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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총총 Apr 16. 2023

[이런, 이란!] 거울에 미친 궁전

페르시아 솔로 방랑기

화려함의 끝판왕, 이 궁전의 주인은 거울에 미친 것이 틀림없다!!


어제 걷다가 좀 꾸물댔더니 방문시간이 늦어 골레스탄 팰리스(Golestan Palace)에 들여보내주지 않는다. 오늘 다시 간다. 아침 일찍.


골레스탄 팰리스는 카자르(Qajar 왕조, 1779∼1925)의 궁전이었다. 카자르 왕조는 페르시아에 남아있던 튀르크 아제리계 카자르 일족이 세운 이란의 왕조다. 근대의 왕조라 아직까지 곳곳엔 카자르 왕조의 흔적이 역력히 남아있다.


특히 골레스탄 팰리스는 페르시아의 전통적인 양식과 유럽의 양식을 조합해 놓은 카자르 왕조의 걸작으로 꼽히는 건축이다. 왕조 궁전이었던 만큼 화려하다.

그 유명하다는 베르사이유 궁전은 아직 못가봤지만, 꽤 주관적인 견해로는 테헤란 내에서는 여기가 내 최애다. 내가 이란에 미쳐있어서 그런지 색감이며 디자인이 완전 내 스타일이다. 이스탄불 톱카피보다 더!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화려함의 끝판왕을 보여준다.


테헤란 경력 세번째이긴 한데, 한번은 일때문에 왔었고, 또 한번은 조사하러 왔었기에 사실 두번의 여행은 온전한 내 여행이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란 곳곳을 내 발로 모조리 새기고 다니는 이번 여행이 내게는 진짜 여행이다.


전에 왔을 때도 골레스탄 팰리스를 왔었다. 그런데 너무 바쁘다 보니 뭘 보고 온건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혼자 조용히 다시 와야지 했었는데, 벌써 7년이나 흘러버렸다.


궁전 입구에서 만난 깜냥이. 테헤란엔 고양이들이 참 많은데 사람들도 쫓아내지 않아서 고양이들도 도망가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골레스탄 팰리스의 문과 창문 장식. 도자기로 작은 조각을 일일이 구워 모자이크로 맞춘거다.


벽 전체가 아라베스크와 궁정생활 벽화다. 이런 벽이 여기뿐 아니라 사방에 둘러있다.


어딘가에서 많이 본 말타기 자세. 고대부터 문화가 교류되고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이 쪽 벽화는 모자이크가 아니라 타일에 드로잉.


별실은 메인 파트 입장료 외에 별도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 들어가진 않고 밖에서 살짝 사진만 찍는다. 별실 장식만 봐도 화려하다.


화려한 색감의 벽장식. 잘못쓰면 못봐주겠는 세가지 색감을 저렇게 완벽하게 조합하다니... 대단하다.


다시 이 화려한 벽장식을 따라 메인파츠로... 벽화가 단 하나도 안겹친다. 어젯밤엔 비가 많이 왔는데 아침부터 쨍하고, 덥지않아 완전 축복받은 날씨.


이런 페르시아 스타일의 장식은 사실 이란에선 흔하다. 이스파한은 그 정점을 찍는다.


카자르 왕조의 골레스탄 팰리스에서 쓰이던 각종 럭셔리 물품 전시관. 시계, 테이블용품, 무기 등도 화려함 끝판왕이다.


조개 껍질에 최후의 만찬을 새겨넣고 그 옆은 투각 후, 빙 둘러서 예수의 일생을 새겼다. 아니, 조개껍질 엄청 약하고 얇은거 아니었나?


자, 이제 거울 시작~! 작은 거울 조각으로 만든 메인 홀 입구. 여기서부터 완전히 혼이 나가기 시작.


메인 홀로 올라가는 계단. 유리를 작게 조각내서 모자이크를 했는데 평면으로 붙인게 아니라 높이와 각도를 달리해 반사각을 극대화했다.


거울 조각이 작고 접착 각도와 높낮이를 다르게 해서 저세상 번쩍번쩍. 실제로 보면 더 이쁜데 사진이 저렇게밖에 안찍히는 게 한.


술탄이 정무를 보던 메인 홀. 여기에 거울과 샹들리에가 초집중되어 있다.


거울조각을 저렇게 붙여놓고도 사방에 대형 거울도 도배를 해놔서 샹들리에와 거울조각이 반사되고 번쩍거리느라 미쳤다.


메인 홀 옆에 접객실. 카자르는 거울에 미쳐있었던듯;;;


왕궁에서 쓰던 식기류들. 영국, 프랑스, 러시아, 체코, 중국 등 각국에서 온 화려한 식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냥 앉아만 있어도 참 행복한 곳♡♡


내 스타일의 여행은 천천히 걷고 느끼고 멍때리고 만져보고 기억으로 모조리 새기는 거다. 시각뿐 아니라 후각, 청각, 미각, 촉각까지 총동원한다. 그래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체력 때문에 많은 곳을 다니지도 못한다. 그래도 되도록이면 느리더라도 천천히 즐기려고 한다. 어쩌면 몸으로 부딪혀서 체득하는 미련한 스타일이긴 한데, 뭐 어쩔 수 없다. 이래야 제대로 여행한 거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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