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나오는 것들은 알라께서 주신 축복이다. 이슬람에서 이야기하는 허용된 음식 즉 ‘할랄’이라는 뜻이다.
이슬람에서는 꾸란에 ‘허용된 음식’인 할랄(Halal)과 ‘허용되지 않는 음식’인 하람(haram)을 구분한다. 꾸란에는 식재료에 대한 허용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어서, 무슬림들은 이 먹거리에 대한 율법을 엄격히 지켜야만 한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지 않는 것들도 매우 확실하다. 그래서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데, 바다에서 나는 거의 모든 것들은 할랄이다. 무함마드 언행록인 ‘하디스(Hadith)’ 에 ‘생선은 이미 할랄이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전 국민의 90%가 순니파 이슬람교도인 튀르키예에서 생선이 중요한 이유다.
튀르키예는 총 국경 길이의 73%가 넘는 해안선을 가진 나라다.
그 길이가 무려 7,200km다. 축복의 바다 흑해와 마르마라해, 에게해와 접경하고 있다. 이렇게 넣은 해안선의 바다를 끼고 있으니 할랄인 생선요리 또한 황홀할 수밖에 없다. 신께서 허용한 광범위한 할랄, 생선 그 황홀한 축복을 만나러 간다.
갈라타(Galata) 다리의 고등어 골목은 참새방앗간
튀르키예 강태공들의 성지인 이스탄불 갈라타 브릿지
보스포러스 해협의 에미뇨뉴(Eminönü)와 카라쾨이(Karaköy)를 잇는 갈라타 다리(Galata Köprüsü)는 이스탄불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임이 틀림없다. 490m의 갈라타 다리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붐빈다. 다리를 건너는 트램과 그 다리 아래로 지나다니는 유람선, 그리고 다리 아래에 즐비한 식당.
갈라타에는 상인과 여행자, 통과하는 사람, 낚시하는 사람, 산책 나온 사람 등으로 늘 북적인다.
갈라타 다리 위에는 손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일렬로 줄지어 서 있다. 광경이 여행자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기웃거리며 뭘 잡았나 봤더니 전갱이, 잉어, 고등어 등 각 종류의 생선이 제법 차 있다. 갈라타 다리에서 물고기를 낚는 사람들은 팔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가족들의 그날 끼니를 위해 낚싯대를 던지거나, 소일거리를 즐기는 중이다. 그래서 갈라타 다리는 490m 이상의 축복이다.
작은 생선이지만, 줄줄이 낚인 녀석들이 낚시꾼을 즐겁게 했을 거다.
미끼로 쓸 새우가 그득하다. 아니, 저 정도 사이즈면 요리해 먹어야 하는 거 아닌가?
갈라타 다리의 낚시꾼들은 일단 지나치기로 한다. 지금 내가 갈라타 다리를 건너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 이스탄불의 먹거리 명물 고등어 케밥을 먹기 위해서니까.
갈라타 다리 근처에 가기만 해도 고등어 굽는 냄새가 펄펄 난다. 연기가 모락모락 뿜어져 나오는 가게도 있다. 철판 위에서 치익 ~ 소리를 내며 고등어를 뒤집어 굽는 퍼포먼스도 시작된다. 고등어 케밥 식당 배 위에서, 다리 아래 식당에서, 자기네들 고등어가 제일 맛있다는 호객 행위도 시작된다.
사실 튀르키예의 고등어 케밥(Balik Ekmek)은 소금으로만 간을 하여 철판에 굽기 때문에 식당마다 별다른 맛의 차이는 없는 듯하다.
어느 곳에서 먹든 그저 맛있기만 하다. 그래서 아무 식당에나 쑥 들어가도 상관은 없지만 나는 일단 지나친다.
내가 가는 곳은 여행자를 유혹하는 즐비한 식당이 아니라, 갈라타 다리를 건너 카라쾨이 왼쪽에 있는 작은 수산물 시장의 식당이다.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더 많이 찾는 곳. 이스탄불 사람들도 여기 수산시장에서 장을 보고, 집에 가기 전에 들러 무언가를 간단하게 먹는 곳이다. 가격도 참 착하다.
이스탄불에 머무를 때면 나는 늘 이곳으로 향한다. 벌써 십수 년째.
카라쾨이 쪽 다리 옆의 작은 수산시장. 싱싱한 생선들과 그 생선들로 만든 현지인 패치 버전의 고등어 케밥이 더 맛있다.
가게에 들어서면, 입구의 철판 위에서 고등어 반 손이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다. 모양 새가 익숙하다. 반은 노점인 이 작은 가게의 셰프는 소금 간을 한 고등어를 나란히 눕혀 놓고 굽다가 일정 시점에 일괄 뒤집는다. 겉면이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는 껍질 쪽 태비(tabby)로 돌아눕는다.
수산시장 옆 고등어 케밥집. 번듯한 식당보다 이런 식당을 좋아라 하는 건, 현지인들의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어서다.
고등어 케밥을 주문하면 셰프는 튀르키예 빵을 능숙하게 반 가르고, 구워진 고등어 반 손을 통 크게 들어앉힌다. 채소와 토마토 등을 빵 사이에 끼워놓고 접시에 올린 후 레몬한 조각과 함께 서빙된다. 고등어 케밥을 받아 들면 제일 먼저 레몬즙을 빵 사이에 쭈욱 뿌린다. 비린내를 잡기 위해서인 것 같지만, 사실 아무렇게나 먹어도 상관없다. 단백질은 산미를 만났을 때 더 빛을 발한다. 입을 크게 벌려 한 입 베어 문다. 빵과 야채, 고등어의 순살이 함께 입안에서 축제를 벌인다. 우물우물. 천천히 씹는다. 고등어의 담백한 생선 맛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튀르키예 빵과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녹아든 다. 야채가 추임새를 넣는다, 그러다가 꿀꺽.
비린 것을 잘 못 먹는 나도차도 홀딱 반하게 만든 시장통 고등어 케밥
갈라타의 고등어 케밥은 세상에서 가장 황홀한 음식 중 하나인 게 분명하다. 갈라타 다리를 걸어서 건너가는 그 지점부터 나의 황홀한 이스탄불 미식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