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주재원 선정 이야기

치열했던 주재원 안 가기 회피 전

by 강유

“정대리 잠깐 나 좀 보지” 갑작스러운 실장님의 호출이다. 실에서는 지난주부터 주재원 대상자를 찾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지만, 중도에 포기를 하고 돌아오는 전임자 분의 자리가 만만치 않게 힘든 곳임을 전해 들은 과, 차장님들이 모두 거절을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아마도 대상자 직급을 낮춰서 대리급에게도 제안을 하시려는 모양이다. 혹시 몰라서 질문이 오면은 답변을 하려고 준비해 두었던 말을 생각하며 실장님께 갔다.


“이야기를 들어서 알 것 같은데, 정대리가 독일에 주재원을 좀 가 줬으면 좋겠어. 원래는 과장급 이상이 대상인데, 정대리가 과장급 정도로 업무를 잘하고 있어서 좋은 기회를 주려는거야 “ 상황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뜸을 조금 들이다가 대답을 드렸다.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4년간 한국을 떠나 있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아이가 아직 너무 어리고, 와이프가 이제 막 작은 사업을 하나 시작을 해서요.” 아쉬워하시는 실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다시 업무로 돌아왔다.


그 일이 있은 후 3일이 지난 뒤 실장님께서 다시 호출을 하셨다. “음.. 계속 고민을 해 봤는데, 아무래도 정대리가 가장 적임자인 것 같아. 영어 점수도 괜찮고, 저번에 보니 해외 법인 직원들한테 영어로 업무 설명도 잘하더구먼. 다시 한번 신중하게 고민을 해 보고 내일 다시 답변을 주면 좋겠어” 3일간 다른 인원들을 대상으로 면담을 했지만 모두 거절을 당하셨나 보다. 일반적으로 독일 주재원이라고 하면 너도나도 무척 가고 싶어 하겠지만, 독일에서 가장 오래되고 명망 높은 자동차 회사인 M사의 설계 고객과 영어로 직접 업무를 해야 하는데, 한국 토박이 공돌이 출신들에게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까다롭기는 또 얼마나 까다로울까.


집으로 돌아온 뒤 탄천을 걸으며 지금의 내 상황과 주재원을 가면 어떨지에 대해서 생각을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와이프와 같이 시작한 스마트 스토어가 이제 막 궤도에 올라서 잘 되고 있는데, 독일을 가게 되면 그만두어야겠지? 부동산도 한창 상승 중이라 작년에 사둔 집을 잘 키워서 서울로 점프를 해야 하는데, 손을 놓아야 하고… 아이가 이제 막 3살이 되어서 한국말도 잘 못하는데, 지금 한국을 떠나면 영어만 하게 되는 건 아닐까? “ 모든 고민들의 결론이 가지 말아야 한다로 귀결이 되었다.


생각을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는 도중 장인어른께 연락이 왔다. “네 장인어른” “응 그래. 주재원 제안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결정은 했는가? “ ”네… 안 가기로 결정을 했고, 내일 정식으로 거절을 하려고 합니다. “ ”… 잠깐 나 좀 보지“ 장인어른 댁과 집이 멀지 않기도 했고, 마침 회사를 마치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셔서 동네 파전집에서 금방 만남을 가질 수 있었다.


장인어른께서는 막걸리 한 사발을 쭉 들이키시더니 말씀을 시작하셨다. “내가 보기에는 말이지, 주재원을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30년 회사 생활을 하면서 보니 일반 회사원으로 주재원만큼 좋은 기회가 없더라고. 개인적으로 경험도 되고, 다녀오고 나면 회사에서도 더 큰 기회들이 찾아올 거야. 지금 이거 저거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4년 후 돌아와서 해도 늦지 않은 것들인 것 같아. 항상 도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주재원도 새로운 도전으로 생각하고 해 보는 건 어때?”


장인어른의 말씀을 들으니 이상하게 안도가 되었다. 사실은 마음속으로 꼭 한번 주재원으로 나가 해외에서 일과 생활을 해 보고 싶었는데, 지금 쥐고 있는 것들을 놓고 싶지 않아서 핑계를 대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장인어른의 말씀은 이런 것들은 지금은 잠시 내려놓아도 괜찮다는 말씀으로 들렸고, 내가 진짜 원했던 것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


다음 날 출근을 하자마자 실장님을 찾아뵈었고, 독일로 주재원을 가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잘 생각했어 정대리 하하” 잘 한 결정이겠지?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