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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철 Nov 22. 2022

 [세상의 건축] 번역 출간한 교보문고 인터뷰 글입니다

궁금했던 건축물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담았습니다.   



프랑스 하면 ‘에펠탑’, 뉴욕 하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이집트 하면 ‘피라미드’ 등 보통 어느 나라, 특정 도시하면 떠오르는 건축물을 랜드마크(landmark)라고 한다.『세상의 건축』에는 전 세계의 주요 랜드마크 50개를 통해 건축물의 역사는 물론, 건축가와 건축의 재료와 요소, 양식 등을 살펴볼 수 있는 단 한 권의 책이다.  

 

 

『세상의 건축』은 어떤 내용인가요?

 

『세상의 건축』은 전 세계의 유명한 건축 랜드마크를 역사와 소재로 서로 면밀하게 연결해 어려워 보이는 건축을 이해하기 쉽게 만든 책입니다. 이 책은 건축을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건축에서 알아야 할 부분을 모자람 없이 서술하고 있어 건축 입문서로 좋은 책입니다.

 

 

이 책으로 건축의 역사, 건축물의 변천사를 한눈에 알 수 있어서 좋은데요. 돌에서 시작된 건축 재료가 콘크리트, 대리석 등을 거쳐 플라스틱 등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재료들로 확장해 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인가요?

 

인류는 초기에 험한 외부 환경과 적에서 자신을 보호할 생존수단으로 벽을 두껍게 만들고 높이 쌓았지만, 르네상스 시대를 살았던 인간은 권력을 과시할 목적으로 더 아름답게 장식하고 고딕시대에는 더 높이 쌓았죠. 산업혁명이 일어났던 시대에서는 그와 반대로 오히려 모든 장식을 버리고 아주 간단한 형태로 건축하기도 했죠. 모든 시기를 지나 현대 건축에서는 자기 보호와 과시는 물론이고 너무나도 다양한 형태와 소재로 아름다움까지 추구하고 있습니다.


미술과 건축이 시대별로 다른 양식이 만들어졌던 이유는 인간은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인류는 오래 전에 먹잇감을 찾기 위해 꾸준히 이동하고 살았던 유목민이었습다. 걷고 뛰어서 매번 바뀌는 풍경을 보았고, 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 산을 올랐었죠. 인간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것을 오랫동안 두고 보는 것을 참지 못하는 종족이라 그렇습니다. 그래서 금방 다른 무엇에 호기심을 보이고 언제나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합니다. 다양한 건축 재료가 만들어진 건 단순한 기술 발전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무엇보다 인간의 습성인 호기심과 욕망에 기인한 파생물입니다.


루이스 칸이 “벽돌아, 넌 무엇이 되고 싶니?”라고 말한 것처럼 건축물은 인간이 바라는 대로 지어집니다. 이것은 끊임없이 더 나아지고자 하는 욕망과 호기심이 과학기술을 만나 매번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본능으로 인간은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갔던 거죠.

 

건축 드로잉 아티스트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그는, 건축에 담긴 이야기를 건축가의 삶과 철학으로 풀어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건축이란 건축가의 상상력과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요구의 결과물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종교를 위한 공간, 주거 공간, 미술관, 공연장, 빌딩, 공공건물 등 그 목적과 취지에 따라 형태가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각기 어떤 특징이 있을까요?

 

시카고학파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이 말하길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고 했죠. 인류 초기 주거는 불을 중심으로 가족과 일원이 모였습니다. 그러다가 벽난로가 생겨나고 이제는 그 자리에 TV가 대신하고 있죠. 그렇게 불을 중심으로 마당이나 거실이 만들어지고 그 주변으로 용도에 맞는 방이 거실을 둘러싸 지금의 주택 형태가 되었죠.


