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400일 세계여행 중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은 아이스크림이다. 무더위에 여행하는 날이 많았기에, 걷다가도 아이스크림 간판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는 5살 아들 덕분에거의 매일 먹을 수 밖에 없었다.
5 대륙 64개 도시에서 맛 본 우리 가족의 '최고의 아이스크림 best 3'을 선정했다.
1. <Ferrari Gelato>오스트리아 비엔나
이탈리아식 아이스크림 '젤라토'는 천연재료를 쓰고, 색소와 방부제를 넣지 않으며, 일반 아이스크림에 비해 공기함유량이 낮아 밀도가 높고 강렬한 향미가 특징이다.
<페라리 젤라토>는 이탈리아 정통 방식으로 만드는 수제 젤라토 매장으로, 수준급의 망고 젤라토를 맛볼 수 있다. 아직까지도 우리 마음속 아이스크림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곳이다.
이탈리아의 고급 자동차, 페라리를 상호명으로 할 정도면 남편처럼 페라리에 미친 사람인가?싶었는데, 사장님이 이태리 사람이다. 페라리 소유 여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페라리 젤라토>는 담아내는 기물부터 남다르다.
차가운 느낌의 철제 용기는 젤라토를 더 차갑게 해 주며, 녹는 시간을 늦춰준다.
Ferrari Gelato Vienna
망고 젤라토를 처음 맛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아이의 눈이 동그래졌고, 남편의 낮은 탄식이 이어졌다.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망고인 아들 덕분에 이제껏 수백 번의 망고 아이스크림을 먹어봤지만,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압도되는 맛이다.
새콤달콤 망고의 진한 풍미와 부드러운 질감의 젤라토는 비엔나에 머무는 일주일 간 무려 5번 방문하게 했다. (여정 둘째 날 이 가게를 발견했으니, 매일 간 셈이다.)
두 번째 방문에맛의 비법이 무엇이냐 여쭈니, 생망고 100%를 아낌없이 넣는단다.
다른 비결은 없다. 그저 좋은 재료를 많이 넣으니 맛있을 뿐이란다. 이토록 간단한 비법이 있으랴.
우리 부부는 서로 눈을 맞추며, 어쩐지.. 했다.
생망고 100%라는 주인장의 말이 수긍가는 맛이다.
과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면, 바닐라 맛 젤라토 두 스쿱과 에스프레소를 얹은 아포가토를 추천한다. 진한 바닐라와 쌉쌀한 에스프레소의 풍미가 고급스럽게 어우러진다.
다른 과일맛 젤라토 모두 맛있지만, 망고 젤라토만큼의 감동은 아니었다.망고를 추천한다!!
2. <new zealand natural town hall>호주 시드니
시드니를 여행하던 2022년 8월, 남반구 호주는 한 겨울 날씨였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이스크림을 자주 사 먹었던 건, 호주 유제품의 맛과 품질이 몹시 훌륭했기 때문이다.
시청 근처 퀸 빅토리아 빌딩을 구경하고는 빨간색 트램을 따라 걸으며 시내를 탐방했다. 오늘도 아이스크림 노래를 부르는 아이를 위해, 맛집 내비게이터 엄마 레이더에 잡힌 <뉴질랜드 내추럴> 천혜의 자연환경 뉴질랜드에서 방목하며 키운 소의 우유로 만드는 우유 아이스크림을 베이스로 하는 브랜드다.
