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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총총 Mar 30. 2023

[이런, 이란!] 준비는 끝났다, 테헤란 입성기

페르시아 솔로 방랑기

UAE에서 이란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건너다


두바이플라이라는 처음 듣는 비행기를 타고 호르무즈 해협을 건너 이란 땅으로 접어든다. 이란 남부 라르(Lar) 지역으로 추정,  이 세상 풍광이 아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Dubai)에서 이란 테헤란(Tehran)까지 비행기로 2시간 15분 남짓. 꿈에 그리던 이란 도착비자 30일을 받는다.

사진도 필요 없었고, 의무라던 의료보험도 필요 없었다. 도착비자가 정말 케바케라고 해서 두바이에서부터 참 많은 준비를 했는데... 리턴티켓과 호텔바우처와 59불이 있으니 그냥 e-visa가 나온다. 외국인들이 도착비자를 받았다는 정보를 찾아보니 평균 40분쯤 걸린다고 했는데 나는 사람이 없어 그런지 20분도 안 걸린다. 대체 이렇게 쉬운 거였나? 기우였나? 허무.


이란에 세 번째 입국이다.

예전에 한국에서 이란 비자를 받을 땐 초청장 필수에 서류도 복잡하고 대사관을 뻔질나게 왔다 갔다 했는데, 이렇게 쉬워지다니!!! 질문을 몇 개 하긴 한다. 왜 왔냐, 어디 어디 갈 거냐, 돈 얼마 가져왔냐 등등...


역사를 공부하는 대학원생인데 내가 가고 싶은 지역을 주욱 말하고 한 달짜리 비자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장화 신은 고양이 눈빛으로 쳐다보니 30일 비자를 준다. 다른 나라 백패커들의 글을 읽어보니 두 달짜리 비자를 준 케이스도 있다고 한다. 현장에서 리젝트 당한 경우도 있단다. 필요서류도 케바케, 비자 발급자의 컨디션과 여행자의 국적에 따라 모든 것이 케바케인 듯하다. 그래서 조마조마.


여권에 도장이 찍히지 않고 e-visa가 프린트된 종이에 입국 도장을 찍어주는 별지 비자를 준다. 꼬불꼬불한 페르시아어가 적힌 종이다. 절대 읽을 수 없다. 미국 입국 시 문제가 돼서 그런단다. 이란 도장이 떡 하니 찍힌 여권으로는 미국엘 들어갈 수 없단다. 그래도 최대한의 염치가 있는 나라다.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공항(IKA).  여기는 벌써 세 번째인데 하나도 안 변한 듯...

 

외관은 좀 꾸민 듯하다. 사실 이란은 경제제재가 심해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데도 발전을 못하고 있는 딱한 나라다.


그런데 환전부터 대혼란이 생긴다.

이란은 국제 경제 제재 때문에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달러를 준비해야 한다. 가져간 돈이 떨어지면 방법이 없다. 국제 거지가 된다. ATM으로도 찾을 수 없고, 송금을 받을 수도 없다. 그야말로 달러는 생존.


이란은 희한하게 공항 환전이 돈을 많이 준다고 해, 공항 환전소에서 500달러를 내밀었더니 돈을 뭉탱이로 준다. 여기는 돈 단위도 어마무시하다.

1달러가 대략 11만 리얄인데, 100달러짜리 달랑 다섯 장을 내밀었더니 창구 저쪽에서 건너온 이란 돈이 자그마치 54,900,000리얄이다. 화폐가치가 낮아 박물관 입장료도 300,000리얄 이런다. 이게 3달러 좀 안된다.

저 돈뭉치를 받고 완전 당황해하니 환전소 직원이 저걸 한 장 한 장 다 세어준다. 정말 한 장 한 장 다 센다. 너무 친절해서 뒷사람이 많이 기다린다. 미안하다고도 못한다. 이란어를 모른다. 돈을 받고는 더 당황스럽다. 뭉탱이도 뭉탱인데 돈 단위가 장난이 아니다. 오천만 리얄이라니... 멘붕...


환전한 돈뭉탱이. 저 돈뭉치를 계속 들고 다녀야 하니??


Oman에서는 1오만리얄이 한국돈 4,000원이 조금 안 됐다. 물가도 비쌌지만 뭘 조금만 사도 4~5오만리얄이니 한꺼번에 2만원 정도가 훅 나가는 거다. Oman에 있었던 게 불과 열흘 전이다. 그런데 이란은 한국돈 2만원이라도 하면 2,000,000리얄 정도다. 화폐 단위가 급격하게 바뀌니 정말 미칠 지경이다. 죽겠다.


게다가 이 놈의 리얄이 신권과 구권이 완전히 생긴 게 다르다. 디자인과 크기가 다른 500,000리얄이 자그마치 세 종류다. 단위도 적응이 안 됐는데, 화폐가 생긴 것도 다르니 정말 혼돈의 도가니다. 0 하나만 잘못 세도 10배가 훅 달라지는 거다.


단위가 너무 크니까 이란 사람들은 10만 리얄을 10리얄 혹은 1토만이라고 부른다. 용어도, 단위도, 화폐 생김새도 다 다르니 이쯤에서 갑자기 돈 쓰기가 싫어진다. 머리가 지끈지끈.


신권, 구권 생긴 것도 달라 혼란이 가중.  게다가 10리얄이 1 토만 이래서 사람들이 리얄로 안 부르고 토만으로 불러 완전 혼돈의 도가니.


그래도 공항에서 정신줄을 놓으면, 여행자는 죽는다. 어떻게 해서든 시내까지 열심히 기어라도 가서, 숙소에 안착을 해야 비로소 살 수 있다.


좀 앉아서 정신을 차려본다. 돈뭉치부터 잘 챙기고.


공항에서 유심도 비싼 걸로 산다. 15G가 800,000리얄. 8달러가 좀 안된다. 물가는 참 싸다. 유심도 싸니 데이터를 막 남용할 예정이다.

인터넷은 되는데 페이스북 접속이 안 돼서 왜 그런가 했더니 이란도 페북이 국가 통제를 받는 플랫폼이라 중국처럼 VPN이 필요하단다. VPN을 결제하고서야 페이스북에 접속할 수 있다. 페북은 한 톨의 계획 없이 국경을 넘나들며 방랑하는 나의 긴 여행에서 내가 아직 잘 살아있음을 알리는 유일한 수단이다.


이맘 호메이니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메트로. 공항이 시내와 한참 멀다. 전철타고 1시간 40분.
삐까뻔쩍한 두바이 메트로를 타고 다녀 그런지 좀 후진 듯하다. 하지만 이거라도 있는 게 너무 감사. (지랄 같은 아부다비 교통은 내 두고두고 잊지 않으리다!!!)


그래도 좋아라 하는 이란에 오니 마음이 참, 매우, 그지없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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