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도시를 꼽는다면 '재즈의 도시, 뉴올리언스'가 아닐까? 적어도 지금까지 우리가 다녔던 모든 도시를 통틀어 뉴올리언스가 가장 유흥스러운 밤문화의 도시다. 5살 정우도 흥을 더한다. 음악이 나오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현란한 꺾기와 춤을 선보인다.
“정우야, 음악 들으니까 기분 좋아?” “응. 너무 좋아.” 답이 그리 길지 않다. 춤추기 바쁘니까. 지나가는 이모들, 할머니들, 아저씨들 한 번씩 웃고 지나간다. 지나던 흑인 여성은 어린 정우를 귀여워하며 "He is dancer~"라며 함께 춤을 춘다.
버본스트리트의 수천 명 인파 중 정우는 단연코 최연소 어린이다. 5살 나이에 와볼 만한 곳은 아니겠지만, 뭐 이런 경험도 할 수 있지라는 궁색한 핑계를 댄다. 뉴올리언스 일정이 이틀 남아있기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현재를 즐기자.
뉴올리언스 버본스트리트, 각종 재즈클럽과 bar가 몰려있다.
123달러
베네도넛으로 유명한 <Café de Monde>에서 도넛과 커피 한 잔을 즐긴다. 입은 즐겁지만, 마음 한편이 아주 편하지는 않다. Public parking lot에 1시간 주차요금만 결재해 뒀기 때문이다.
주차요금이 1시간에 무려 10달러, 하루 종일 주차요금은 45달러다. 우리 정서에 하루 7만 원에 달하는 주차비를 낸다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참 고민하다가
"오빠, 그냥 1시간만 선결재하고 다녀오자. 다녀와서 추가비용 내면 되겠지."
"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
괜찮을까? 하는 불안함이 기저에 깔려있지만 20달러(당시 환율로 계산하면 29,000원)를 선결재하는 건 쉽지 않았다. 어차피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니, 마인드 세팅을 하는 수밖에...
‘그래도 1시간 주차비는 냈으니까, 시간이 늘어나는 건 출차할 때 내면 되겠지.. 무단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만약 주차한 시간만큼만 달라고 하면 그 비용을 내면 되겠지. 만약 문제가 된다 해도 Full day fee를 내면 되잖아, 마음 편하게 생각하자’ 라며 위안했다.
<Cafe de Monde>의 환상적인 베녜도넛, 카페라떼와 함께하면 황홀한 맛이다.
뉴올리언스의 유명요리 Charcoal oyster <acme restaurant>
무거운 마음과 달리, 베녜도넛은 환상적이었다. 정우와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도넛 2개를 앉은자리에서 흡입했다. 마음 같아선 10개도 먹을 수 있지만, 칼로리를 생각해서 조절했다. 책으로만 보던 미시시피 강변을 산책하고, <ACME>라는 유명 레스토랑에서 그토록 그리던 숯불 굴구이도 먹었다. 어느덧 오후 3시다.
“이정아, 우리 주차장에 가보자. 차를 빼야 할 것 같아.”
주차시간이 3시간을 초과했다. 주차장으로 걷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차바퀴에 노란색 무언가로 Lock이 걸려있고, 운전석 창에는 기분 나쁜 무언가가 붙어있다.
“하아...........” 더 말이 안 나온다.
'Warning'이라는 큰 제목에 아래 이러쿵저러쿵 쓰여있다. 그래서 얼마인데????
이런 망할 135$라고 적혀있다.
주차 직원이 상주한다는 걸 왜 몰랐을까? 주차장 들어올 때 입구에 유니폼을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Excuse me, my car is immobilized.”
(실례합니다, 제 차가 움직이지 않게 고정되어 있어요.)
“You go to the black car over there and ask him.”
(저기 있는 검은색 자동차에 가서, 그에게 물어보세요.)
새까맣게 선팅된 검은색 차량이 주차장을 순회 중이다.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그 직원은 135달러에서 12달러를 주차비로 냈으니, 추가로 123달러를 내야 한다. 유감이지만, 그것이 법이라고 했다. 직원은 차에서 내려 바퀴에 달린 노란색 자물쇠를 풀어주었다.
우리는 123달러를 카드로 결제했다.
그러니까, 주차비로 3시간 동안 135달러(당시 한화로 약 191,700원)를 냈다.
자물쇠가 풀리는 모습을 보고, 그저 해맑은 정우는 “우와~ 정말 좋은 아저씨다.”
차에 탄 순간 정적이 흐른다. 속에서 천불이 난다는 게 이런 걸까?
“우리 이제 어디로 가지?”
“오빠, 그냥 집으로 가자.”
“내가 아까 얘기했잖아. 내내 불안하더라고. 미국은 이런 거 얄짤없어. 이번에 싼 가격에 액땜했다 치자.”
숙박비를 아끼려, 밤잠을 설쳐가며 겨우 가성비 숙소를 찾았건만... 그렇게 아낀 비용이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날아갔다. 1시간만 선결재하자고 제안한 나 자신이 너무 미워지는 순간이다. 윽.
남편의 큰 강점은 이미 지난 일 훌훌 털고 좋게 생각하는 거다. 고작 132달러에 남은 여정을 망칠 순 없다. 속은 쓰리지만, 루이 암스트롱 공원과 재즈 bar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즐겼고, 궁금하던 칵테일 뮤지엄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