종교 건축은 십자가의 상징적인 형태를 그대로 본 따 평면을 만들고, 하늘에 더 가까이 닿을 수 있도록 높게 만들어졌죠. 그래서 교회는 마치 십자가가 하늘을 찌르는 듯한 형태가 되었고요.


그밖에 미술관과 공연장 등의 공공 시설물은 일종의 광장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언제나 길 끝엔 광장이 나오죠. 그곳은 오래전에 공연을 하고, 선동을 하고, 처형을 하는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둥그런 장소였죠. 그런 장소가 어느 날에는 콜로세움 같은 경기장이 되기도 하고, 음악을 연주하는 공연장이 되기도 했죠.


이렇듯 모든 건축물은 사용 목적에 따라 형태가 달라집니다.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 크라이슬러 빌딩은 윌리엄 밴 앨런이 설계하였다. 1930년 완공되었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을 짓기 위한 방편으로 첨탑을 쌓기 시작했다. (『세상의 건축』, 184쪽)



건축 양식이나 요소, 재료의 선택들이 때론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도 같아요. 첨탑이 어떻게 보면 1930년대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을 쌓겠다는 건축가의 욕망으로 생겨난 것이 잖아요. 이런 식으로 생긴 건축의 요소나 재료들이 있을까요?


건축물을 ‘높이 지을 때’ 사용하는 재료는 일반적인 재료와는 다르죠. 단순한 벽돌 쌓기 방식으로는 건축물을 높이 올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볼트와 같은 다양한 아치형 천장으로 건축 하중을 분산해 높이 지을 수 있었어요. 콜로세움 같은 건축물도 층층이 쌓인 아치를 사용해 무게를 분산시켜 높게 지을 수 있었죠. 거기다가 고딕 건축물을 보면 건축물 아래 부분에 버트레스가 건축물을 튼튼하게 지지하고 있어서 더욱 높이 올릴 수 있었습니다.


현대에서는 철근콘크리트와 강철 그리고 유리와 같은 가볍고 강한 소재가 개발되기도 했고, 컴퓨터가 정밀한 구조 계산을 해준 덕분에 어떤 형태로든 건축물을 더 쉽게 높이 지을 수 있게 되었죠.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로 꼽히는 르 코르뷔지에의 ‘빌라 사보아.’ (『세상의 건축』, 134쪽)

 

아무래도 건축가들 중에서는 르 코르뷔지에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건축에 대한 다섯 가지 원칙을 모두 담은 ‘빌라 사보아’가 이 책에 소개되는데요. 그를 20세기 건축의 거장이라 칭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나서 과열된 국가 경쟁으로 뒤따라온 세계대전은 전 세계는 초토회 되었죠. 모든 것이 무너진 곳에서 누가 빨리 복구하느냐에 따라 국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어요. 유럽을 오랫동안 지배해왔던 고전주의 건축은 복구하는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죠.


그래서 건축에서 쓸모없는 장식을 다 빼기로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국제적으로 건축양식을 표준화해서 사용하게 됩니다. 국제 양식이라는 단어는 건축가 필립 존슨이 처음 사용했어요. 대표적인 건축가가 바우하우스의 발터 그로피우스와 시그램 빌딩을 지은 미스 반 데어 로에 그리고 빌라 사보아를 지은 르 코르뷔지에입니다.


르 코르뷔지에는 벽 위주의 건축이 아닌 기둥 위주의 건축인 돔-이노 이론을 만들고, 인간의 행동반경을 연구해 공간을 모듈화 했죠. 그리고 주택의 4원칙, 건축의 5원칙을 만들어 현대 건축이 나아갈 방향을 세상에 알렸어요. 전 세계 건축가들이 이 이론을 기준 삼아 건축하면서 르 코르뷔지에는 이른바 현대 건축에서 가장 잘 나가는 건축가가 되었던 거죠.


마치 신의 말씀을 성경으로 만든 것처럼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에서 그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건축물 안에 있는 가구와 집기, 문 그리고 공간의 높이와 크기를 정리한 사람이 르 코르뷔지에니까 건축의 거장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겠죠?


