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대 버거를 다 먹어본 소감.

미국 대륙을 자동차 횡단하며 가장 많이 먹은 음식

by 홍어른

우리의 500일 여정 중 가장 스펙터클했던 건 아무래도 미국이 아닐까 싶다. 샌프란시스코 남부에서 자동차를 빌려 동부 뉴욕까지 자동차로 횡단했다. 두 달 동안 13,000km를 달렸으니 이동거리가 어마어마했다. 무엇보다 89일 동안 사계절 옷을 다 꺼내 입었으니, 날씨마저 스펙터클했다.

샌프란시스코 도보 여행을 마치고, 밀브레를 시작으로 LA를 지나 1번 국도를 따라 샌디에이고까지 캘리포니아를 여행했다. 2022년 9월 여행 당시 달러 환율은 1,400원을 넘어섰고, 미친듯한 속도로 끝없이 올라갔다. 빠듯한 예산에 팁까지 내야 하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매 끼 식사가 고민이었다.


89일간의 미국여행에서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이 무어냐 묻는다면, 미국인들의 소울푸드 '햄버거'다. 전직 맛집블로거이자, 외식업계 종사자로서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었지만, 자동차 횡단여행을 하면서 방문할 수 있는 선택지가 극히 드물었다. 미친 환율과 인플레이션 속에서 고된 미국여행을 한 우리에게 가심비 + 가성비가 은혜로운 도피처가 필요했다. 햄버거를 좋아하는 남편과 감자튀김을 사랑하는 정우에겐 더없이 환상적인 식사장소였지만 햄버거를 좋아하지 않는 내게는 힘든 나날이었다. 흑. 그리하여 원치 않았지만 미국의 거의 모든 버거 프랜차이즈를 경험했는데, 오늘은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미국 3대 버거'를 소개한다.






먼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를 근간으로 운영되고 있는 '인 앤 아웃' 버거다. 사실 서부는 <인 앤 아웃>, 동부는 <쉑쉑>이라는 공식(?)이 있지만, 서부에만 있는 <인 앤 아웃>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 늘 궁금했다.

<인 앤 아웃>의 메뉴는 단출하다. 패티, 치즈가 두 장씩 들어가는 더블더블과 치즈버거, 햄버거, 감자튀김이 전부다. 인플레이션 폭탄을 맞은 미국에서 그나마 착한 가격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던 몹시 고마운 곳이다.

메뉴 가격은 더블더블 5.05불, 치즈버거 3.55불, 감자튀김 2.3불이다. (2022년 9월 기준)

<인 앤 아웃>은 방문했던 모든 매장의 디자인과 동선이 거의 99% 비슷했다. 매장 외부 인테리어와 그래픽이 같을 수 있지만, 내부 카운터 위치와 직원들의 업무 동선, 화장실 위치와 고객의 동선까지 거의 일치하더라.

무엇보다 매장마다 맛과 품질이 편차 없이 동일했다. 프랜차이즈는 본점의 복사, 붙여넣기라는 철칙을 아주 잘 지키는 듯 하다. 외식업계에 오래 몸담았던 우리 부부는 <인 앤 아웃> 프랜차이즈 본부에 엄청난 찬사를 보냈다.

남편과 나는 더블더블버거를, 정우는 치즈버거를 주문했다. 사실 햄버거는 정우가 10살쯤 되면 사줘야지 생각했었는데, 미국 횡단 여행을 하면서 엄마의 다짐은 무참히 깨졌다. 나의 정보가 미천했겠지만, 미국에서 햄버거를 제외하고 아이가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지 않았다.

<인 앤 아웃> 버거를 처음 먹던 날엔 뭐야? 그저 그런데? 이런 느낌이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나의 감상평을 확인한 지인 여럿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인 앤 아웃을 맛있게 먹으려면 한 가지 특별한 주문이 있단다.


Grilled Onion, please.
(양파를 구워서 넣어주세요.)




양파를 넣은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미가 깊어진다. 첫 번째 방문에서 별로였던 나의 감상을 완전히 바꾸었다. <인 앤 아웃>의 치즈버거는 정말 맛있었다. 불향이 느껴지는 짭짤한 패티와 특별한 소스, 양상추, 토마토까지. 패티는 바삭하게 구워내 노란 체다치즈의 풍미가 더해져서 전체적인 맛의 밸런스가 좋다. 매장 내부의 자율배식대에서 할라피뇨를 가져다 먹을 수 있다. 햄버거의 느끼함이 몰아쳐 괴로워질 때쯤, 맵싹한 할라피뇨 하나를 입 안에 넣고 우물거리면 훨씬 개운해진다.

즉석에서 생감자를 튀겨낸다는 프렌치프라이도 괜찮았다. 포실포실한 분질 감자를 쓰는 듯한데, 바삭바삭함보다는 부드러운 감자의 맛에 더 관건을 두었다. 맥도널드 st의 바삭한 프렌치프라이를 선호하는 분이라면 아쉬울 수도 있겠다.





두 번째는 <파이브가이즈>다. 가격이 비싸지만 풍미가 진한 땅콩기름을 사용해 더욱 건강하고, '홈메이드 수제버거' 타이틀을 내세우며, 고객이 원하는 모든 오더변경이 가능하다고 한다.

매장 내부가 충격적일 정도로 깨끗하다. 스테인리스 재질로 된 오픈 키친의 모든 곳이 반질반질하게 광이 난다. 청소 덕후로서 이미 <파이브가이즈>가 마음에 든다.

가격은 햄버거 10.59불, 치즈버거 11.59불, 베이컨버거 11.99불, 베이컨치즈버거 12.99불, 리틀햄버거 8.19불 등 <인 앤 아웃>과 비교하면 거의 2배다. 가격대가 높은 편이라 그런지, 홈리스처럼 보이는 사람이 없다. <인 앤 아웃>에서 홈리스를 자주 마주쳤는데, 아이와 여행하는 엄마 입장에서 불안하기도 했다.

