘했어. 정우가 핸들에서 손을 안 놓고 반대쪽으로 움직였잖아. 아주 잘한거야.”
“내가 이 쪽으로 가는데, 그래서 핸들을 이렇게 돌렸어.”
“그래 잘했어, 그렇게 하는 거야. 다시 해 보자.”
아이의 뒤에서 자전거 바퀴가 양 방향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는 건 부모의 특권이다.
아들의 자전거가 중심을 잡고 전진하는 모습을 볼때면, 바다에서 고래를 발견하는 것 같은 큰 감동을 받는다. 아이의 양 발이 바쁘게 움직인다. 허리도 세웠다 굽혔다 하며 자신만의 규칙을 만든다.
엄마는 달리는 정우 앞에서 동영상을 찍었다. 녀석을 보고 있자니 엄지가 절로 올라간다.
“정말 잘 탄다!! 겨우 1시간 반 배웠는데, 이렇게 빨리 타다니 너무 기특해!!!!!"
이미 자녀를 다 키운 부모들이 보면 아이고 호들갑을 떤다겠지만, 아이가 안겨주는 감동쿠폰은 그때마다 격하게 기뻐하며 있는 감정 그대로 느끼면 된다.
기쁘고, 대견하고 잘 커가고 있음에 고마움도 느낀다. 부모의 도움 없이 오롯이 스스로 자전거를 탈 수 있어야 한다. 그 시점이 생각보다 빨라질 것 같지만, 빨리 배우는 것보다 제대로 배우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필요한 내용을 충분히 가르쳐주었기에, 나머지는 모두 아이의 몫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수차례 넘어진 것처럼, 앞으로 정우 인생도 넘어질 것이다. 그럴 때마다 오늘처럼 씩씩하게 다시 일어나기를 바란다. 사랑한다, 우리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