 

산치 스투파는 부처의 사리를 담은 돔 형태의 건축물이다. 부처님을 추모하며 명상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세상의 건축』, 58쪽)

  

미국 국회의사당은 백악관과 함께 워싱턴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1790년 조지 워싱턴이 수도의 부지로 선정한 후 주요 건축물을 짓는 과정에서 탄생되었다. 지름 29미터의 로툰다(원형 건축물)이다. (『세상의 건축』, 112쪽)

 

 

1주제 2페이지로 구성된 이 책은 어떻게 보면 건축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들이 입문서처럼 보기 좋을 것 같은데요. 건축물을 볼 때 이런 점을 보면 좀 더 흥미로운 지점을 찾을 수 있다는 부분이 있을까요? 예를 들면 안도 다다오의 노출 콘크리트처럼요. 건축물마다 포인트가 있을 것 같은데요.

 

돔을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요소가 많아요. 돔은 인간이 처음 구조물을 만들었을 때 형태이기도 하죠. 이 책을 보면 산치 스투파에서부터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그리고 미국 국회의사당까지 돔을 가지고 있는 건축물이 참 많아요. 사람들은 돔에 정말 진심이었죠.


돔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에요. 돔은 죽음과 관련이 있어요. 인류는 오래전부터 죽은 자를 위해 무덤을 만들었죠. 이 형태가 나중에 돔으로 진화했죠. 고대 로마 시대에 돔은 천국을 상징했어요. 그리고 아래 네모난 건물은 땅을 상징했죠. 그래서 로마에 가면 많은 건축물들 천장에 천국이 그려져 있고, 그 아래에는 속세의 인간이 그려져 있어요. 이 상징성을 기독교에서 받아들여 종교 건축에도 주로 사용했었죠. 마찬가지로 돔은 이슬람교와 불교에서도 주로 사용했었죠. 돔은 종교적인 의미로 인간이 바라는 형태가 되었던 거죠.


고대 로마의 건축 양식으로 지은 판테온은 현존하는 로마식 돔 중에서 가장 크며, 잘 보존되어 있다. (『세상의 건축』, 134쪽)

 

 

혹시 직접 본 건축물 중에 이건 꼭 직접 가서 봐야 한다는 건축물이 있을까요?

 

이탈리아 로마의 판테온을 꼭 가보시길 바랍니다. 많은 건축가가 판테온에서 감동을 받아 건축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합니다. 이 건축물은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에 철근 없이 지어진 것만으로도 신기한데, 내부에 기둥 하나 없이 육중하게 버티고 오랜 시간 서 있는 걸 보면 실로 감탄하지 않을 수 없어요. 거기다가 내부 천장을 이루는 둥근 돔을 따라 선을 연장해보면 바닥까지 커다란 구가 정확하게 만들어지죠. 이런 건축물이 그 당시에 지어졌다니 믿을 수가 없는 거죠.


천장 중앙에 커다란 구멍이 있는데 이를 오큘러스(둥근 창)라고 합니다. 이 구멍은 내부에 있는 열기가 빠져나가는 환풍구 역할을 하는데, 더운 공기가 오큘러스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기에 작은 빗방울은 들어오지 못합니다. 거기다가 오큘러스는 조명 역할을 하는데, 별도의 조명이 없어도 내부가 정말 밝답니다.


거기다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은 신전과 같이 장엄한 분위기도 연출되기도 하지만, 빛이 어디에 있냐에 따라 몇 시인지 알려주는 해시계의 역할까지 하니 대단한 건축물이 아닐 수 없죠. 건축물이 아니라 과학자가 지은 정밀한 기계와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 대단한 판테온은 유럽의 건축 흐름을 선도한 최초 모델이니까 한 번쯤 가보고 싶지 않으세요?

 

 

| 기사 및 사진 제공_북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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