일반 식용유가 아닌 땅콩기름을 쓰는 <파이브가이즈>는 매장 중앙에 땅콩박스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매장의 아이덴티티를 직관적으로 표현했다. 땅콩은 원하는 만큼 직접 가져다가 먹을 수 있다. 짭짤하게 시즈닝이 된 구운 땅콩은 맥주와도 환상궁합이다. 먹다가 남은 땅콩은 맥주안주로 즐겼다. 얼마 전 <파이브가이즈 1호점>이 강남에 오픈했는데, 과연 땅콩이 남아날런지 내심 걱정된다.

땅콩기름으로 튀겨낸 감자튀김은 정말 바삭하고 맛있었다. 감자 껍질을 벗겨내지 않고 통으로 길게 썰어 튀겨내며, 땅콩유 덕분인지 바삭함과 고소함 남다르다.

땅콩은 먹을 만큼만 가져왔다.

수제버거를 표방하는 <파이브가이즈>는 전용 패키지 대신 은박호일에 버거를 싸준다. 부드러운 번에 패티, 치즈, 토마토, 양상추, 버섯, 양파 등의 구성이 다채롭다. 버섯과 양파는 볶아서, 특히 채소를 많이 넣어달라고 주문했다. 채소 함량이 많은 탓에 건강한 느낌이 든다.

정말 맛있는 햄버거임에는 틀림없지만, <인 앤 아웃>과 비교하면 가격이 2배 이상 비싼데, <파이브가이즈>가 2배 이상 맛있나? 의문이 들었다. 땅콩기름을 사용한다는 차별화를 제외한다면, 특별한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

(개인적인 감상이며, 반박 시 당신의 의견이 옳습니다.)





한국에서도 좋아하고, 자주 먹던 <쉑쉑>이다. <쉐이크셱>이라는 이름이 정확하겠지만, 쉑쉑이 더 마음에 든다.

본점은 뉴욕 매디슨스퀘어 파크 안에 있지만, 우리는 뉴욕 도심에 있는 매장과 피닉스의 대형몰에서 방문했다.

[사진출처 : 네이버블로그 cilina80 님에서 발췌]

메뉴 가격은 가장 저렴한 싱글버거가 7.59불, 더블버거는 10.29불이다.

양상추를 넣는 <인 앤 아웃>과 <파이브가이즈>와 달리 초록빛을 띠는 로메인을 넣는다. 토마토 슬라이스와 치즈가 들어가는 건 다른 브랜드와 동일하지만, 패티 가장자리를 튀겨냈다 싶을 정도로 바삭하게 구워내고, 버거 사이즈가 세 브랜드 중 가장 작다. 성인 남성이라면 반드시 더블버거를 시켜야만 양이 찰 것 같다.

귀여운 모양의 통통한 감자튀김은 포실포실 맛있고, 부드러운 번과 크리스피하게 구워낸 패티가 풍미를 더한다. 한국에서 여러 번 경험해봤지만, 본토에서 먹는 그 맛은 기분 탓인지 몰라도 더 맛있었다. 패티의 고기풍미가 가장 진한 건 역시 쉑쉑이었다. 쉑쉑에서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는 밀크셰이크를 깜빡 했다. 미국에선 죄책감을 줄이고자, 콜라 대신 제로 레모네이드를 주로 마셨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쉑쉑에 방문하신다면 본토의 밀크쉐이크를 맛보시고 어땠는지 알려주시길.








햄버거 덕후 호선생은 미국의 3대 버거 중 <SHAKE SHACK>이 가장 좋다고 했다. 패티의 고기풍미가 가장 진하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햄버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는 <인 앤 아웃>의 그릴드어니언을 추가한 치즈버거가 제일 괜찮았다. 더블버거보다 염도가 낮고, 맛의 밸런스도 훌륭하며, 무엇보다 뛰어난 가성비 덕분에 만족도가 높았다. 미국의 모든 버거프랜차이즈를 접한 5살 정우의 픽은 뭘까?


엄마! 나는 그래도 맥도널드가 제일 좋아!


꼬마에겐 맥도널드의 치즈버거와 맥너겟, 그리고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찍어먹는 감자튀김이 최고였다. 가끔 사주는 해피밀 장난감 역시 아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밖에 없다.

(역시 맥도널드 주식에 장기투자 해야하나? 전 세계 맥도널드 매장에 빼곡히 앉아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코카콜라와 맥도널드는 영원할 것 같다.)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휴게소에서 가장 많이 마주친 버거 브랜드는 다름 아닌 <웬디즈>다. 우리가 가장 많이 방문한 곳도 <웬디즈>다. 특별히 뛰어난 맛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메뉴가 짜지 않고 소화가 잘 된다. 장거리 운전을 하는 우리에겐 맛보다 속이 편안한 음식이 필요했다.



미국인의 소울푸드 햄버거. 불향 그윽한 패티와 찐한 체다치즈, 토마토와 아삭한 양상추가 곁들어진 영양학적으로도 훌륭한 음식. (감자튀김과 탄산음료만 없다면) 어디서든 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심지어 운전하면서도 먹을 수 있는 햄버거. 사람들이 왜 그렇게 좋아하는 지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한국인의 김치찌개, 된장찌개처럼 늘 그립고 생각나는 음식이겠지.. 햄버거를 삼일 연속 먹어야 했던 날에는 많이 괴로웠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13,000km를 횡단하며 우리 가족 셋이 더욱더 돈독해졌다.


오늘은 미국 여행이 그리워지는 날이다.



여보! 아들!

그래서 말인데 오늘 저녁 햄버거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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