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지난 6년간, 나름 크고 작은 노력을 하며 경제적 자유를 꿈꿨다. 6년은 긴 시간이고, 그렇다면 갈망하는 경제적 자유가 눈앞에 와있어야 하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지난 시간 동안 여러 시도들로 용기와 도전하는 힘을 얻었지만 동시에 '경제적 자유'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 또한 알게 되었다.
여전히 경제적 자유를 갈망하지만 10년 안에 경제적 자유를 이루겠다는 말이 얼마나 호기로웠는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부동산시장과 예측할 수 없는 나라 경제를 지켜보며 경제적 자유는 단기간의 부동산 수익이나, 임대로는 다달을 수 없는 먼 나라 이야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이왕 발을 들였으니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게는 무려 월급쟁이 딸의 DNA가 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월급쟁이 외벌이 가정에서 자란 나는 꽤 오랫동안 우리 집이 넉넉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엄마의 생활태도 기본값이언제나 '절약'이었기에 그랬다. 필요한 것도 한꺼번에 사두는 법이 없었고, 꼭 사야 할 물건조차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집안에 들였다. 얼마나 무식하게 그저 절약만 했는지, 부모님은 대출 한번 없이 오직 은행에 저금한 돈 만으로 내 집마련을 했고, 월급을 쪼개고 모아 두 딸을 무사히 취업까지 안착시키는 동안에도 은행 도움 한번 받지 않았다.
"쓸 거 다 쓰면 남는 게 뭐가 있어."
저축액을 먼저 결정하고 남는 돈으로 생활을 꾸려갔던 외벌이 월급쟁이 생활. 그렇게 아끼고 모은 돈으로 부모님은 정년 퇴임 후 퇴직연금, 국민연금과 함께 일군 자산으로 안전한 노후를 맞이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자란 월급쟁이 딸은 절약하는 삶, 사치하지 않는 생활습관을 마음만 먹으면 작동시킬 수 있다(그러기 싫을 뿐)
반면 남편은 전형적인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시부모님은두 분 다 각자 가게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특히 솜씨가 좋은 어머님의 미용실이 잘돼서 남편은 진작부터 세를 받는 건물주의 아들로 자랐다. 시댁에 가면 건물이 완공됐던 날 사진이 앨범 속에 담겨있다. 젊고 활기 넘 치는 시부모님의 빛나는 한 시절이 싱그럽다. 그래서일까,
철강회사에 입사하며 월급쟁이가 된 남편은 '월급'보다 '파는 일'에 더 관심이 많은 어른이 되어 있었다. 월급쟁이 본분에 맞게 그는 매달 나오는 돈으로 미래를 고민하고 돈을 계획해서 써나가야 했지만, 남편이 보고 자란 사업가의 인생은 그런 것이 아니었나 보다. 그는 월급쟁이로 살면서도 월급을 받고 나면 어떻게 돈을 더 불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업가 아들의 정체성을 잊지 않았다.
회사 탈출을 목표로 그는 경제적 자유를 계획하고 언제나 투잡을 한다. 남편의 뇌구조를 들여다보면 아마 40%쯤은 뭘 팔아볼까? 하는 궁리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서 과장의 책 '사는 동안 한 번은 팔아봐라'에서 말하는 것처럼 돈벌이는 곧 파는 일 일지도 모른다.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다주택자가 되었고, 공간을 파는데 맛을 본 남편은 이제 본격적으로 파는 시장에 뛰어 들 모양이다. 덕분에 월급쟁이 딸 앞에는 감당도 못할 대출이 줄지어 있다. (아 어쩌지)
그러나,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사업가의 아들은 일을 벌이지 못해 안달이고, 월급쟁이의 딸은 안정을 추구하며 균형을 맞춰가겠지. 그 끝에 신기루 같은 경제적 자유가 있다고 믿는다. 인생은 방향이니까, 내가 바라보고 걷는 곳에 우리의 미래를 데려다 놓는다. 언젠가 갈망이 현실이 될 그날을 그리며, 늘 그렇듯 둘이니까 둘이라서, 둘이기에 잘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오늘의 인생을 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