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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디 Nov 09. 2023

낯선 여인의 방문

오픈이 과했나


ㄸ ㅣ띠띠띠ㄸ ㅣ띠   띠리릭.

모두가 잠든 밤 12시 05분. 도어락의 날카로운 울림과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누가 들어오는 거야! 딸아이 방에서 잠들었다가 인기척에 화들짝 놀라 거실로 튀어나갔다. 낯선 여인 둘. 생전 처음 보는 그 여인네들은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내 집에 들어오고 있었다.


“누구세요? 당신들 뭐예요?”

왼쪽의 여인 X는 유난히 큰 눈에 힘을 잔뜩 주고 두툼한 입술을 인공적으로 내밀었다. 움푹 파인 샤랄라 블라우스 단추 사이로 풍만함이 탈출을 감행하고 있었다. 오른쪽 여인 Y는 희미한 이목구비에 비리비리하게 날씬만 한 스타일로, 그녀가 입은 연한 하늘빛 청바지마저 힘 없이 할랑거렸다.  


“뭐야, 무슨 일이야!”

신랑도 휘둥그레져서 쿵쾅대며 뛰어나왔다. 부리나케 여인들을 내쫓으며 띠리링 현관문을 잠가버렸다.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뭐야. 남의 집 비밀번호는 어찌 알았어. 이 시간에 너무 무서워. “

뒤돌아 거실로 들어오며 중문을 힘주어 굳게 밀었다. 그때 다시 버럭 열리는 현관문. 분명히 잠갔는데 두 여인네가 또 쳐들어온다. 이런 여인 XY 같으니라고.

어이없게도 여인 X가 나에게 따지고 들어오네. 다짜고짜 기분 나쁘다고 사과를 요구한다. 현관문을 닫으며 자기들에게 ”빈대떡같이 생겨서는 어딜 쳐들어오냐 “라고 했단다. 헛 참나 기가 막혀.

 “나는 그런 말 안 했고 생각조차 한 적 없다. 당신들은 이 밤에 우리집에 무단 침입했다. 지금 상황은 CCTV로 녹화되고 있다. 질문하겠다. 대답 똑바로 해라. “


당신들은 누구냐
우리집에 왜 왔냐
비번은 어찌 알았냐




으하악. 하 핫 헣 허 흐흑.

꿈이었다.

안방 침대에서 깨어났다. 심장이 쪼그라들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무슨 이런 기분 나쁜 꿈이 다 있어? 꿈에서 내 곁에 묵묵히 있었던 신랑은 현실 세계에서도 잠잠하게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옆에 있다. 내 딴에는 크게 비명을 질러댔는데 이어폰을 꽂고 있어 모르는 가 보다. 조금 서운한 마음으로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을 향한다. 딸아이 방에서 잠들었다가 침실로 건너온 시각이 12시 조금 넘어서였다. 고작 20분 남짓 잠이 들었다가 이런 꿈을 꾼 거야?


잊어버릴세라 아이패드를 집어 들고 꿈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 나는야 2주 차 브런치 작가. 하핫. 이런 나를 스스로 칭찬해야 하나.


“목에 침이 없어!”

우리 딸아이가 자다가 목이 말라 깨면 소리치는 멘트다. 침이 메마른 우리 딸 심정을 지금 간절히 알겠는데, 일어서면 감정이 흩어질까 봐 꿋꿋하게 키보드 건반을 두드린다.

하아. 거실 에어컨 위의 샤오미 홈캠이라도 돌려보고 싶네. 꿈속으로 다시 들어가 증거수집도 하고 XY여편네들 사연도 캐내고 싶다. 꿈도 드라마도 결정적인 순간에서 왜 똥꼬 닦다 말고 끝나버리나. 아직도 우그러졌던 가슴이 아리다. 물 한 잔 마시러 일어나 본다.


어둑한 거실에 나가니 꿈처럼 깔끔시럽지가 않다. 소파에는 건조기에서 꺼내 던져둔 빨래들이 소복하고 걔 중에 먼저 개어진 빨래들은 가족구성원별로 켜켜이 쌓여있다. 아이들이 읽다만 그림책, 만화책들은 4cm 매트 깔린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아직도 인기만점인 레고 듀플로가 떨어진 낙엽들처럼 뒹굴다 발에 밟힌다. 꿈과 생시가 이리도 다르구나. 진정이 되어간다.




오픈이 과했나


방구석에 브런치집 차렸다고 오픈 이벤트도 없이 문만 활짝 열어두었나. 다시금 <잡문집HOUSE>의 첫 번째 발행글을 읽어보러 갔다. 새로 오신 손님께서 댓글을 달아주셨는데 어머나! 출간작가님의 응원 댓글이라니. 나는 작가님을 구독하는 2500명 중에 한 사람일 뿐인데, 우리집에 셀러브리티가 다녀가시고 향기가 남았다.


조금만 지나시면 조회수 초대박이 나실 거예요.
꾸준히 쓰면 어느 날 갑자기 예고도 없이 찾아옵니다.
즐거운 글쓰기가 되시길 응원합니다.


아직 내 깜냥은 꿈을 더듬어 걸음마하듯 발을 떼고 있다.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잠에서 깨자마자 네이버 열고 꿈해몽 검색 들어갔을 나다. 그랬다면 꾸었던 꿈도, 앞으로 이뤄나갈 꿈도 의미 없이 흩뿌렸겠지. 개꿈이건 찬란한 꿈이건 내 알 바냐. 목마름도 참고 키보드를 타닥거리고 있는데 즐겁기만 하다. 즐거우면 그걸로 되었고 끼적인 글이 남았다.


이래 봬도 단골 예약을 받고, 대접할 VVIP 리스트 빵빵한 브런치집 사장 아닌가. 자, 오늘 새벽에 공수한 신선한 재료로 내어 드려요. 본연의 맛을 느껴보시길.



사진출처 pixabay.


+덧마디.

다시 안방 침대에 눕기에는 겁난다. 꼬무락꼬무락 딸아이 곁에서 잠들어 봐야지.

24H OPEN 홍디 잡문집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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