아이는 우유 베이스의 바닐라를, 우리 부부는 초콜릿과 솔티드 캐러멜을 골랐다. 공기 함량이 높아 부드러운 질감의 바닐라 아이스크림은 우유의 고소하고 진한 풍미를 그대로 지니면서도 지나치게 달지 않아 좋았다. 초콜릿 아이스크림은 눈이 띠용 나올 만큼 진한 카카오의 풍미와 적당히 쌉싸름하면서도 은은한 달콤한 맛이 우리를 매료시켰다. 아이는 더 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지만, 두 스쿱을 남김없이 해치우고는 손에 흐르는 아이스크림을 쪽쪽 빨았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어른의 맛, 솔티드캐러멜은 진하면서도 고급스러웠다. 보통 아이스크림 하나를 남편과 나눠먹는데, 이날은 다 먹고 난 뒤 하나 더 주문하고 싶은 마음을 겨우 눌렀다. (하나 더 먹자고 하면, 아들이 또 먹을게 분명하고, 추운 겨울에 아이스크림 2개를 먹고 나면 꼬마가 목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아이스크림 맛도 좋았지만, 원 없이 먹지 못한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혹시 이 글을 읽고 <뉴질랜드 내추럴>에 방문하신다면, 저 대신 솔티드캐러멜 아이스크림을 온전히 즐겨주시기를.
3. <my sugar gelato>이탈리아 피렌체
이탈리아 여행의 백미는 달콤한 젤라토를 먹는 일이 아닐까? '로마의 3대 젤라토'를 다 경험했고, 셋 모두 훌륭한 젤라토임에 분명하지만, 개인적으론 피렌체 좁은 골목의 <my sugar>를 추천한다.
<my sugar>는 2016년 피렌체 젤라토 페스티벌에서 우승했던 매장으로, 피렌체 대성당에서는 족히 20분은 걸어야 하며, 좁은 골목에 테이블 하나 없이, 작은 스툴만 몇 개 남짓한 작은 가게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매일 1 젤라토를 먹은 우리는, 피렌체의 유명하다는 젤라토를 전부 섭렵했다. 모두 맛있었지만, 마음에 쏙 드는 곳은 없었다. 피렌체는 역시 스테이크가 유명한가 봐.. 라며 젤라토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 판자노끼안티 부부젤라 할아버지 '다리오 체키니'의 레스토랑에 다녀오던 날,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입가심할 겸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졌다. 하염없이 피렌체의 골목을 걷다가, <마이슈가>를 만났다.
스테이크를 1kg쯤 먹은 우리 부부는 상큼한 레몬을, 언제나 망고사랑 꼬마는 망고와 초콜릿을 주문했다.
첫 입을 넣자마자 우리 부부는 인상을 쓰며 서로 눈을 마주쳤다.
"미쳤어!!!!!!"
시원한 레몬셔벗을 먹는 듯한 상큼한 레몬향에 젤라토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셔벗의 사각사각한 서늘한 느낌보다는 다정한 부드러움이랄까.
끝없이 제공되던 핏빛 스테이크를 거부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입에 넣었던 우리에게 <마이슈가>의 레몬 젤라토는 또 하나의 빛이었다. 스테이크로 가득 찬 위장이 이제야 소화를 시작하는 느낌이다.
언제나 냉철한 5살 어린이가 한 마디 내뱉는다.
"엄마, 여기는 페라리 젤라토 이후에 제일 맛있는 아이스크림이야!!"
망고와 초코맛이 진하고 깊다는데, 5살 주제에 깊은 맛을 아는 걸까? 의문이 들지만, 언제나 그의 맛 평가는 날카롭기에 아들의 의견을 존중하도록 한다.
물론, 피렌체 포함 이탈리아에 훌륭한 젤라토 가게는 차고 넘치게 많지만, 우리는 <my sugar>에서 가장 행복했으며, 맛있다고 느꼈기에 선정했다.
(개인적인 감상이며, 반박 시 당신의 의견이 옳습니다.)
아이스크림 안 사준다고 드러누운 어린이, 시드니 달링하버.
아이스크림 하나면 세상을 다 가진듯 행복한 어린이.
언제나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면, 아이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차갑고 부드러우면서도 달콤한 그 맛. 핑크빛 데이트를 닮은 그 맛을 싫어하는 사람 누가 있으랴.
입 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을 탐미하고 싶어 윗 입술을 핥게 되는걸.
어릴 적 엄마를 졸라 100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사 먹던 그때와는 다르지만, 마흔이 넘은 지금도 아이스크림은 언제나 설렘의 대상이다. 오늘도 내일도 달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