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면 벌레들이 종종 등장했다. 나방이며, 무당벌레며, 이름 모를 벌레까지. 크기도 다양했다. 작년 할머니와 살 때, 할머니가 나를 기다린다며 방충망까지 열고 창틀에 매달려 밖을 구경하신 습관이 아직 있나 생각했다. 그렇게 서계시면 위험하다는 걸 알지만, 아무리 많이 말씀드리고 인식시키려 해도 그때뿐이었다. 방충망을 열고 밖을 구경하면 모든 벌레들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도 저녁 9시쯤 들어왔고 할머니는 할머니 방에서 왜 이리 늦었냐며 잔소리를 할 때였다. 나는 내 방에서 가방 정리 중에 커튼과 창문 사이로 엄지손톱만 한 벌레가 몸을 박으며 밖으로 나갈 구멍을 찾으려 하는 것을 발견했다. 생각보다 큰 벌레에 놀라며 할머니 방으로 뛰어갔다.
나 : 할머니 벌레. 벌레. 벌레.
위급하면 왜 이렇게 위급상황을 알릴만한 단어를 연속적으로 말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할머니 : 어디?
여유롭게 일어나는 할머니를 보며 답답함을 느끼고 나 혼자 바쁘다.
나 : 내 방에요. 벌레. 벌레.
할머니 : 나는 벌레 그딴 거 안 무서워. 나는 잘 잡아. 하하하.
할머니는 웃으시며 휴지를 뜯어 내 방으로 같이 달려갔다. 벌레는 호들갑 떠는 나의 진동을 느끼며 죽음을 인식하고 다른 곳으로 도망갔나 보다.
할머니 : 벌레 그 까짓게 뭐가 무섭다고 이리 호들갑이야. 파리채나 휴지, 이런 걸로 누르면 그만인데.
나 : 내 방에만 벌레 많고 할머니방은 벌레가 하나도 없어.
할머니 : 나는 벌레가 나오면 휴지로 다 눌러 죽이니까 벌레들이 무서워서 없지. 너는 벌레를 무서워하니까 벌레들이 네 방에서 노나 보다. 나오면 눌러 죽여.
할머니는 쿨하게 벌레 죽이는 방법을 알려주시고 내 방을 떠나셨다. 할머니와 살면 벌레가 나오는 등 이런 작은 에피소드가 할머니를 웃게 하고 가장 많이 움직이게 한다. 나는 도망간 벌레가 또다시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다. 할머니가 내 방으로 뛰어가며 웃으실 때 아직도 나를 어린 손녀로 생각하셨을 것이라 상상되니 웃겼다. 앞으로도 벌레가 나오면 안 무서워도 무섭다고 소리치며 할머니 방으로 달려가야겠다.
*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20대 손녀와의 동거 이야기가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