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의 삶

hongfamily의 자작시

by hongfamily

나는 가로수라 불립니다

도시의 도로변에 옮겨져

불리는 이름이지요

당신도 이름이 많지만

회사에서는

부장님 차장님 대리님 사원님

기사님, 사장님...

뭔가 한 가지로 불리지요

나의 직장은 도시의 도로변

출근하면 가로수라 불립니다

다들 잠들면 숲으로 퇴근합니다

숲으로 돌아가면

나를 오르내리는 개미, 벌레들

나에게 깃드는 새들의 아버지이며

가끔 찾는 등산객들의 상담자이며

기분 좋으면 바람에 노래하고 춤추는 가수이며

맑은 공기 만들어내는 농부입니다

출근하면 민원인들의 구토, 소변을 받아내고

화난 이의 샌드백도 되고

가끔 팔이 부러지거나 몸을 다치기도 합니다

회사원의 삶이 고달프지만 집에서

아버지라 불리기 위해 살아내야 합니다

오늘도 취객이 나를 붙들고 잠들어서

야근을 해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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