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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은 Jun 10. 2022

엄마는 괜찮아

"엄마 괜찮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에도 엄마는 괜찮다는 말부터 꺼냈다. 아빠가 코로나로 구급차까지 불렀던 일이 불과 일주일 전이었는데 연달아 외할아버지까지 돌아가셨다. 놀라고 지친 마음을 혼자서 감당하려는지 엄마는 이번에도 괜찮다고 했다.


장례식장에서도 씩씩했다. 오래 건강하게 사셨고, 돌아가실때도 고생하지 않으셨으니 모두들 호상이라고 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 웃으며 대화를 했고 멀리서 찾아온 친구들을 향해 반갑고 고마운 마음을 숨기지 않는 것을 보며 장례식장에 처음 가 본 딸 아이가 무섭고 슬프기만 한 분위기는 아니구나,  혼잣말을 했다. 엄마의 말대로 엄마는 웃고 있어 괜찮아보였지만 며칠사이 몰라보게 수척해진 모습이 진짜 속마음 같아 마음이 아팠다. 부모를 잃는 일인데 괜찮을리가 없는게 당연했다. 부모가 없는, 엄마가 없는 세상이라니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큰 아이를 낳고 6개월만에 회사로 복직했다. 회사에 가 있는 동안 아이는 엄마가 맡아주셨다. 늦은 퇴근과 출장으로 바빴던 남편의 구멍난 자리도 엄마가 기꺼이 메워줬다. 아이가 아프던날, 엄마가 아프던 날에도 어김없이 엄마는 아이와 둘이 남겨져 혼자 애쓰며 시간을 보냈다. 

퇴근시간이 가까워오면 엄마는 아이를 업고 집 앞에 나와있었다. 가로등 불빛아래 둘이 한몸처럼 나를 기다렸던 그 모습이 안타까워 그 시절 나는 매번 퇴근과 동시에 뛰었다. 버스를 놓치면 15분이 늦고, 엄마가 아이를 업은채 15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걸을 수 없었다. 2인3각 경기처럼 둘이 한몸이 되어 아이를 키웠던 시간동안 수없이 물었던 엄마를 향한 안부에도 대답은 늘 하나였다. 엄마는 괜찮아. 정말 그랬을까, 엄마가 보냈을 길고 지루한 시간들. 괜찮지 않은 날들을 분명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모르는척 엄마말을 믿었다.


덕분에 내집마련에 성공했고, 아이가 건강하고 밝게 자랐다. 엄마가 키워준 큰 아이가 옥수수를 좋아하면 날 닮아 옥수수를 좋아한다고 기뻐하는 엄마. 학급회장에 당선되면 카카오톡 프르필을 아이의 임명장으로 바꾸는 엄마, 우리집의 아주 크고 작은 일까지 속속들이 잘 아는 나의 엄마. 

임경선 작가는 '태도에 관하여'란 책에서 스무살이후의 인생은 스스로의 것이라고 말했다. 부모를 향한 기대나 원망조차 있어선 안된다고. 마흔이 다 된 내 인생 한 쪽을 여전히 엄마가 지탱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시리다. 언제나 엄마의 자랑이었지만 동시에 여러걱정들로 엄마의 속을 까맣게 태웠던 존재, 그게 나였다. 


여동생이 얼마전에 출산을 했다. 100일도 안된 아기가 동그란 눈동자를 굴리며 눈을 맞추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시간가는 줄 모르겠다고 말하며 엄마는 웃었다. 자주 동생네 집에 가서 아기와 동생을 살피고, 가끔 우리집에도 들르느라 엄마의 하루, 일주일은 너무 바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던 엄마는 한번씩 아버지가 곁에 없다는걸 알게 될때 왈칵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럼 그럴수 있지, 엄마를 향해 위로의 말을 건네며 나는 엄마가 옆에 있는데도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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