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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까지 1시간 41분,

뉴욕여행, 어디까지 해봤니? 1탄.

by 홍어른

드디어 뉴욕!!

숙소 예약이 역대급으로 힘들다. 뉴욕은 스펙터클한 세계 최고의 대도시이자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를 갖고 있는 도시다. 우범지역을 피하려 알아보지만 고민만 깊어진다. 대체 위험하지 않는 지역이 없다. 유명한 할렘가, 브롱스, 브루클린까지 전부 우범지대란다. 안전하다는 센트럴파크 근처 '어퍼이스트사이드' 하루 숙박비는 500달러가 족히 넘는다.

‘헉.. 숙소를 어떻게 예약하지??’
숙소를 알아보는 남편의 한숨소리가 새벽까지 이어진다. 다음날 아침 피곤한 얼굴로 시동을 걸고 뉴욕으로 출발한다. 조수석에 앉은 나는 음악을 선곡하고, 내비게이션을 보며 길 안내를 한다. 남편이 알려준 숙소 주소를 검색해 보고는 두 눈을 다시 확인한다.


오 마이갓......!!!!!

OH!! MY!!!! GOD!!!!!

남편은 스테이튼 섬에 있는 숙소를 예약했다. 맨해튼과 스테이튼 섬을 오가는 무료 페리가 있어 쉽게 오갈 수 있다는 정보에 꽂혀, 숙소에서 페리항까지 경로와 이동시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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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지도에서 숙소부터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까지 대중교통 검색 시.


[맨해튼까지 이동경로 정리]

숙소에서 버스정류장까지 3분 도보 > 버스 대기 > 35분 간 버스 이동 > 스테이튼 항 도착 > 페리 대기 > 20분 페리 이동 > 맨해튼 항 도착 > 지하철역까지 도보 5분 > 지하철 탑승 후 목적지 도착.

더구나 집 앞 버스 배차시간이 15분이다. 노선 하나뿐인 버스는 돌연 취소되거나 연착되곤 한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까지 편도 1시간 41분이 걸린단다. 참고로, 버스와 페리, 지하철이 연착되지 않고 제시간에 온다는 가정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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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출발 > 페리를 갈아타고 > 다시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로 가야하는 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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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튼섬 <-> 맨하탄을 오가는 무료 페리 (매일 자유의 여신상을 지나며, 뉴욕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숙소 오는 길에 'H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뉴욕에서 일주일 머물 예정이니, 한국 식재료를 넉넉하게 구매했다. 그토록 좋아하는 매콤한 떡볶이를 눈앞에 뒀지만, 입맛을 잃었다.


"오빠, 여기가 지금 어딘지 설명해 줄까?
서울여행 온 관광객이 평택에 숙소 잡은 거야.”

마이애미 바닷속에 차키를 잃어버린 그날처럼 남편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단다. 본인은 얼마나 황당하겠나 싶어 애써 위로해 본다. "뭐 어쩔 수 없지... 맨해튼 숙소는 비쌌으니까 구하기 힘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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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뉴욕땅을 밟는 첫 순간!


2개월간 함께 한 렌터카를 반납하며 도보여행이 시작된다. JFK공항에서 지하철을 타고 맨해튼 중심으로 들어간다. 드디어 뉴욕에 첫 발을 내딛는다. 뉴욕 지하철은 각종 테러와 폭행사건은 물론, 지하철 기다리던 이를 선로로 밀어 사망하게 한 사건도 발생하는 무서운 곳이다. 많이 알면 알수록 두려워진다. 그래도 모르는 것보다 알고 미리 예방하는 것이 낫다.

뉴욕 지하철 첫 탑승부터 충격적인 장면을 목도한다. 흑인 남자가 담배를 피우며 지하철에 탄다. 주변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기를 내뿜는다. 냄새를 맡아보니 담배가 아니라 마리화나 같다. 아이 손을 잡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옆 칸으로 옮긴다. 혹시라도 왜 옮기느냐 시비 걸진 않을까 너무 무섭다. 곧이어 흰색 옷을 입은 남자가 눈이 풀린 채 중얼거리며 우리를 향해 걸어온다. 그리고는 내 옆을 스치듯 지나서 내린다.


“오빠, 나 무서워. 온몸에 힘이 들어 가 있어.”

“너무 걱정하지 마. 서울 지하철에도 출근할 때 싸우는 사람, 술 마시고 행패 부리는 사람 늘 있어. 어느 나라나 다 있는 거야. 아무도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 남편의 말에 마음 편히 있자며, 자기 최면을 거는 수밖에...

(두려운 마음에 사진 한 장도 찍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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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tz's Delicatessen> 카츠델리의 파스트라미 샌드위치


150년 전통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먹고, 중학교 영어 교과서에 나오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지나 '타임 스퀘어'에 도착한다. 최근 2주일 새 수십 년 간 TV에서만 보던 곳들을 직접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있다. 눈앞의 펼쳐진 현란한 광고판에는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브랜드가 한 자리에 모여 고객을 유혹한다. 자본주의의 대표 상징인 타임스퀘어다. 초대형 광고판을 보며,

“오빠, 우리 여기에 광고하는 회사에 투자해도 될 것 같은데?” 남편과 텔레파시가 통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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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공불락 難攻不落'

공격하기에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결코 함락되지 않음.


두 달 반동안 미국 대륙을 횡단하며, 오늘 타임스퀘어를 방문한 뒤 느끼는 바가 있다. 미국이 패권국 자리를 내주는 날이 과연 올까? 중국, 러시아 등 그 어느 국가도 미국을 무너트리기에 여러 문화적, 경제적 요소 등 많은 부분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굳이 책을 찾아볼 필요가 없다. 그저 현장에서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다. 뉴욕의 첫날 미국의 존재를 다시 한번 느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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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지하철을 타고, 페리를 타고, 버스를 타고, 1시간 41분 걸려서 평택 숙소로 돌아간다.
20221104_190825.jpg 그래도 페리에서 보는 맨해튼의 야경은 참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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