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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은 Oct 29. 2021

시시콜콜한 것까지 함께

그러니까, 별걸 다 아는 사이


2박 3일의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부모님과 동생네까지 함께하는 대가족 여행으로 커튼만 열면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들 웃고 떠들며 시간을 보냈다.


너무 좋았는데, 정말 신났는데 딱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집 떠난 이후 화장실을 못 갔다는 이었다. 끊임없이 들어가는 산해진미로 배는 계속 부풀어 오르고 있는데 화장실을 들락거려도 영 소득이 없었다. 그럼 그렇지! 눈이 빠지게 깨끗하고 좋은 숙소를 골랐는데도 환경이 바뀌자 몸이 삐걱대고 있었다.


쾌활함이 쾌변에서 나온 건가(!) 싶을 정도로 뒤끝 없는 남편도 처가 식구와의 여행이 내심 편하지만 않았는지 같은 사정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아침 점심할 것 없이 화장실을 번갈아 드나들며 실패야 또! 같은 말들을 중얼거렸다.


여행이 무르익고 떠나는 것이 영 아쉬웠던 마지막 날 아침, 드디어 나는 밝은 얼굴로 화장실 문을 닫고 나올 수 있었다. 아이들하고 침대에서 놀고 있던 남편은 한층 밝아진 내 안색을 보며 성공했어? 하고 물어왔다. 어, 드디어!! 이게 뭐라고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더니 남편이 무릎과 주먹 쥔 양 팔을 동시에  힘껏 접으며 오예! 축하해!! 고 크게 기뻐해 줬다. 만화에나 나올법한 역동적인 몸동작도 대단했지만 감격스러운 표정연기가 너무 웃겨 이들과 한바탕 었다. 아보니 결혼생활의 기쁨 이런 시시콜콜함에 있는 것 같다.




어느날엔간 귀 뒤쪽 접힌부분에 뭐가 만져져서 계속 신경을 쓰다가 이게 뭐지? 하고 남편에게 물었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남편이 점이라고 대답해줬다. 너는 몰랐냐고, 원래 거기에 점이 있었다면서. 거울로 보려고 해도 잘 보이지 않는 위치에 불쑥 튀어나온 점의 존재를 남편이 먼저 알고 있는 게 신기했다. 지어 '원래'라는 말지 덧붙여서 말이다.



이 넓은 우주에서 티끌 같은 존재에 불과한 나에게 이토록 관심과 애정을 꾸준히 주는 사람이 있다. 혼밥과 혼술도 너무 좋지만 그런 시간이 가져다주는 기쁨이 있는 한편,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같이 웃으며 관계를 쌓아갈 때 느껴지는 삶의 기쁨도 크다는 걸 새삼 실감한다.


혼자인 삶은 없는 것이다. 가족, 친구, 반려동물이라도 세상에 내 마음을 헤아려주는 존재로 삶이 더 의미 있어지는 것만은 분명하다.


별걸 다 아는 시시콜콜함은 매번 긴장과 설렘을 뺏어가는 것도 모자라 때론 정말 보여주기 싫은 뱃살과 주름까지 숨길 수 없게 되지만, 안정과 단단한 유대감을 가져다주기에 오늘도 기꺼이 남편에게 작은 일까지 공유하고 만다. 쿵작이 맞는 대화, 상대를 웃기는 농담으로 심심한 일상을 짜게 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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