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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디 Nov 06. 2023

오픈 이벤트 없나요?

우리집에 차린 브런치집

브런치스토리 1주 차 작가의 집


EBS 다큐멘터리 <건축탐구 집>을 즐겨본다. 최근 집구조와 평면도에 듬뿍 빠져 계시는 초딩 아드님의 취향이다. 시작은 아들의 덕질 덕분이지만 어쩌다 보면 가족 넷이 함께 이러쿵저러쿵 떠들며 보게 되더라.

“다락방이 있어 부러워요. 친구들 초대해서 숨바꼭질하기 딱이다. “

“좌식 욕실 아이디어 죽이네. 저 어머니 너무 좋아하신다.”

“넷이 살기에 너무 넓어 보이는데?”

“어, 우리집 거실이랑 비슷하다. 식탁도 우리처럼 원목이야.”


이 날만 해도 과자를 촵촵, 주스를 호로록하며 그놈의 집 다큐를 3편째 내리 보고 있었다. 브런치 글도 발행해야 하고 저녁 준비할 시간도 다가오는데, 줄줄이 비엔나처럼 이어지는 넷플릭스를 멈추는 것은 뽀로로 페트병 비닐 벗기기만큼 어려웠다. “마지막이다. 진짜 이것만 보고 끝이야! ” 눈 VS 눈으로 한 분씩 아이컨텍하며 내 의지를 외쳐본다. 계곡물 흐르 듯 다음화가 시작되고 튜브에 몸을 맡긴 채 유유히 따라가다, 의식의 흐름이 한 문장에서 잠시 멈추었다. <집이 바뀌면 남편이 달라진다> 편 도입부에서 김호민 건축가가 소개할 집을 찾아가며 한  말이다.


EBS 다큐멘터리 <건축탐구 집>
집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고
그 사람의 삶을 알 수가 있다


살아가야 글이 나오는 게 맞나 보다. 쓰던 글 발행한다고 혼자 방구석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어 봤자 키보드 Delete키만 딸각거렸을 거다. 가족들이랑 소파에 뒤엉켜 단결된 눈으로 빔스크린을 보다 보니 글감을 주웠네. 브런치 합격 1주 차 작가는 귀를 쫑긋하며 ‘기가 막히는 말이야. 그렇지?’ 잊을세라 메모를 했다.

‘집과 공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며 ‘사람’ 이야기에 울고 웃게 된다. 따로 또 같이 대가족이 사는 집, 사돈끼리 함께 사는 집, 캠핑하고 싶어 지은 집 등 화면 속 집들을 보면 사람을 알 수가 있고 그들의 생활과 삶도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우리집 꼬락서니를 보았다. 거실에 TV대신 빔프로젝트로 넷플, 쿠플에서 영상을 골라 함께 보고 있다. 늦은 오후에 거하게 간식거리를 펼치고 북적대는 우리 가족의 모습. 집을 보니 사람의 일상과 그들의 관계를 알 만하다.  




글로 적는 집 이야기. 잡문집


잡문집 매거진을 만들고 글 한 편 발행하기. 이번 주 슬초프로젝트의 과제다. 아이들이 숙제를 밀린 채 놀 때, 놀면서도 꺼림칙한 이 마음과 같을까. 전날 밤 일찍 곯아떨어져서 이르게 눈이 똑 떠진 새벽, 프로젝트 새벽반 줌에 살며시 접속하고 과제로 의식을 돌렸다.


‘잡문집’이 사전에 없네


국어사전에 '잡문집'을 검색해 보았다. 사전에게 머릿속 공간을 들켰나. 빨간 별 3개짜리 단어 '집'을 먼저 보여주네. 3mm의 오차도 허투루 보지 않던 전직 디자이너의 눈에는 요런 디테일이 참 재미지다. 잡다한 이야기를 하겠다며 '집'에 꽂힌 마음을 사전에게 격려받다니 고요한 새벽에 피식했다.


이번주 과제의 롤모델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잡문집>은 1979년부터 2010년까지 여기저기 기고한 글, 수상소감, 잡다한 심경,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등을 모은 책이다. 존경해 마지않는 무라카미 하루키 님은 쓴 글들이 집안 가득 메우고 있어 정리하다가 '잡문집'을 출판했단다. 작가 1주 차인 나는 브런치에 잡문집 매거진부터 만들고 비어있는 폴더를 앞으로 채워나간다. 대자연 드넓은 바다 앞에서 한없이 작은 모래알이 된 것 같다. 모래알들을 모아 모아 아이들과 모래성을 쌓으며 웃을 날이 오려나.


텅 빈 워드문서에 한 자씩 두들기다 보면 글이 되고, 하얀 백지에 연필로 끼적이다 보면 그림이 된다. 무라카미 하루키 님이 애정하는 ‘굴튀김이야기’를 잡문집에 침 꿀꺽하게 넣어주셨 듯이, 나도 잡문집 새 폴더에 좋아하는 잡다구리를 담아 보겠다. 하다 보면 무엇이든 되겠지. 누가 20년 넘게 회사에 진득하니 붙어있을 줄 알았던가.


집도 글도 사람을 닮고, 그 사람을 담는다



우리집에 차린 브런치집


지난주 브런치 작가 합격통지를 받고, 매주 수요일 만나는 운동모임 지인들에게 톡으로 사실을 알렸다.

혹시 브런치스토리를 아는가?
그게 뭐야, 브런치식당?
돈 되는 건 아녀. 씨잘데기 없는 거여.
돈 안돼? 에잇


육퇴 후 사줌마 단톡방


수미만행(수요미식+만보의행복) 사줌마는 카페든 회전초밥집이든 동네에 뭣이 새로 생겼다 하면 어디든지 걸어간다. 등산도 하고 한강도 걷고 만보는 훌쩍 넘기며 먹고 웃어재낀다.

난 브런치집인 줄...

걸어갈 수는 없지만 브런치집 오픈 맞다. 가끔 여러분을 미천한 글의 세계로 초대하겠다. 함께 오픈한 어떤 브런치집은 벌써 조회수 대박이 나고 DAUM 메인 화면도 장식하는데, 우리집에 차린 브런치집은 오픈 이벤트 하나 없다. SNS도 뭔지 모르는 방구석 브런치집이지만, 찾아주시는 손님 한 분 한 분께 정성스레 차린 메뉴를 내놓아 드리겠다.


우리집 방구석 브런치집은 24시간 오픈이다.




대문사진만 pixabay.



+덧마디. 슬초프로젝트 2기 143명 동기들, 이은경 선생님과 매니저님, 조교님께 무한한 감사를 전하며, ‘홍디 잡문집HOUSE’ VVIP 혜택을 드립니다. 평생고객으로 모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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